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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27 '일'이라는 것의 의미 - <일의 기쁨과 슬픔>
Book2016. 8. 27. 12:13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소설가) 저  정영목 역



 

 '일' .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지니고 있을 것 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수단, 인생살이의 치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 보통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일에 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을 얘기한다.

 


 “일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이다.”


 

 위에서 언급한 발버둥치는, 어쩔 수 없는 생명력이 아닌 숭고하고 즐거운 생명력이라 주장한

다.


 

 일은 우리의 정신을 그 곳(일)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작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거기서 성취를 얻는다. 보람을 느낀다. 발전해서 삶에 대한 정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뒤 따라오는 결과물들, 심지어 피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노력에 대한 산물로 여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행위의 반복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더 큰 괴로움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일’은 숭고하다. 이 논지가 알랭 드 보통이 주장하는 일의 숭고하고 즐거운 생명력이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일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처럼 일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을 위한 수단인 것 일까? 아니면 알랭 드 보통의 생각처럼 숭고하고 즐거운 생명력인가? 이윽고 결론에 다다랐다. 다소 허무하고 적확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결론이었다. 일의 의미는 ‘개별적’이다.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언론고시를 통해 개별적이라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언론고시’란 언론사 입사시험을 고시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수많은 지원자, 그에 비해 현저히 적은 T.O. 그만큼 힘들고 치열한 ‘언론고시’다. 하지만 아무리 힘겨운 언론고시라 해도 합격자는 있는 법. 합격자들은 원하고 원했던 언론사에 입사해 하기를 갈망했던 일을 하게 된다. 반면 불합격자들은 차선책을 강구하게 된다. 언제까지나 기약 없는 언론고시에 매달릴 수는 없는 법. 그들은 언론고시에 비해 T.O가 많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합격한 그 곳에서 일 하게 된다.

 


 이들에게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자의 경우 일이란 즐겁고 행복하고 숭고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한 숭고한 생명력이 발현되기 쉬울 것 이다. 후자의 경우 일이란 발버둥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꿈을 못 이뤘다는 내제된 우울감 속에서 살아간다. 이 우울감이 일을 ‘생존의 수단’으로 이끈 것 이다. 즉 일의 의미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마다 개별적인 것 이다.

 


 일의 의미뿐만 아니라 일, 그 자체에 관한 여러 생각들도 해봤다. 그 중 하나가 일(직업)에도 귀천이 있나? 라는 질문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의 ‘비스킷 공장’ 챕터에서 일에는 귀천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필자 또한 알랭 드 보통과 의견을 같이 했다. 어떤 직업이 탄생한 연유는 사회가 그 직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필요’라는 동등한 전제를 가지고 모든 직업들이 탄생했으므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 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일들이 사회의 필요에 있어서는 동등했지만 필요의 ‘정도’에 있어서는 차등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그 일이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이상은 말라가고 현실에 젖어가면서 생긴 생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마음이 불편하긴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도 귀천이 있다는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사실 이 책은 그간 나온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서 최악이라 평할 수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적 특성 탓 일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편협하고 협소했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이 숙고해볼 수 있어서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아! 그리고 지금 몸담고 있는 군대, 즉 군인이라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는데 ……. 이만 글을 마치겠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