Column2017. 9. 27. 23:40

침묵택시

 

 

 얼마 전 여러 커뮤니티를 달궜던 이슈. 침묵택시다. 일본에서 먼저 도입된 침묵 서비스. 우리나라에도 강남점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택시도 침묵 서비스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이번 글을 쓰기 전 까지 나는 침묵택시에 공감하지 못했다.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 내가 택시를 안 탄다. 지하철도 몇 푼 아껴보자고 정기권 끊고 다니는데 택시를 이용할 리가. 이용한다 하더라도 정말 급한 일 있을 때. 그것도 택시기사들한테 기사님, 정말 죄송한데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지금 회의에 늦어서이런다. 얼마나 싸가지 없어 보였을까. 회의도 없는데. 어쨌든 이번 글을 기획하면서 취재를 해봤다. 원고료와 택시비를 맞바꿔서 택시를 이용해봤다. 택시 기사들은 침묵택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

 

 솔직히 말해서 이번 취재는 실패했다. 아니, 실패할 걸 알고 있었다. 고작 몇 명의 택시기사들과 택시손님 몇 명 만나봐서 일반화 할 수 없기에. 그래도 정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들도 찬반이 갈리고 손님들도 찬반이 갈렸다. 그리고 진리의 케바케를 넘을 수 없었다. 택시기사 바이 택시기사.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나도 이걸 느꼈으니까. 어떤 택시기사는 내가 젊은 사람인 걸 의식해서 그런지 아무 말도 안했다. 다른 분은 꼰대의 태도로 일관했다. 또 다른 분은 나랑 잘 통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젊은 층은 침묵택시에 찬성했다. 특히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찬성 비율이 많았다. 택시기사들이 불쾌한 섹드립을 친다는 이유였다. 남성들은 반반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손님들의 경우는 젊은 층과 상반된 의견이었다.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를 언급했다. 침묵택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인 정이 없어질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

 

 취재를 하고 나서 느꼈다. 침묵택시가 굳이 필요할까? 사회적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택시기사와 손님,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그것도 서로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두 사람이라니. 너무나 삭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견을 밝혔으니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ps. 최근에 기고한 침묵택시 관련 글 일부분. ..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화의 끝판왕 글이라고 생각드네요. 이때 한 택시 아저씨를 만났는데 말이 잘 통하던 분이었습니다. 굉장히 박학다식하시고 유머러스함까지. 왜 이렇게 똑똑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라디오만 주구장창 듣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씀하는 겸손함은 덤. 그냥 이 아저씨에 대한 호감 탓이라 저렇게 결론지어버린 것 같네요.  

Posted by AC_CliFe
Book2017. 9. 17. 22:11

이번 화는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읽은 연애소설!


덕분에 학창시절의 풋풋함과 설렘을 느낄 수 있었네요.


+ 북끄북끄의 연애 이야기 까지!


애청해주세요~~~



http://www.podbbang.com/ch/13007



Posted by AC_CliFe
Book2016. 9. 6. 19:51

젊은 목수들 : 일본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취재 : 하기하라 켄타로, 오타 아야

 

사진 : 나게레 사토시

 

일러스트 : 오가와 나호

 

번역 : 임윤정

 

 

1.

 필자에게 집이란 주거의 개념일 뿐 예술의 개념은 될 수 없었다.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탓일까? 집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그저 잘 수 있는 침대만 있으면 됐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만 있으면 됐고, 무언가를 넣어 둘 수납장만 있으면 됐다. 단지 ‘존재’ 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은 한 봉사활동을 계기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2.

 2년 전, 올 여름만큼이나 뜨거웠던 2014년의 여름. 보름간의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천성적으로 몸 쓰는 것을 싫어하는 필자. 당연히 집수리 하는 봉사자가 아닌, 그들의 땀과 열정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VJ 로 참여했다. 집수리 팀 한 조를 따라가 필자가 원하는 그림을 따고 편집하는 자유로운 환경의 봉사였다. 하지만 원하는 영상을 다 찍어도 집수리는 끝나지 않았다. 인력은 부족해 보였다. 반 강제적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도배를 위한 벽지를 자르고, 풀을 만들고, 빗질을 했다. 처음에는 힘들기만 했다. 필자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벽지를 붙여가면서 집이 변해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죽어있던 집이 생기를 띠는 것 같았다. 우울했던 집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3.

 집은 예술이다. 젊은 목수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다. 가구를 제작할 때 실용성은 물론 디자인까지 고려하면서 집을 예술의 집합체로 구성했다. 이 경향은 일본의 젊은 목수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환경은 가구에 내구성과 실용성을 요구했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는 가구에 섬세함과 기능성을 요구했다. 그들은 가구에 철학을 담아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다. 그리고 집을 예술로 이끌었다.

 

 

4.

 일본의 젊은 목수들의 가구들은 달랐다. 아오키 가구 아틀리에의 아오키 타카시는 실용성을 위해 합판의 가구를 추구했다. 라 포르제롱의 오카모토 유키는 섬세함을 위해 장식용 가구를 만들었다. 시즈카 스튜디오의 이와세 카즈사에는 심미성을 위해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목재 가구를 만들었다.

 

 

5.

 하지만 그들의 마음가짐은 똑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갈망에 목재를 가공하기 시작한 목수들은 가구에 자신들의 인생을 담았고 철학을 담았다.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가구에 대해 무지한 필자지만 일본의 젊은 목수들 22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들의 가구를 느끼면서 집이 예술이 되어가는 과정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6.

 사실 이 책은 목재 재질이나 가구 양식 등 실용적 정보를 주지만 그 깊이는 가구 전체를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목수들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구의 ‘내면’에 주목한 책이었다. 그렇기에 차별화되고 색다른 가치를 지닌 ‘예술’ 책이었다. 가구에 인생이, 철학이 그리고 예술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 하기하라 켄타로, 오타 아야의 <젊은 목수들 : 일본> 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