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6. 11. 16. 12:18

싱 스트리트


 - 존 카니

 

 이번 휴가 때 의뢰받은 영화는 <곡성> 뿐. 하지만 영화관을 가 보니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포스터.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 였다. 존 카니가 또 다른 음악 영화를 만들었다고? 이번에는 어떤 비주얼과 사운드로 우리네 삶을 풍족하게 채워줬을지 기대를 하며 <싱 스트리트> 의 영화표도 같이 구입했다.

 


 음악 영화인 만큼, 그것도 존 카니의 음악 영화인 만큼! 음악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겠다. 오랜만에 접한 진솔하고, 담백한 밴드 음악들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사들이 일품이었다. 영어도 한글만큼이나 매력적일 수 있구나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필자에게는 <원스>나 <비긴어게인>의 OST들 보다도 이번 <싱 스트리트>의 OST가 더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다. 또한 음악영화만을 추구해온 감독이 만들어서일까. 이번 영화에서 음악과, 영화의 조화, 즉 비주얼과 사운드의 조화가 훌륭하게 이뤄졌다. 덕분에 존 카니 음악만의 에너지를 영화 관람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싱 스트리트> 또한 전작 <원스>나 <비긴 어게인>과 같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차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랑의 대상에서 차이를 뒀다.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전작의 사랑보다 조금은 더 풋풋하고, 조금은 더 촌스런,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배를 타고 가 들판에 누워 음악, 뮤직비디오에 관한 담소를 나누고, 아직 입안에 무언가 있으면서 입술을 공유하길 바라는(+ 라피나의 킬링 대사 : (우물우물) 아직..입안에), 그들의 귀엽고 서투른 사랑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싱 스트리트>에서 말하고 자 했던 것은 ‘사랑’ 뿐만이 아니었다. 궁극적인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사회에 맞서는 우리들의 진취적인 자세랄까? 이 메시지는 주인공 코너의 밴드가 지향하는 대사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미래파 (Futurist)야!”


 

 ‘음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사랑’ 뿐 아니라 이러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려 했던 존 카니의 연출력은 분명 신선했다. ‘사랑’, 그리고 당시 아일랜드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려는 메시지, 동행하기 힘든 소재들을 ‘음악’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소재를 통해 하나로 엮어냈으니까. 하지만 시도에 비해서 그것이 안겨다준 효과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솔직히 필자는 Futurist,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힘인 잭 레이너 (役형)의 대사들이 공감되기는커녕 오글거렸다. ‘형’이라는 캐릭터에 더 비중을 둬,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 한두 편정도 추가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아쉬운 스토리 생략 및 비약이었다.

 


 그래도, ‘믿고 보는 존 카니의 음악영화’ 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 영화였다. 필자는 ‘사랑’에 대해 더 깊게 다가간 전작들 보다 이번 <싱 스트리트>가 더 사랑스러웠다.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만드는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였다.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1. 5. 12:23

허삼관 



- 하정우

 

 


 필자는 학교 교양 수업 중 반 이상을 문학 수업으로 채운다문학이 좋기 때문이다높은 평점은 덤. 1학기 때 문학 교양 수업을 듣던 중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의 발표를 들었다중국 위화의 작품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읽지 않았다시간이 없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와 함께.. 발표를 들어보니 꽤나 흥미가 가는 이야기였다피를 파는 사람의 찡한 가족이야기하지만 관심도 잠시바로 기말고사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종강 후교수님께 메일을 썼다.

이번 강의에서 교수님이 추천하는 문학 3작품은 무엇입니까?”

교수님께선 첫째로 허삼관 매혈기를 꼽으셨다이유는 재미.

 


 여름방학에 들어가자기나긴 봉사활동을 가기 전구립도서관에 가서 허삼관 매혈기를 접했다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책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미친 감정변화를 겪었다이 작품은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연극으로는 만들어 졌다고 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작품위화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도 기억에 남았다.

 


 그 후 허삼관 매혈기 (이하 허삼관는 점점 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그냥 일하면서 학교 다니면서 하다보니 뭐.. 허삼관을 읽은 후 몇 주가 지났나.. 한 연예기사를 봤다허삼관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내용이었다감독은 하정우였다하정우롤러코스터../ 매니아틱한 감독 하정우의 영화과연 허삼관 매혈기를 제대로 영화화 할 수 있을까기대했던 허삼관의 영화화인데 감독을 보고 기대가 걱정으로 변했다.

 


 걱정을 품은 채 영화관에 들어섰다다 보고 난 후의 생각은 역시 감독 하정우.. 배우로서 하정우의 역량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연기력 측면에서는 정말 좋았다하지원의 연기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일락 이락 삼락 또한 마찬가지그러나 감독으로서 하정우의 역량은 너무나도 아쉬웠다허삼관의 스토리 그대로 밀고 나간 배짱은 칭찬할 만 하다해외문학 판권을 사면 대부분의 영화는 한국식으로 각색돼서 나온다결과는 망.. 퀄리티가 더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그러나 하정우는 한국식 각색을 거치지 않고 나왔다여 타 영화와 특이점을 두고 괜찮게 재현해서 위화의 허삼관을 접하고 본 필자 입장에선 보기 좋았다.

 


 또한 영화 초반 간간히 느껴지는 하정우 만의 개그도 좋았다롤러코스터 식 개그라 할까아니다롤러코스터 식 개그는 매니아 틱하지만이번 개그는 롤러코스터 식 개그를 좀 더 대중적으로 바꾼 것 개그였다공감할 수 있는 재미였다하지만 장점은 이게 다....... 라고 생각한다.

 


 우선 감독의 배우 활용이 아쉬웠다역량이 뛰어난 조연배우들이 많이 나왔다하지만 그들의 롤은 한정됐다그것도 너무 지나치게.. 영화 초반에만 그들의 모습이 두드러졌다조연배우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하지만 초반 이후 그들은 스크린에서 보이지도 않았다과장 조금 더 해 하지원하정우일락이만 나왔다캐스팅은 좋았다하지만 캐스팅만 좋았다그들을 좀 더 활용해 봤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감정문제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위화의 허삼관을 읽을 때는 감정이입이 잘 됐다웃기고 울리고 웃기고 울리고독자들을 잘 꿰뚫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하정우의 허삼관은 그들만 웃고 울고 웃고 울었다안타깝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이러니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영화의 전개에서 비롯된 문제였다보통 시나리오는 기승전결의 구성을 따른다하지만 허삼관을 봤을 때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닌 초반후반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뉜 느낌이 들었다초반 1시간은 조연들과 잘 어우러져 재미있고 웃긴 영화를 잘 만들었다그러나 후반 1시간은 갑자기’ 울었다물론 관객이 아닌 배우들만영화의 맥이 뚝 끊긴 느낌이 들었다보기 불편했다. 1시간은 웃기고, 1시간은 울리려고 시도만 하니..

 


 아.. 너무 아쉽다나쁘지 않았던 주변의 평범접할 수 없는 위화의 허삼관필자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두 요인.. 차라리 위화의 허삼관을 보기 전에 하정우의 허삼관을 먼저 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그러면 아쉬움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갑자기 한 사람이 원망스러워진다.허삼관 매혈기를 추천한 교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18. 09:41

드래프트 데이

 

- 이반 라이트만


 

 이 글을 쓰는 시점 상, 드디어 내일 (16.10.3) KBL 신인 드래프트 구단 순위 추첨이 열린다. 이번 KBL 드래프트는 역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필자 또한 모 매체의 취재원으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는 드래프트이기도 하다. 모든 농구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16년 KBL 드래프트. 하지만 드래프트 현장에 직접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문득 낯선 두려움이 생겼다. 전에 야구를 같이했던, 현직 야구선수들에게 드래프트 분위기에 대해 자문을 구했지만 그때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하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하긴, 그들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는 ‘드래프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문제로 전전긍긍하던 도중 같은 취재팀의 기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드래프트의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영화 <드래프트 데이>를 봐보라고. 2014년 NFL (미국 미식축구) 드래프트 현장을 그린 영화 <드래프트 데이>. 마침 군대의 IPTV에 올라와 있어서 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다.

 


 드래프트. 간단히 말하면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선수로 진학하기 위한 관문이다.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로 진학사면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프로구단은 드래프트를 통해 걸출한 선수를 픽함으로써 성적을 올리고 관객에게 어필하는 등 선수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구단의 현재이자 미래를 책임지는, 그 무엇보다 화려한 스포츠 이벤트인 드래프트. 하지만 드래프트의 화려함 이면에는 자신을 픽해주길 원하는 선수들, 이해관계를 철저히 계산해 구단을 운영해야하는 단장들의 치열한 심리싸움이 숨겨져 있었다.

 

 

 <드래프트 데이>의 최대 장점은 역시 ‘몰입감’이다. 몰입감은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치밀한 설정에서 비롯됐다. <드래프트 데이>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NFL’ 드래프트를 영화의 메인 테마로 설정했다. 시간적 배경 또한 드래프트 D-Day 12시간 전으로 설정해 몰입감을 더했다. 캐릭터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해(年)야 말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케빈 코스트너 (役 써니) 부터 생계를 위해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아야 하는 채드윅 보스만 (役 본테 맥), 드래프트 직전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픽 하락이 예상되지만 브라운스에서 뛰길 갈망하는 스티븐 힐 (役 레이 제닝스), 전미 대학 최고의 선수 조쉬 펜스 (役 보 캘러헌) 등등의 디테일한 선수 설정까지. 이처럼 치밀한 캐릭터 설정에 이를 시각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깔끔한 연출이 더해지니 <드래프트 데이>는 흡입력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더불어 단장들의 트레이드를 위한 필수품 ‘전화기’ 및 ‘스피커폰’의 활용과 트레이드 씬에 긴박감을 더하기 위한 교차편집 기술도 <드래프트 데이>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드래프트 데이>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했다. 비현실성 이었다. NBA에 드래프트에 관한 명언이 있다. ‘드래프트에선 남아있는 선수 중 최고의 재능을 뽑는 것이다.’ <드래프트 데이>에서 최고의 재능은 부동의 1순위 보 캘러헌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 1순위 픽을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는 보 캘러헌을 버리고 15순위도 위험하던 본테 맥을 픽했다. 개연성마저 떨어지는 비현실적 픽이었다. 아무리 써니가 본테 맥의 개인사정을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보 캘러헌은 6순위까지 떨어뜨린 2~5순위 픽을 행사한 타 구단들. 개연성 없는 ‘의심’으로 부동의 1순위를 6순위 슬리퍼로 전락시킨다. 역시나 비현실적이었다. 그 밖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해피엔딩을 위한 지명권 교환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캐릭터 활용은 좋았지만 써니의 주변인물 활용은 다소 무뎠다. 특히 비밀연인인 제니퍼 가너 (役 알리)와 엘렌 버스터 (役 바브 위버). 성과를 거둬야 하는 써니에게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이러한 캐릭터를 활용하려 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캐릭터의 활용은 모호하게 이루어져 영화의 아쉬움만 배가시켰다.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드래프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시청한 영화 <드래프트 데이>. 비록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필자의 시청 목적을 달성시키기에는 충분한 영화였다. 드래프트를 지배하는 분위기, 긴장감과 긴박감을 훌륭하게 묘사한 담백한 영화, 이반 라이트만의 <드래프트 데이>였다.

 

 

 

ps1. <드래프트 데이>는 드래프트에 대한, NFL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 되는 영화다. 이 글을 읽고 이 영화를 보려는 독자들은 꼭! 배경지식을 습득한 후 영화를 즐겨줄 것을 권한다.

 

ps2. 모 비평가가 이 영화에 대해 할리우드에 맞지 않는 영화라 평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라 해서 꼭 화려하고 자극적인 분위기를 따라야 하는 건가? 마이너한 소재로 담백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이런 영화도 있어야 진정한 ‘할리우드’가 아닌가 싶다.


ps3. KBL 드래프트 순번추첨 전날 쓴 글.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16. 13:40

영화 <어카운턴트> 간략 리뷰



- 회계사, 킬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은 매력적.


- 스토리 또한 신선했음. 심플한 액션연기도 박진감 넘쳤음.


- 하지만 과도하게 친절한 스토리 해석.


- 정신없는 편집은 아쉬움.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13. 18:39

<럭키> 간략 리뷰

 

 

- 포스터가 말해주듯이 유해진의, 유해진에 의한, 유해진을 위한 영화

 

- 대칭적인 위치에 있는 이준. 상대적으로 아쉽

 

- 배우의 역량 차이일 수도 있겠으나 이준의 에피소드 자체가 약했음

 

- 조윤희, K사 드라마 촬영 같이 할 때 보다 더 예뻐졌다.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11. 09:11

트럼보

 

제이 로치

 

 영화 ‘트럼보’를 설명하려면 다양한 #(해시태그)가 함께해야 한다. 천재작가가 선보이는 불타는 창작욕,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펜을 놓지 않는 가족애, 엇나간 욕망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면교사 삼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겸손한 어른,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세계대전 냉전 (Cold War), 그 속에서 피어난 공산주의에 대한 반(反)공운동 매카시즘. 이 어리석고도 비열한 매카시즘을 이겨낸 트럼보의 위대한 신념까지.

 


 그렇다. 영화 ‘트럼보’는 다양하고도 수많은 주제의식들이 공존하는 영화다. 다른 영화들은 하나의 뚜렷한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힘겨워 보이는데 어떻게 ‘트럼보’는 여러 개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선보일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인간 ‘트럼보’라는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에 있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농구는 센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농구에서는 센터가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말 이다. 필자는 영화는 감독놀음이라 생각해 왔다. 감독이 만들어주는 판 아래에서, 영화의 배우든, 촬영이든, 조명이든, 스토리든 모두 감독의 지휘를 거쳐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영화 ‘트럼보’는 필자의 고정관념을 깨부숴주었다. 영화 ‘트럼보’에서의 감독은 메인이 되기보다는 서브가 되기를 자처했다. 비어있는 메인의 자리를 인간 ‘트럼보’라는 캐릭터와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에게 양보했다.


 

 할리우드의 흑역사, 나아가 미국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달튼 트럼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달튼 트럼보’에 빙의된 듯 한 연기를 선보이며 ‘트럼보’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브라이언 크랜스톤 또한 놀라웠다. 특히 사람 ‘트럼보’의 습관까지 연구하며 끊은 담배를 생각나게끔 해준 그의 연기는, 연기에 대해 무지한 필자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괜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가 아니었다.

 


 서브로 물러난 감독, 제이 로치도 ‘트럼보’라는 캐릭터, 브라이언 크랜스톤이라는 배우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밸런스한 연출 실력을 뽐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혹자들은 영화 ‘트럼보’의 아쉬운 점으로 트럼보라는 거대한 캐릭터를 감당하지 못하는 무던한 연출을 지적한다. 하지만 필자는 제이 로치의 무던한 연출 덕분에 지금의 영화 ‘트럼보’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트럼보의 메인은 캐릭터, 그리고 배우다. 감독의 연출은 철저히 서브의 역할을 수행한다. 서브이 역할은 무엇인가? 메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이다. 그렇기에 제이로치의 무던한 연출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서브라는 역할에도 제이로치는 매카시즘이 지배하던 시대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견지했고, 그 속에서 지속적인 위트와 유머를 선보였다. 영화 ‘트럼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제이 로치의 이러한 균형 잡힌 연출 때문이었다.

 


 보통의 전기 영화의 경우, 대상의 지나친 신격화, 신화화로 인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트럼보’는 오히려 인간 ‘트럼보’의 현실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반대의 경우를 취하는 이 전략은 유효하게 작용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자아냈다. 필자 또한 담백한 전기 영화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상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담백한 전기 영화 ‘트럼보’였다.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6. 19:58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구파도


 

1.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 듯 말 듯 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들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리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사랑은 유치함의 연속이다. 유치하게 사랑을 시작하고, 유치하게 사랑을 나누며, 유치하게 사랑을 끝낸다. 커진텅과 션자이의 사랑도 유치했다. 유치함을 대하는 자세만 달랐을 뿐.

 

커진텅은 유치했다. 그리고 그 유치함을 션자이에게 숨기지 않았다. 션자이를 위해 유치한 고백을 아끼지 않았다. 션자이를 위해 유치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션자이도 유치했다. 그리고 그 유치함을 커진텅에게 숨겼다. 션자이는 사랑이 만개할 직전에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커진텅과 자신의 사랑도 만개할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션자이는 이 찰나의 감정을 위해 커진텅이 전하는 사랑을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션자이 자신은 사랑을 전달하지 않았다.. 자신만을 오래도록 좋아하게 강제한 션자이다.

 

유치함이 좋다던 커진텅과 유치함이 싫다던 션자이가 빚어낸 유치한,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2.

 

“평행세계에 대해 믿어? 그 평행세계에선 우린 아마 함께하겠지.”

 

커진텅의 유치한 행동으로 인해 대판 싸운 어느 비 오는 날. 커진텅은 구슬프게, 서럽게 울던 션자이를 붙잡지 않았다. 비오던 이 날의 다툼이 발단이 되어 커진텅과 션자이는 이별을 맞이한다. 이 이별은 커진텅의 키스 상대를 션자이가 아닌 션자이의 남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평행세계에선 달랐다. 어느 비 오는 날. 커진텅과 션자이는 대판 싸웠다. 커진텅은 본 세계의 자신과 달랐다. 자신의 유치함을 뉘우치고, 울고있던 션자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션자이의 눈물을 닦아줬다. 이 행동은 커진텅의 키스상대를 션자이의 남편이 아닌 션자이로 만들었다. 본 세계에선 함께하지 못했지만 평행세계에선 함께 했던 커진텅과 션자이였다.

 

 

3.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어색했다. 작위적인 연출도 많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 시절 무엇보다 찬란해던 우리들의 추억을 그 어떤 영화보다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직후, 한동안 첫사랑을 추억하게 끔 해준 유치한 영화. 구파도 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였다.

 

ps 1. 이 영화의 결말은 누가 뭐래도 본 세계의 결말. 'Happy Sad' 엔딩이었기에 이 영화가 더욱 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2. 유치함과 평행세계. 두 소재로만 글을 구성해봤다. 영화의 전체, 그리고 끝을 담당한 두 키워드라 여겼기 때문이다.

 

3. 커진텅과, 션자이의 남편. 남자끼리의 키스가 이토록 황홀하고 달달할 수 있을까?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4. 20:41

아수라

 

- 김성수


 

 <아수라>를 본 이유. 첫째, 편집장이 시켜서. 둘째, 무한도전에서 명수형 마빡 때려서. 셋째, 포스트가 멋있어서. 넷째, 정우성이 나와서. 여러 리뷰에서 <아수라>가 제목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스포 아닌 스포 당했지만, 또 남성 위주의 느와르 영화냐고 비판적 목소리가 많았지만 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 말이 난무하는 영화 <아수라>인지라 결론부터 내리고 비평을 시작하겠다. <아수라>.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아수라>의 아쉬운 점은 역시 ‘스토리’다.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듯 했다. 물론 인물들의 행위와 목적에 대한 동기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정우성 (役 한도경)이 왜 황정민 (役 박성배) 밑으로 들어갔는지, 주지훈 (役 문선모)이 왜 정우성과 대립하게 됐는지, 곽도원 (役 김차원)이 왜 정우성, 황정민을 콩밥 먹이려고 하는지. 하지만 이는 순전히 필자의 직관에 의존한 추측일 뿐이었다. 그들의 동기를 설명해줄 씬 자체는, 즉 개연성을 위한 컷은 턱없이 부족했다.

 

 

 스토리의 아쉬움은 비단 개연성 탓만이 아니었다. 서두에도 밝혔다시피 또 남성 위주의 느와르 영화도 문제였다. 너무나도 진부한 클리셰였다. 권력의 뒤편에서 권력을 위해 일하는 권력 중심적 느와르 영화. 또한 한 명 나오는 여성 윤지혜 (役 차승미)는 굉장히 수동적인 캐릭터. 더 이상 언급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진부한 문제였다.

 

 

그래도 <아수라>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한 이유. 배우와 감독의 연출 때문이었다.

 

 

 <아수라> 개봉 전, 이 영화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이유는 단연 출연진이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진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아수라>에 적격인 캐스팅이었다. 이 캐스팅은 영화에 그대로 맞아들어 배우들은 김성수 감독이 차린 판에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모든 배우들이 어마어마한 내공을 뿜어내며 위대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수라>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주지훈’이었다. 정우성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바뀌는, 굴곡이 있는 양면적인 캐릭터 문선모. 주지훈은 선모를 강렬한 눈빛연기와 함께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는 <아수라>의 후반부 영안실 씬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성수 감독의 연출도 필자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아수라>의 전체는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부분으로는 압도적인 연출이 많았다. 우선 액션씬. 무엇보다 카메라 워킹이 예술적이었다. 김성수 감독은 대부분의 액션씬에 기존 액션씬들보다 조금은 더 긴 테이크를 가져갔다. 박진감이 생명인 액션씬에선 숏테이크가 정석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은 과감히 롱테이크를 선택했다. 롱테이크에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이 입혀지니 화려하고 타격감 있는 액션씬이 완성됐다. 아직 잊히지 않는 장례식 씬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아수라> 연출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차 추격전. 느와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차 추격씬. 자칫하면 과거의 영화들을 답습할 수 도 있기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수라>의 차 추격씬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김성수 감독만의 탁월한 연출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씬은 필자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감히 차 추격씬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외 8090년대 영화를 방불케 하는 듯한 영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뚝심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김성수 감독의 연출과 말 그대로 아수라가 지배하는 지옥도를 보여주는 듯한 <아수라>의 마지막 풀 샷은 박수를 보낼 만 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아수라>는 잔인했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했다. 과하기도 했고 과시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수라>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성수 감독만의 영화세계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숲을 버리고 나무에 치중한 영화지만 그 나무가 숲의 본질을 완벽히 보여준 매력적인 느와르 영화,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였다.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10. 1. 18:17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매튜 본

 

 

우리나라에 광풍을 일으킨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사실 필자는 이제 봤다.

미국에서 먼저 본 여친이 비추했기 때문.

그래도 기간 다 되가는 공짜표는 있고다른 영화들은 다 봤고..

불가피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

매튜 본이라는 이름 값을 믿고!!

기대가 낮았던 탓 일까꽤나 재미있게 본 영화.

우선 한줄 평은 ... 시각적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안타까운 스토리 라인.

 

 

이 영화에서 가장 극찬을 받을 만 한 점은 역시 연기.

콜린 퍼스의 필모그래피 중 첫 액션 영화라는데 왜 이제야 액션에 입문했을까?

간결하고 깔끔한 액션 연기사람들이 왜 콜런 퍼스에게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발렌타인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스냅백을 쓴 기득권 층그리고 매력적인 그의 영어 발음.

오묘한 이 조합들이 필자를 사로잡았다.

또 그의 비서정말 섹시했다......... ㅎㅎㅎㅎㅎ

격이 다른 그녀의 액션은 섹시하고 귀엽고 그냥 좋았다..........

 

영화 기술 및 편집 얘기.

사람들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요소는 킹스맨 만의 흥겨운 잔인함.

킹스맨에선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청불 등급인 이유.

하지만 이 잔인함이 흥겹다무슨 소리지?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어울리지 않은 즐거운 BGM이 깔린다.

눈살 찌푸려지는 잔인한 장면이 흥겹게 변모하는 순간이다.

이 익살스러운 모습이 가장 두드러지는 순간은 머리폭죽 씬.

매튜 본 감독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순간 이었다.

 

그리고 원테이크 교회 씬.

액션영화 첫 주연 콜린 퍼스의 노련한 액션연기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BGM.

눈을 땔 수 없는숨 막히는 장면이었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그리고 영화의 유일한 원테이크 씬.

모순의 결정체가 빚어낸 최고의 씬 이었다.

 

그 다음 스토리 얘기.

필자가 안타깝다고 표현했는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뻔한 권선징악 이야기결국 악당은 죽고 주인공은 승리하겠지.

 

또한 발렌타인의 악행에 대한 근거가 너무 부실했다.

단지 새로운 세상을 위해 사람들을 죽인다?

이게 뭔 소리야... 최소한 공감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필자가 지배층이 아니라 공감할 수 없는 것 일까??

 

그리고 플롯의 분배가 많이 아쉬웠다.

킹스맨의 플롯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킹스맨 오디션 그리고 킹스맨 본연의 임무.

당연히 후자에 더 집중되어야 한다.

왜냐제목 자체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니까.

시크릿 에이전트의 모습을 임팩트 있게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킹스맨 오디션 자체에 많은 초점이 맞춰 있었다.

킹스맨 오디션이 더 긴장감 있었고 무게감 있었다.

아쉬웠다......................

 

킹스맨 2편이 제작된다는 것 같다.

필자가 제대하면 상영하겠지.

그때도 아 영화 별론데 하면서 보러갈 것 같다.

비록 스토리는 아쉬웠지만

메튜 본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통쾌함이 이를 보완해줄 것 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 예전에 쓴 글.. 저퀄리티 감안좀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9. 30. 19:09

결혼전야

 


- 홍지영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꼭 봐야지 했었지만 보지 못했다. VOD로 풀려서 웹하드에 올라왔을 때, 이때도 봐야지 했었지만 다운만 받아놓고 보지 못했다. 그런데! 필자가 군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상상도 못한 일 이었다.

 


 주말에 할 일 없이 누워있었는데 동기가 영화 하나 보자고 리모컨을 들었다. 전 군의 TV는 모두 IPTV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았다. 수많은 영화 중 동기는 킬링타임으론 최고의 영화라며 이 ‘결혼전야’를 골랐다. ‘아! 드디어 보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나온 영화지만, 꼭 봐야지 했던 영화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필자와 이제야 만나게 된 ‘결혼전야’.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평을 시작해보겠다.

 


 필자는 결혼전야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화려한 여배우 캐스팅 때문이었다. 믿고 보는 비주얼 소유자 이연희, 매력 그 자체인 고준희, 압도적인 분위기의 소유자 김효진까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황홀한 여배우 라인업이었다. 이러한 기대감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과 어느 정도 상응했다. 이연희는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고준희는 발랄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김효진은 유쾌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영화의 영상미 또한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상들의 구도나 색감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특히 제주도 시퀀스가 조화의 절정을 이뤘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상미를 지닌 영화였다. 이 영상미 덕분에 배우들도 더 빛난 듯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장점들은 이게 다 였다.


 

 결혼전야의 단점은 장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아쉬운 단점 한 가지만 쓰겠다.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바로 플롯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실성과 개연성이다.

 


 이 영화에선 4커플이 나온다. 3커플은 결혼전야에서 벗어나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한 커플은 비극을 맞는다. 그들은 바로 이연희 - 옥택연 커플이다. 이러한 특이점 때문인가? 감독이 극에서 가장 힘을 준 커플이기도 하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메인에 선 플롯이, 감독의 푸시를 받는 플롯이 당연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혼전야는 이 ‘진리’를 거역했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혹평들을 견뎌내야 했다. 7년이나 사귄 이연희 - 옥택연 커플. 결혼을 앞두고 이연희는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만난 가이드 주지훈. 2박 3일이라는, 7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 안에 주지훈에게 빠져든다. 잠자리까지 같이 했다. 그래서 결혼 식 날, 이 커플은 마지막 포옹을 끝으로 파혼한다. 그 후 이연희는 주지훈을 찾아간다. 어떤가? 공감이 가는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이연희의 뒤통수는 ‘사랑’의 힘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옥택연의 캐릭터는 도대체 무엇인가? 7년 사귄, 결혼을 앞둔 여친을 이토록 쉽게 놓아줄 수 있는 것 인가? 보살? 대인배? 이해할 수 없다. 역시나 비현실적이다. 필자 또한 7년 넘게 사귀고 있는 여친이 있어서 그런지 이 커플에 더욱 더 몰입한 것 같다. 필자의 울화통이 터질 듯 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다.

 


 전체적인 개연성도 아쉬웠다. 개연성의 부족은 감독의 욕심이 만든 결과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에는 총 4커플이 나온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각 커플 당 30분 정도의 분량을 갖게 된다. 결혼을 불과 며칠 앞둔 커플들의 에피소드들을 불과 30분의 분량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4커플 모두를 한 영화에 담으려는 감독의 욕심이 개연성 없는 결혼 전야를 만들었다. 사실, ‘전야’라고 표현 될 정도의 결혼직전 상황을, 짧은 시간에 보여주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 욕심은 영화 후반부, 결혼식 씬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4커플의 얽히고설킨, 지극히 인위적인 인연들이 모이는 결혼식 씬. 너무나 난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영화 흥행의 기본은 ‘공감’이다. 특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공감’이 영화의 모든 걸 좌우한다.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30대의 마음을 대변하고, 고민을 공유하고,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공감이 전제되어야 하는 장르다. 또한 그런 장르여야 한다. 영화에 화려한 캐스팅을 입히면 뭐하나,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이면 뭐하나,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을 위반했는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든 제작진, <키친>의 홍지영 합작한 작품이라, 그리고 그들의 주 무기인 로코물이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동기의 말대로 킬링타임은 제대로 되었다. 무료한 주말을 빨리 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