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7. 1. 21. 19:15

작사노트 : 친절한 작사비법

 

- 함경문 + 민설

 

 

 작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아이러니하게도 언론고시 때문이다. 언론고시 필기시험에는 논·작문이 있다. 논술은 자신 있다. 항상 써오던 것이니까. 작문은 아니었다. 글쓰기의 재능이 부족한 탓인지, 내 개성을 드러내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쓰기조차 두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작사였다. 음악을 들어보면 기발한 표현들이 많았다. 항상 놀랐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것도 신기했다. 그 후로 작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작사노트>. <김이나의 작사법>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작사 책이었다. 사실 작사를 ‘배운다’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앞섰다. 작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즉 감성의 영역이라 여겼기에. 감성을 가르친다? 말이 안 되는 논리였다. 하지만 ‘배우는’ 작사는 생각과 다르게 활성화 돼 있었다. EXO 등의 아이돌 작사가로 유명한 서지음도 본인만의 작사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책의 글쓴이 민설도 마찬가지였다. 팔랑귀인 나. 남들이 그렇게 하는 거 보면 그런 거겠지. 다 또한 학생의 입장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달랐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함경문, 싱어송라이터 민설이 가르쳐주는 <작사노트>는 섬세하고 꼼꼼했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전에도 서평했다시피 작사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다. 일하면서 만난 작사가들은 추상적인 얘기만 했다. <작사노트>는 오로지 작사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봐라. 슬픔, 기쁨 등의 감정상태에 따라 생각나는 단어 정리하기. 이런 식이었다. 작사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음수율 따기도 자세히 알려줬고 받침의 활용법이나 멜로디 강약에 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비하인드 스토리. 김이나 작사가의 말에 따르면 ‘캐릭터 잡기’다. 작사가는 음악이란 드라마의 작가다. 작사가가 창조한 가상의 캐릭터가 글의 감성을 좌우한다. 이 캐릭터가 잘 만들어질수록 곡에 진정성이 녹아들고 청자들이 느끼는 감정도 극대화된다. 작사가는 보통 가수의 그 자체나 곡의 분위기 등에서 캐릭터의 영감을 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자신의 경험이다. 함경문 작사가와 민설 작사가도 그랬다. 개인적인 경험을 추억하며 가상의, 아니 현실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캐릭터를 주체로 만든 곡이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SG 워너비의 <죄와 벌> 이었다.

 

 

 언젠가 작사가 전간디의 인터뷰를 봤다.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가사를 쓰는 전간다. 당연히 작사가가 본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본업이 따로 있는, 부업이 작사가인 전간디였다. <작사노트>를 읽으며 생각했다. 나 또한 전간디가 되고 싶다는 생각. 본업은 따로 있지만 부업으로 작사하며 사는 것. 작문을 위해 접한 작사지만 엉뚱하게 작사가의 꿈을 심어준 작사수업, 함경문 + 민설의 <작사노트>이었다.

Posted by AC_CliFe
Book2016. 9. 11. 18:59

김이나의 작사법


- 김이나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필자는 대중예술과 독립예술 사이 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다. 필자가 지향해야할 곳은 당연히 대중예술이다. 글을 쓸 때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글을 써서 그들로부터 많은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상업적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안방에 안착시켜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주들을 유혹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필자의 글을 받아주는 모 매체 편집장이나, 필자와 함께 일 했던 모 지상파 PD가 항상 하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다.

 


 이 생각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즈음에 군대에 입대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군. 흔히 알려진 대로 공군에는 소위 ‘배운 사람들’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많았고, 자기개발 할 시간이 풍족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와 비슷한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얘기를 해보면서 ‘예술’에 대한 욕망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자기개발 시간 때 예술분야의 책을 많이 접한 것도 이러한 욕망의 탄생에 기여를 했다.

 


 맞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대중예술을 지향해야할 필자가 순수예술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조금은 위험한 일이다. 마이너 성향이 강한 순수예술로 대중들이 접할 드라마를 만든다? 요즘 같은 시대면 바로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를 매혹한 순수예술만의 매력이 있었다. 바로 ‘독창성’ 이었다.

 


 대중예술은 거의 똑같다. 드라마를 보면, 지상파 3사의 대부분 드라마가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시청자 대부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대중음악을 들으면, 음악의 코드 및 진행이 너무나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인기 있는 코드라 일컬어지는 ‘머니코드’라는 것도 생겨났을까. 영화나 다른 대중예술도 마찬가지다. 이런 대중예술은 매체를 통해 접하는 대중들도 그것들의 동일성을 감지 할 텐데, 대중예술을 필드에서 접하는 필자는 어떠했겠는가?

 


 그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김이나의 작사법>. 사실 이 책은 출간되었을 때, 선물 받은 책이었다. 하지만 김이나 작사가와 조금의 안면이 있었던 필자였기에 특별한 얘기가 없을 것이라 간주하고 1년 여 간 묵혀두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김이나의 작사법>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사법에 관한 내용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작사법 10, 음악시장의 모습 30, 작사 에피소드 60 정도 됐다. 작사가를 꿈꾸는 이가 이 책을 읽기 원한다면, 그다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책 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대중예술이냐 순수예술이냐, 그 사이에서 갈등 중이었던 필자에게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김이나는 이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업(대중)작사가에게 ‘좋은 가사’란, 그 자체로 좋은 글 보다는 ‘잘 팔리는 가사’다.”


 

 김이나 또한 편집장이나 PD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철저하고 투철한 상업 마인드.

하지만 에일리의 <저녁하늘>이나 옥주현의 <아빠배게>를 작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마이너 요소를 쓰는 등 대중예술에서 벗어난 길을 택하기도 했다. 기본은 대중예술, 곳곳에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성공’한 작사가 김이나였다.

 


 아.. 모르겠다.. 뭐.. 필자가 지금 이런 것을 고민해봤자 괜히 머리만 아프고, 현실은 군인인데 PD도 아닌데 괜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무의미 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허무하기도 하고.. 그래도 뭐.. 필자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상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