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6. 9. 6. 19:51

젊은 목수들 : 일본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취재 : 하기하라 켄타로, 오타 아야

 

사진 : 나게레 사토시

 

일러스트 : 오가와 나호

 

번역 : 임윤정

 

 

1.

 필자에게 집이란 주거의 개념일 뿐 예술의 개념은 될 수 없었다.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탓일까? 집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그저 잘 수 있는 침대만 있으면 됐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만 있으면 됐고, 무언가를 넣어 둘 수납장만 있으면 됐다. 단지 ‘존재’ 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은 한 봉사활동을 계기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2.

 2년 전, 올 여름만큼이나 뜨거웠던 2014년의 여름. 보름간의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천성적으로 몸 쓰는 것을 싫어하는 필자. 당연히 집수리 하는 봉사자가 아닌, 그들의 땀과 열정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VJ 로 참여했다. 집수리 팀 한 조를 따라가 필자가 원하는 그림을 따고 편집하는 자유로운 환경의 봉사였다. 하지만 원하는 영상을 다 찍어도 집수리는 끝나지 않았다. 인력은 부족해 보였다. 반 강제적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도배를 위한 벽지를 자르고, 풀을 만들고, 빗질을 했다. 처음에는 힘들기만 했다. 필자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벽지를 붙여가면서 집이 변해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죽어있던 집이 생기를 띠는 것 같았다. 우울했던 집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3.

 집은 예술이다. 젊은 목수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다. 가구를 제작할 때 실용성은 물론 디자인까지 고려하면서 집을 예술의 집합체로 구성했다. 이 경향은 일본의 젊은 목수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환경은 가구에 내구성과 실용성을 요구했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는 가구에 섬세함과 기능성을 요구했다. 그들은 가구에 철학을 담아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다. 그리고 집을 예술로 이끌었다.

 

 

4.

 일본의 젊은 목수들의 가구들은 달랐다. 아오키 가구 아틀리에의 아오키 타카시는 실용성을 위해 합판의 가구를 추구했다. 라 포르제롱의 오카모토 유키는 섬세함을 위해 장식용 가구를 만들었다. 시즈카 스튜디오의 이와세 카즈사에는 심미성을 위해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목재 가구를 만들었다.

 

 

5.

 하지만 그들의 마음가짐은 똑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갈망에 목재를 가공하기 시작한 목수들은 가구에 자신들의 인생을 담았고 철학을 담았다.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가구에 대해 무지한 필자지만 일본의 젊은 목수들 22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들의 가구를 느끼면서 집이 예술이 되어가는 과정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6.

 사실 이 책은 목재 재질이나 가구 양식 등 실용적 정보를 주지만 그 깊이는 가구 전체를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목수들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구의 ‘내면’에 주목한 책이었다. 그렇기에 차별화되고 색다른 가치를 지닌 ‘예술’ 책이었다. 가구에 인생이, 철학이 그리고 예술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 하기하라 켄타로, 오타 아야의 <젊은 목수들 : 일본> 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