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 하정우
필자는 학교 교양 수업 중 반 이상을 문학 수업으로 채운다. 문학이 좋기 때문이다. 높은 평점은 덤. 1학기 때 문학 교양 수업을 듣던 중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의 발표를 들었다. 중국 위화의 작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같지 않은 핑계와 함께.. 발표를 들어보니 꽤나 흥미가 가는 이야기였다. 피를 파는 사람의 찡한 가족이야기. 하지만 관심도 잠시. 바로 기말고사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종강 후, 교수님께 메일을 썼다.
“이번 강의에서 교수님이 추천하는 문학 3작품은 무엇입니까?”
교수님께선 첫째로 허삼관 매혈기를 꼽으셨다. 이유는 재미.
여름방학에 들어가자, 기나긴 봉사활동을 가기 전, 구립도서관에 가서 허삼관 매혈기를 접했다.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책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미친 감정변화를 겪었다. 이 작품은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연극으로는 만들어 졌다고 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작품. 위화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도 기억에 남았다.
그 후 허삼관 매혈기 (이하 허삼관) 는 점점 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냥 일하면서 학교 다니면서 하다보니 뭐.. 허삼관을 읽은 후 몇 주가 지났나.. 한 연예기사를 봤다. 허삼관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내용이었다. 감독은 하정우였다. 하정우? 롤러코스터? 헐../ 매니아틱한 감독 하정우의 영화. 과연 허삼관 매혈기를 제대로 영화화 할 수 있을까? 기대했던 허삼관의 영화화인데 감독을 보고 기대가 걱정으로 변했다.
걱정을 품은 채 영화관에 들어섰다. 다 보고 난 후의 생각은 역시 감독 하정우.. 배우로서 하정우의 역량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연기력 측면에서는 정말 좋았다. 하지원의 연기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일락 이락 삼락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감독으로서 하정우의 역량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허삼관의 스토리 그대로 밀고 나간 배짱은 칭찬할 만 하다. 해외문학 판권을 사면 대부분의 영화는 한국식으로 각색돼서 나온다, 결과는 망.. 퀄리티가 더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하정우는 한국식 각색을 거치지 않고 나왔다. 여 타 영화와 특이점을 두고 괜찮게 재현해서 위화의 허삼관을 접하고 본 필자 입장에선 보기 좋았다.
또한 영화 초반 간간히 느껴지는 하정우 만의 개그도 좋았다. 롤러코스터 식 개그라 할까? 아니다. 롤러코스터 식 개그는 매니아 틱하지만, 이번 개그는 롤러코스터 식 개그를 좀 더 대중적으로 바꾼 것 개그였다. 공감할 수 있는 재미였다. 하지만 장점은 이게 다....... 라고 생각한다.
우선 감독의 배우 활용이 아쉬웠다. 역량이 뛰어난 조연배우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롤은 한정됐다. 그것도 너무 지나치게.. 영화 초반에만 그들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조연배우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하지만 초반 이후 그들은 스크린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과장 조금 더 해 하지원, 하정우, 일락이만 나왔다. 캐스팅은 좋았다. 하지만 캐스팅만 좋았다. 그들을 좀 더 활용해 봤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감정문제.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위화의 허삼관을 읽을 때는 감정이입이 잘 됐다. 웃기고 울리고 웃기고 울리고. 독자들을 잘 꿰뚫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하정우의 허삼관은 그들만 웃고 울고 웃고 울었다. 안타깝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이러니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화의 전개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보통 시나리오는 기승전결의 구성을 따른다. 하지만 허삼관을 봤을 때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닌 초반, 후반.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뉜 느낌이 들었다. 초반 1시간은 조연들과 잘 어우러져 재미있고 웃긴 영화를 잘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 1시간은 ‘갑자기’ 울었다. 물론 관객이 아닌 배우들만. 영화의 맥이 뚝 끊긴 느낌이 들었다. 보기 불편했다. 1시간은 웃기고, 1시간은 울리려고 시도만 하니..
아.. 너무 아쉽다. 나쁘지 않았던 주변의 평, 범접할 수 없는 위화의 허삼관, 필자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두 요인.. 차라리 위화의 허삼관을 보기 전에 하정우의 허삼관을 먼저 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아쉬움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갑자기 한 사람이 원망스러워진다.허삼관 매혈기를 추천한 교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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