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6. 9. 8. 14:48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1.

 2차 세계대전 직후, 관련 국가들은 전쟁의 후폭풍으로 갖은 고생을 겪었다. 하지만 이 고생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있었다. 미국이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대신 자국의 군수사업을 연관시켰다. 미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거머쥐게 되었고 유래 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2.

 미국 국민들은 낙관했다. 경제적 호황은 물질적 풍요 뿐 아니라 정신적 풍요까지 안겨다 줄 것 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경제적 호황은 정치의 보수화로 직결됐다. 보수적 정치는 강력한 매카시즘, 철저한 국가 신봉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순응을 강요했다. 국민들은 보수적 억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정신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빈곤이 만연한 미국이 되었다.

 


3.

 미국의 암흑기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미국에 대한 염증과 분노를 느꼈다. 이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4.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세상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출하던 그의 삶은 다음 세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낙제, 방황, 여동생 피비. 홀든은 이 단어들로 자신의 삶을 도배한 채 체제 저항적 인생을 살아갔다.

 


5.

 홀든은 학생이다. 학교라는 기관에 소속되어 공부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낙제를 받았다.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 받았다. 결국 명문 펜시고등학교를 끝으로 총 4번의 퇴학을 당했다. 홀든은 학교가 싫었다. 학교에는 장차 캐딜락을 살 수 있는 시분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속물뿐이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우수한 청년들을 양산한다는 허무맹랑한 목적을 가진 교수들뿐이었다. 학교의 본질을 잊어버린, 가짜 (Phony)만이 판치는 학교였다. 기만과 가식의 학교를 혐오했던 홀든은 자발적이고도 강제적인 퇴학을 당하면서 학교를 떠난다.

 


6.

 학교를 떠난 홀든. 서부로 가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가짜로 더럽혀진 이 세상에서 진실 된 나, 진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홀든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창녀를 만났고, 옛 친구 샐리를 만났고, 은사 안톨리니를 만났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역겨운 기성사회의 일원이었다. 기성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답습한 모습이었다. 결국 홀든은 외로움을 느꼈고, 고독을 느꼈고, 우울을 느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홀든은 기성세대의 산물인 술과 담배에 자신을 맡겼다. 그토록 혐오하던 기성사회에 스스로 발을 내딛은 홀든이었다.

 


7.

 기성사회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기성사회로의 편입을 택한 홀든. 하지만 그의 우울증은 악화됐고, 무력감도 동반됐다. 기성세대에 찌들지 않은 순수성에 대한 갈망도 증가했다. 이런 홀든 앞에 여동생 피비가 나타났다. 홀든은 위선과 허위의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는’ 순수성을 원했다. 피비는 홀든이 바라던 순수 그 자체였다. 홀든은 피비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피비를 보면서 다짐했다.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그들을 붙잡아주는,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로.

 


8.

 시간이 흐른 후, 홀든은 순수한 아이들이 가짜세계로 진입하는 걸 막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을까?

 


9.

 <호밀밭의 파수꾼>은 신경쇠약에 걸린 홀든 콜필드가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는 회고의 구성을 띠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에서 암시하듯이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데 실패했다. 돌이켜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꿈이었다. 홀든은 기성사회가 다져놓은 가짜를 전복시킬 힘이 없는 16세의 아이였다. 또한 이미 굳어진 기성사회에 저절로 순응하게 되는, 그래서 도망칠 수 없는, 필연적 세계, 그리고 운명이었다. 결국 홀든인 기성사회를 진전하다 신경쇠약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10.

 미국 정신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호밀밭의 파수꾼>. 청소년들이 절대 읽지 말아야 할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던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 혹자는 말했다.

 

‘내가 홀든 콜필드야. 이 소설은 바로 내 이야기야.’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를 가장 잘 담아낸 인물, 그 인물이 바로 홀든 콜필드였다. 당시 미국의 암담한 시대적 배경과 그에 맞는 반항적 주인공, 그리고 독자들의 공감을 극대화 시킨 비참한 결론까지. 모든 게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작품,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