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6. 9. 16. 19:10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소설가) 저



 

 필자는 꽤나 현실적이다. 아니 ‘꽤나’라는 표현보다는 ‘굉장히’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23살이라는 적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릇에 넘치는 ‘이상’을 꿈꾸다가 고꾸라졌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상은 허황된 행복을 안겨주고 결국 절망으로 귀결된다 생각했다. 따라서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다기보다는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들이 이상을 꿈꿀 바에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현실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이상과 현실에 대한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얼개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5년 전, 자신의 이상(데이지)을 만난 개츠비, 하지만 그녀는 현실을 좇아 개츠비를 떠났다. 5년 후, 현실을 갖추고 돌아온 개츠비. 이상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그이 모습을 그린 이야기가 ‘위대한 개츠비’다.

 

 

 현실적이었던 필자가 읽었을 때는 개츠비가 이해가지 않았다. 삶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그의 생각, 과거를 반복할 수 있다는 그의 집념, 안쓰럽고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불현 듯 필자도 결국 개츠비 류(類)의 사람이라는, 개츠비적 (Gatsbyesque)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던 내가! 현실적이기에 지금의 내가 됐다는 은근한 자부심도 갖고 있었던 내가 개츠비적 사람이라고? 부인하고 싶었지만 부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개츠비를 통해 이상과 현실을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을 서로 동떨어진 게 아니었다. 그들은 원인과 결과, 즉 인관관계로 묶여있었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떨어져 있던 5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동안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이상을 꿈꿨다. 이상을 위해 현실에 충실했다.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조직폭력배 마이어 울프심을 만났다.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 돈을 끌어 모았다.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성대한 파티를 개최했다.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조던을 만났고 닉을 만났다. 그리고 데이지를 만났다. 현실에 충실하니 이상이 따라온 것 이다.

 

 

 순간 필자의 삶도 오버랩 됐다. 필자가 마주했던 수많은 실패의 현실, 필자의 이상을 위한, 하나의 계단이었다.

 

 

 혹자는 이상을 이루지 못한다면 현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맞다. 이상을 이뤘을 때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찬란하고 훨씬 가치 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이상을 쟁취하는 데 실패했다면 어떤가. 자신의 이상만을 위해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쓰면서 나아가는 인간의 현실 그 자체가 ‘위대’하지 않은가? 마치 ‘위대한’ 개츠비처럼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명작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피츠제럴드 특유의 ‘그 시대 배경 묘사’다.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직후, 재즈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당시의 미국을 소설에 완벽하게 녹여냈다. 다독을 한.. 편이라 자부하는 필자도 배경을 소설에 완벽하게 구현해 낸 작품은 처음 봤다. 실례로 전쟁 직 후의 사람들의 무질서, 아노미 상태로 인한 향락에 찌든 모습을 표현한 점은 압권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위대한 개츠비’가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된 이유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상과 현실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진리를 선각시켜준 점이다.

 

 

 현실의 의미, 이상의 가능성에 대해 깨달음을 준 개츠비, 그리고 피츠제럴드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이상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였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