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2017. 9. 27. 23:40

침묵택시

 

 

 얼마 전 여러 커뮤니티를 달궜던 이슈. 침묵택시다. 일본에서 먼저 도입된 침묵 서비스. 우리나라에도 강남점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택시도 침묵 서비스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이번 글을 쓰기 전 까지 나는 침묵택시에 공감하지 못했다.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 내가 택시를 안 탄다. 지하철도 몇 푼 아껴보자고 정기권 끊고 다니는데 택시를 이용할 리가. 이용한다 하더라도 정말 급한 일 있을 때. 그것도 택시기사들한테 기사님, 정말 죄송한데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지금 회의에 늦어서이런다. 얼마나 싸가지 없어 보였을까. 회의도 없는데. 어쨌든 이번 글을 기획하면서 취재를 해봤다. 원고료와 택시비를 맞바꿔서 택시를 이용해봤다. 택시 기사들은 침묵택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

 

 솔직히 말해서 이번 취재는 실패했다. 아니, 실패할 걸 알고 있었다. 고작 몇 명의 택시기사들과 택시손님 몇 명 만나봐서 일반화 할 수 없기에. 그래도 정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들도 찬반이 갈리고 손님들도 찬반이 갈렸다. 그리고 진리의 케바케를 넘을 수 없었다. 택시기사 바이 택시기사.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나도 이걸 느꼈으니까. 어떤 택시기사는 내가 젊은 사람인 걸 의식해서 그런지 아무 말도 안했다. 다른 분은 꼰대의 태도로 일관했다. 또 다른 분은 나랑 잘 통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젊은 층은 침묵택시에 찬성했다. 특히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찬성 비율이 많았다. 택시기사들이 불쾌한 섹드립을 친다는 이유였다. 남성들은 반반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손님들의 경우는 젊은 층과 상반된 의견이었다. 대한민국 특유의 문화를 언급했다. 침묵택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인 정이 없어질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

 

 취재를 하고 나서 느꼈다. 침묵택시가 굳이 필요할까? 사회적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택시기사와 손님,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그것도 서로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두 사람이라니. 너무나 삭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견을 밝혔으니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ps. 최근에 기고한 침묵택시 관련 글 일부분. ..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화의 끝판왕 글이라고 생각드네요. 이때 한 택시 아저씨를 만났는데 말이 잘 통하던 분이었습니다. 굉장히 박학다식하시고 유머러스함까지. 왜 이렇게 똑똑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라디오만 주구장창 듣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씀하는 겸손함은 덤. 그냥 이 아저씨에 대한 호감 탓이라 저렇게 결론지어버린 것 같네요.  

Posted by AC_CliFe
Column2017. 8. 25. 19:59

기대

 

인간은 무언가의 문제를 거치면 결과를 궁금해 한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 기대라는 심리가 숨어있다.

 

기대라는 건 참으로 무섭다.

 

주어진 문제가 있을 때,

그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누구나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기대는 품게 된다.

기대의 크기는 노력에 비례하겠지만, 어쨌든 기대라는 심리가 생긴다.

 

01은 다르듯이

유와 무는 다르듯이

 

그리고 결과가 나온다.

 

나쁜 결과가 나왔다.

좋은 결과를 바라면서 절실한 노력을 투자한 사람은 기대가 많다.

좋은 결과를 바라지만 크게 노력하지 않은 사람 또한 기대가 많다.

 

그리고 둘은 결과적으로 같은 실망을 하게 된다.

 

그렇다.

이번에 S사 필기시험에 떨어졌다.

나는 좋은 결과를 바라지만 크게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다.

 

분명 필기시험 당일,

이거 무조건 탈락이네. 이러고 왔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렇지 않다.

혹시나? 혹여나? 내 정성스러운 개소리를 즐겁게 봐주지 않을까?

야속한 자위를 했다.

 

역시나였다.

그래서 나는 절실하게 노력을 해 불합격을 맛 본 사람들과 같은 실망을 느꼈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망할.

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12. 13. 19:22

보도국에 파견을 갔을 때다.

보도국에는 큰 TV 한 대가 있다. 자사나 타사 뉴스 모니터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모니터를 통해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리포트를 보면서 기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덕분에 보도국에선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모니터에선 비정규직 처우 관련 리포트가 나오고 있었다.

 


방송국에는 대부분의 인력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헌신 없이는 방송국 시스템은 붕괴될 거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허나 방송국 내 비정규직 처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방송국 자기네들은 반성하지 않고 타 업종의 비정규직 처우를 문제 삼는 리포트라니.

그래도 양심은 있나보다.

순간 얼어버린 보도국 분위기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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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11. 6. 18:24

목도할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

 

 


0.

 성폭력이 난리다.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고 요동치고 있다. 요즘 성폭력의 특징은 권력관계다. 갑을 프레임 속에서 자행되는, 권력에 기댄 성폭력 이전보다 더욱 이슈화 되는 실정이다. 군 입대 전, 아이러니하게도 성폭력이 활개 치던 곳에서만 일해 왔던 필자. 허나 나이와 짬에서 밀려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필자. 군대라는 폐쇄적 환경과 익명성이 보장되는 블로그라는 공간에 기대 목도할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을 기록해보려 한다.

 

 


1.

 야구를 그만두고 스포츠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필자. 간접적으로라도 스포츠를 즐겨보려고 모 스포츠마케팅 대행사에 들어가 야구, 농구 각각 한 시즌 씩 일한 적이 있다. 필자의 업무는 이벤트 관리. 구체적으로는 치어리더 관리였다. 치어리더는 밝은 미소와 우아한 춤 솜씨로 관객들의 응원에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경기장의 꽃이라 불릴 만 한 그녀들. 하지만 이 꽃을 탐하려는 벌레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같이 사진을 찍자며 그녀들의 주요 부위를 더듬는 행위는 기본. 심지어 탈의실 창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점점 도가 지나치는 행동을 하자 필자도 그만 두라며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돌아오는 건 모욕적인 쌍욕 뿐. 비용을 지불하고 돌아왔단 이유만으로 관객 본인들을 갑이라 여기고 저지른 저질 행위들. 기억하기 싫은 과거였다.

 

 


2.

 흔히 기자. 특히 공중파 기자는 갑의 위치에 군림한다고 생각한다.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보도하고 대중에게 인지시키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기에. 그러나 이는 남성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여성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철저히 을이 되고 만다. 


 지난 세월호 사건 때 필자는 보도국으로 파견을 갔다. 보도국 특성 상 기자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많았다. 언젠가 비교적 연차가 낮은 기자들과 술자리에 동행했었다. 언론인 지망생인 필자. 그들에게 물었다. 기자의 고충이 뭐냐고. 예상했던 것 보다 힘들다. 체력적으로 너무 고되다.. 등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한 여기자가 말했다. 여자라서 힘들다고. 무슨 소리냐고 의문을 표했다. 성(性)에 관한 얘기였다. 그 여기자는 사회부 기자였다. 사회부는 야간 취재, 술자리 취재가 많은 부서였다. 더구나 취재원들은 주로 386세대라 일컬어지는 40·50대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취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는 대가로 성을 요구했다. 농담을 빙자한 노골적인 섹드립은 물론 옆에 앉아서 술을 따르라 명령하고 나가서 섹시한 춤을 춰보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 더 서러웠던 것은 얼른 하라고 부추기는 선배 남기자들의 압박. 취재 과정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이 갑, 정보를 제공받는 기자가 을이었다. 취재원들은 정보를 권력으로 간주해 여기자들에게 성을 강요한 것이다. 아직도 시대를 역행하는 갑을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니. 무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3.

이리저리 팔려 다니긴 했지만 필자의 본 소속은 예능국이었다. 음악방송을 전담한 조연출. 정말 재미있었다. 페이도 괜찮았고 업무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도 다수 만났다. 무엇보다 필자가 원하는 일을 했기에 즐기면서 업무에 임했다. 하지만 방송계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방송계의 그림자는 역겨움으로 표상되는 성폭력이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허나 방송계 사람들은 수많은 방법을 단 두 가지로 압축한다. 피나는 노력하기 아니면 자신의 성을 수단화하기. 전자는 순전히 본인만의 노력으로 연예인이 되는 방법이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정도(正道). 대부분이 이 정도를 걸어 연예인이 됐다. 후자는 본인의 성을 데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연예인이 되기 위한 지름길로 불린다. 이 길을 택한 연예인 지망생은 성을 바쳐야만 그토록 갈망하던 연예인이 될 수 있다.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남성도 그들의 성을 상납해야 했다. 또한 이 길엔 여러 권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연예기획사부터 브로커, 국내 유수의 대기업까지....... 꿈꾸는 이들을 을로 만들어 왜곡된 성욕을 채우려는 갑들. 지독한 갑을관계가 정상(正常)처럼 여겨지는 방송계. 과연 필자가 역겨움이 판치는 이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진지한 고민을 안겨준 4년간의 조연출 생활이었다.

 


 

4.

 완전한 글은 문제 제기서부터 대안까지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글을 불완전하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장고를 거듭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라. 성에 대한 윤리의식을 제고하라. 성 관련 제도를 강화하라. 다른 글들이 제시한 대안들은 너무나 추상적이었다. 그저 바랄 뿐이다. 권력이 득세하는 갑을프레임의 사회구조가 붕괴되어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사회가 도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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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8. 30. 19:12
배우 신혜선에 대하여

1.

 필자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에 처음 올라가게 된 작품은 K사의 <예쁜 남자>라는 작품이다하지만 필자의 첫 작품은 <예쁜남자>가 아니었다. K사의 <학교 2013>이라는 작품이 사실상 필자의 첫 필드 작품이다.

 


2.

 고때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고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즈음삼촌의 권유로 들어가게 된 <학교 2013> 촬영 현장스태프 참여는 그 전에도 경험이 있어서 크게 겁나지는 않았다지금 추억해보니 당시에는 정말 즐겁게 했었다막연히 꿈꾸던 드라마 PD라는 직업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니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3.

 촬영 현장 투입 후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쯤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역시 눈에 띠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광채를 자랑하는 배우들필자가 남자이다 보니 저절로 여배우들을 향했고 인상 깊은 배우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학교 2013은 드라마 콘셉트 특성 상 신인급 여배우를 많이 썼다당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배우는 신혜선’ 이었다필자처럼 <학교 2013>이 처녀작 이었던 그녀현장에서는 신인이어서 그런지 다소 기죽은 모습이었지만카메라에 불만 들어오면 당찬 에너지를 뽐내던 그녀였다필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배우이기도 했고필자의 여친과도 닮은 배우이고 했고소화하기 힘든 숏컷이 어울리기도 하는 아리따운 배우이고 했다.


 

4.

 시간이 흐르니 근황만 검색하는 정도만 됐고그렇게 일상에 젖어갈 때필자는 입대했다군대에서 모든 남자들이 그러듯이 그냥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던 중, <오 나의 귀신님이라는 작품을 접하게 됐다귀여움의 대명사 박보영이 주연으로 나서는 드라마안 볼 수가 없는 군인 신분의 필자였다그렇게 드라마를 보던 중예상과는 달리 필자의 눈은 박보영이 아닌 다른 배우를 향하고 있었다휠체어를 타며 단아한 모습을 자랑하던 그녀배우 신혜선이었다.

 


5.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그녀만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탄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무엇보다 머리를 기르니 더 예뻐진모습이었다그 후 검사외전에서도 강동원 상대역으로 씬스틸러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고최근에는 주말 연속극 <아이가 다섯>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며 자신만의 에너지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6.

 그간 여러 연예인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까지 필자가 관심을 쏟은 여배우는 없었다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하고여린 감정이 드는 여배우다물론 나보다는 5살이나 많은 누나이지만사실 나만의 배우라고 생각해서 안 뜨길 바랐는데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데뷔해 이제 빛을 보게 됐으니 그녀의 앞날을 축복해 줘야겠다... ㅠ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그리고 후에 제작할 필자의 작품에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혜선 누나 제발 함께 작품했으면 좋겠어요진짜 좋은 작품 만들어 줄 수 있어요.....!



ps. 필자와 함께했었던 배우이니 각별하기도 하고애틋하기도 해서 글을 끄적여 봤습니다.

 



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8. 29. 12:37

하연수를 위한 변명

 

 

 역시나 훈련으로 점철된 일과를 끝내고 힘들다는 투정과 함께 생활관을 복귀했다. 피곤함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문득 생각났다. 오늘은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하 사지방)을 이용할 수 있는 날! 피로를 업은 채 사지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회와의 단절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모니터를 키면 무의식적으로 녹색창의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며 스크롤을 내린다. 눈에 띠는 검색어가 있었다. ‘하연수’. 개성 있는 마스크를 지닌 여배우로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던 연예인이었다. 새로운 작품에 캐스팅됐나? 아니면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했나? 기대감을 품은 채 ‘하연수’를 검색했다. 필자의 기대와 달리 녹색 창에 나타난 건 때 아닌 하연수의 ‘인성’ 논란이었다.

 

 

 누리꾼 : "실례지만 사진 가운데 작품이 뭔지 알고픈데 방법 없나요?"

하연수 :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여서 답변 드립니다. selbstportat 1914년 작품입니다."

 

 하연수 :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공연도 더 많이 챙겨 보고 하프 연주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본문 게시글 내용)


누리꾼 : "대중화를 하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너무"

하연수 : "인류 최초의 악기인 리라에서 기원한 하프는 전공자 분들이 다루시는 그랜드 하프와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켈틱 하프,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수천만 원대의 그랜드 하프와는 달리 켈틱 하프는 50만 원 이하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가격대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덧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물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논란이 되는 하연수의 답글이다. 질문을 한 누리꾼에게 조롱하는 듯한, 빈정대는 듯한 답글을 달았다는 게 하연수의 인성논란을 조장한 자들의 주된 논지였다. 그러나 필자는 하연수의 답글에서 논란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필자의 눈이 잘못된 건가? 여러 번 정독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조롱, 빈정의 느낌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하연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장편의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

 


 간단히 말하면 SNS라는 피상으로 ‘하연수’를 접하는 수용자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SNS는 적게는 수십 글자, 많게는 수백글자 만을 이용해 소통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즉 키보드 위에 새겨진 ‘글자’라는 수단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SNS는 필연적으로 피상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하연수는 이러한 SNS에 자신의 성격 그대로를 녹여내려 했다. ‘진지충’이라 불릴 만큼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그 성격이었다. 그래서 논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다시 한 번 위 소통을 보자. 하연수는 단지 자신의 진지한 성격을 담아 답글을 단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필자가 보기엔 전혀 논란의 소지가 없는 답글이었다. 하지만 다른 수용자들은 아니었나보다. 그들은 하연수의 답글을 진지함이라는, 그녀의 성격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하연수의 진지함을 조롱과 비아냥으로 둔갑시키고 그녀를 비난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소통’에 있어서 전달자의 발화 의도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전달자 그 자신뿐이다. 즉 이 소통에서 하연수의 답글이 조롱, 빈정인지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하연수 본인뿐이다. 또한 그간 하연수의 SNS행적을 살펴보면 그 답글을 하연수의 진지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헤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통은 타 수용자들이 목격하고 하연수의 답글을 조롱, 빈정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하연수에게 폭력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하연수 고유의 성격을 부정하는 수용자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였다.

 


 수용자들의 ‘여배우 판타지’도 지금의 하연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수용자들은 TV에 나오는 여배우들을 보며 생각한다. TV속의 모습만이 그녀들의 진짜 모습일 것 이라고. 이를 바탕으로 여배우에 대한 그들만의 판타지를 구축한다. 나아가 그 판타지를 여배우에게 강요하기에 이른다. 판타지에 호응하는 행동을 하면 여배우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하고 불응하는 행동을 하면 호감도는 하락한다. 하연수의 경우는 후자였다. 여러 드라마 및 예능에 나왔던 하연수의 모습. 수용자들은 이에 근거해 여배우 하연수에 대한 판타지를 구축했고 이에 응하길 강요했다. 하지만 SNS상에서의 여배우 하연수의 모습은 그들의 판타지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수용자들은 하연수란 여배우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곧 하연수의 인성 논란으로 귀결됐다. 물론 하연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자신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고 강제한 사람들은 수용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연수는 SNS라는 피상에 여배우 하연수가 아닌 인간 하연수의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좀 더 진실 된 소통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연수는 SNS라는 피상에 진상(眞想)을 추구해 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염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하연수는 진상(進上)이 되었다. 그리고 미성숙한 본인의 모습을 반성한다는 골자의 사과 글을 썼다. 하지만 하연수는 전혀 미성숙 하지 않았다. 팬들과의 쌍방향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기에, 그만큼 성숙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일로 하연수라는, 그 누구보다 성숙한 배우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날것의 글

ps2. 시간이 꽤 흐른 글

 

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8. 27. 18:49

장예원 아나운서의 눈물

 

 

1.

 “뉴스는 철저하게 사실 및 정보 전달의 성격을 갖는다전달 과정에서 아나운서의 감정은 당연히 배제되어야 한다.” - 前 S사 앵커 출신 교수의 말

 


2.

 필자는 1. 발언에 부분적으로 동의했다뉴스라는 매체 자체는 사실 및 정보 전달의 성격즉 객관성을 바탕으로 하는 매체이기에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 또한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란 때론 주체할 수 없는 법그렇기에 예외는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3.

 2년 전예외라고 할 수 있는 아나운서의 감정’ 들이 쏟아졌다세월호 사건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당시박선영 아나운서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손석희 아나운서는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

 이런 감정들은 공감할 수 있었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슬픔이라는 동일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

 4일 전또 다른 아나운서가 뉴스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장예원 아나운서였다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SBS 리우 2016’에서 눈물을 보였다.

왜 울었을까?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올림픽 축구 8강전대한민국이 졌다는 소식을 전하다 울었다.



6.

 하지만 장예원 아나운서의 감정은 보기 불편했다물론 축구경기에서 진 것은 아쉽고 안타까웠다하지만 승리와 패배가 명확히 나뉘는 스포츠에서패배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런데 그런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에서대한민국이 패배해서 슬프다고아나운서가 생방송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눈물을 흘리면서울컥 하면서 방송사고로 직결되는 혼잣말까지 하면서전혀 공감할 수 없는 그녀의 감정이었다위에서 언급한 예외세월호 예시와 비교하면 더더욱그녀가 진정 프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7.

 대중들의 수많은 질타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터이 외에도 그간 아나운서 자질 논란이 숱하게 있었던 장예원 아나운서인 만큼다음번에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달라진 모습으로 그녀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8. 26. 19:51

1.

 필자는 당직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의 당직은 나쁘지 않았다.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때 관련 직종에 몸담았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올림픽은 즐거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무슨 종목을 볼까 채널을 돌리던 도중 한 채널에서 필자의 눈이 멈췄다. 수영이었다. 왜 하필 수영에서...? 그 경기는 도핑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박태환 선수의 경기이기도 했지만, 문득 기훈단에서 같이 훈련을 받은 지현이 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

 작년 봄, 공군인의 요람.. 기훈단에 들어갔다. 낯선 환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띠는 사람이 있었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피지컬에 긴장한 내색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 그리고 필자의 나라사랑카드와 다른, 증명사진이 박혀있는 나라사랑카드의 소유자! 그 사람이 지현이 형이었다. 딱 봐도 비범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뭐 하다 온 사람일까. 혼자 상념에 잠겼을 때 즈음, 소대 내(內) 퍼진 소문을 통해 형의 정체를 알게 됐다. 전(前)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말로 비범한 사람이었다.

 

 

3.

 지현이 형은 소대를 대표하는 직책, 소대근무를 맡았다. 그리고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그만의 포스와 아우라에 환호하며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지현이 형의 리더십 아래 우리는 우수 소대로 거듭났다. 실제로 수차례 거듭되는 전투뜀걸음에서 단 한명의 낙오자도 나오지 않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게 길고도 짧은 6주라는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4.

 6주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지현이 형과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꽤나 많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수영을 시작하게 됐는지, 국가대표에 발탁된 계기는, 올림픽 에피소드는 뭐가 있는지 등 수영 선수 생활 전반에 관한 질문부터, 박태환 선수랑 친한지, 정다래 선수 정말 예쁜지 등 다소 유치한 질문까지 지현이 형은 다 대답해줬다. 하지만 정작 형에게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수영선수, 그것도 국가대표까지 지닌 형인데 왜 국군체육부대가 아닌 ‘공군’에 왔는지?

 

 

5.

 지현이 형이 한창 배영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감기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지현이 형은 당시 현역 수영 선수였으므로 당연히 도핑에 걸릴 성분은 뺀 약을 처방해주라 청했고 담당의사는 이에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감기약이 문제였다. 의사가 실수로 금지약물 성분의 약을 처방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현이 형은 한국 도핑방지 위원회에서 선수생활 정지 2년이란, 최고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의 여파로 인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지 못하고 공군에 입대했던 것이다.

 

 

6.

 기훈단을 수료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이 사건에 대해 숙고하고 나름의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이상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우선 지현이형은 악한 의도를 품고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약물 복용이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청문회에 당시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자진출석하여 자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생활 정지 2년이라는, 가혹한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징계를 감해달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지현이 형은 아니, 선수 김지현은 결국 2년이란 시간동안 억울하게 자숙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7.

 기훈단의 6주는 어느 샌가 추억이 되고, 자대에 와 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현이 형의 글이었다. 2년간의 징계기간이 끝났다는, 그동안 수영 계에 폐를 끼친 점 죄송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2016 MBC배 전국 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배영100m에서 3등의 성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지현이 형 소식이었다.

 

 

8.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경기 감각, 운동하기에 열악한 군대라는 환경, 그리고 89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까지. 모든 것이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이를 다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지현이 형! 진정한 수영천재의 ‘뒤늦은’ 복귀를 축하한다는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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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