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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12 개인주의를 위한 자기고백
  2. 2017.09.27 침묵택시
  3. 2017.08.29 대학
Column2018. 3. 12. 19:53

개인주의를 위한 자기고백

 

 대한민국 집단주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기적에는 희생이 뒤따른다이 희생은 동일하게 집단주의였다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악으로 자리잡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이런 기세에 반발하여 등장한 게 개인주의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은 조금씩급진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개인주의의 유행을 이해하지 못했다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믿었고 그래서 누구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했다그 위에 쌓아진 실현 욕구의 차이가 개인주의자를 가른다고 여겼다필자는 개인주의의 실현 욕구가 강했다집단에 매몰되기 싫었다그래서 대학이 좋았다내가 무엇을 하든 지 신경 안 썼기에그래서 아싸가 좋았다인간관계를 신경 쓸 시간에 일을 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개인주의자를 꿈꾸며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냉소를 넘어 조소를 보냈다그러다 문유석 부장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봤고 나를 돌이켜보는 기회를 얻었다.

 

(중략)

 

 결과론적으로 필자는 집단주의자였다아니우리 모두 집단주의자였다성악설에 근거한 본성은 대한민국 집단주의 환경에 거세되었다사실 개인주의자를 표방한 나는 그 누구보다 집단에 잘 적응했다어린 나이부터 해온 사회생활의 경험이 행동에서 묻어났다고 해야 할까집단과 집단 간의 선호도가 나를 개인주의자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중략)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그렇기에 관계를 빚어가며 살아간다하지만 관계는 집단이었다한 집단이 싫어서 개인주의를 선언하고 그 집단을 나온다그러면 다른 집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집단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이고 나였다.

 

(후략)

 

ps. 문유석 부장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접한 적이 있어서 칼럼의 글감으로 정했고 글을 썼습니다글을 읽으면 알 수 있겠지만 문유석 판사가 혐오하는 냉소의 느낌이 짙습니다결론도 냉소로 끝냈습니다아무리 생각해도 집단주의는 대물림 속에서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문유석 판사는 대화와 토론을 강조했지만 대화와 토론도 집단 속에서 이뤄지고 그 결과 집단주의로 귀속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네요이 글을 쓰면서 자괴감도 들었습니다이런 글 쓰는 놈이 언론계에 있고메이저 언론인을 지망한다는 거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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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_CliFe
Column2017. 9. 27. 23:40

침묵택시

 

 

 얼마 전 여러 커뮤니티를 달궜던 이슈. 침묵택시다. 일본에서 먼저 도입된 침묵 서비스. 우리나라에도 강남점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택시도 침묵 서비스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이번 글을 쓰기 전 까지 나는 침묵택시에 공감하지 못했다.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 내가 택시를 안 탄다. 지하철도 몇 푼 아껴보자고 정기권 끊고 다니는데 택시를 이용할 리가. 이용한다 하더라도 정말 급한 일 있을 때. 그것도 택시기사들한테 기사님, 정말 죄송한데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지금 회의에 늦어서이런다. 얼마나 싸가지 없어 보였을까. 회의도 없는데. 어쨌든 이번 글을 기획하면서 취재를 해봤다. 원고료와 택시비를 맞바꿔서 택시를 이용해봤다. 택시 기사들은 침묵택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

 

 솔직히 말해서 이번 취재는 실패했다. 아니, 실패할 걸 알고 있었다. 고작 몇 명의 택시기사들과 택시손님 몇 명 만나봐서 일반화 할 수 없기에. 그래도 정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들도 찬반이 갈리고 손님들도 찬반이 갈렸다. 그리고 진리의 케바케를 넘을 수 없었다. 택시기사 바이 택시기사.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나도 이걸 느꼈으니까. 어떤 택시기사는 내가 젊은 사람인 걸 의식해서 그런지 아무 말도 안했다. 다른 분은 꼰대의 태도로 일관했다. 또 다른 분은 나랑 잘 통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젊은 층은 침묵택시에 찬성했다. 특히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찬성 비율이 많았다. 택시기사들이 불쾌한 섹드립을 친다는 이유였다. 남성들은 반반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손님들의 경우는 젊은 층과 상반된 의견이었다.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를 언급했다. 침묵택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인 정이 없어질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

 

 취재를 하고 나서 느꼈다. 침묵택시가 굳이 필요할까? 사회적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택시기사와 손님,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그것도 서로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두 사람이라니. 너무나 삭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견을 밝혔으니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ps. 최근에 기고한 침묵택시 관련 글 일부분. ..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화의 끝판왕 글이라고 생각드네요. 이때 한 택시 아저씨를 만났는데 말이 잘 통하던 분이었습니다. 굉장히 박학다식하시고 유머러스함까지. 왜 이렇게 똑똑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라디오만 주구장창 듣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씀하는 겸손함은 덤. 그냥 이 아저씨에 대한 호감 탓이라 저렇게 결론지어버린 것 같네요.  

Posted by AC_CliFe
Non Culture Life2017. 8. 29. 20:42

대학

 

1.

스무 살, 재수할 때 까지는 대학이 전부인 줄 알았다. 대학 잘 가아지 인생이 핀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명제를 진리로 강요받으며 자라왔으니까. 그러나 이 명제는 스물 한 살, 대학 1년을 다닌 후 처참히 부셔졌다.

 

2.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학교 이름이 고등이 아닌 ’. 그럼 강의도 진짜 이름에 맞는 강의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 뭐 이런 정도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러나 2주 정도 지나보니 알게 됐다. 내 동경은 그저 막연한 것 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혹여나 우리 학교만 이런 게 아닐까 했다. 당시 여친의 학교 가서 몰래 청강을 해봤다. 역시나였다. 대학이란 가두리를 벗어나 방송국 조연출을 하면서, 인턴기자를 하면서 배운 게 훨~~씬 많았다.

 

3.

혹자들은 반문한다. 네가 수업을 안 듣고 부정적으로만 편향적 사고를 하니 그리 된 거 아니냐. 맞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수업을 안 들은 건 아니다. 1학년 때 과탑도 먹어봤다. 여태까지 학기 중 성적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다. 편향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아니다. 3학년을 바라보는 지금의 귀납적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해야 하나.

 

4.

그들은 또 반문한다. 대학이 싫으면 자퇴하면 되지 않느냐. 왜 돈을 그렇게 낭비 하냐. 1학년 때 내 가방 한 편에는 자퇴서가 함께했다. 장학금을 받아 감면돼서 나오는 등록금 몇 십만원 내기가 싫어 이 마저도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왜 지금도 투덜거리며 다니고 있냐고? 대학 타이틀 마저 없으면 나는 이 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5.

방송국 조연출을 할 수 있었던 이유, PD들이 나를 좋아했던 이유, 인턴 기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서평을 쓰며 지낼 수 있었던 이유, 그 밖의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내가 갖는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 다 내 대학 타이틀 때문이었다. 심지어 드라마 PD 마저 대부분이 4년제 대졸 이상이 기본 자격 조건이다.

 

6.

그렇다. 어제 개강을 했다. 오늘까지 학교를 다녔다. 빨리 방학했으면 좋겠다. 아 이번학기는 계절학기 까지 들어야 하는구나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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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