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터널>이 관객들을 사로잡는 이유. 재난영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기존 재난영화는 그저 신파, 그저 드라마. 몇 가지 공통된 공식을 고이 따라가는 형식을 지녔다.그래서인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뻔한 결말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영화는. 그러나 <터널>은 달랐다. ‘하정우’라는 배우를 앞세워서 한국의 <마션>을 꿈꾼, 색다른 재난영화였다.
<터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션>의 그것과 같이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터널>에 갇힌 부정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타계하려 한다. 시종일관 우리를 웃음 짓게 하는 하정우의 드립들. 그를 뒷받쳐주는 오달수와 여러 조연들의 지원사격까지. 주인공이 과연 터널에 갇힌 상황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낙천성’ 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을 속 시원하게 만드는 직설적인 풍자까지. 파란지붕에 거주하시는 한 여성분이 보면 마치 자기를 보는 듯 해서 얼굴을 붉힐 것 같은 맛깔 나는 풍자였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장점들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킨 안타까운 <터널>이기도 했다. 지루함과 늘어짐이 극한을 찍은 나머지 10분마다 한 번 씩 휴대폰을 끄적였을 정도. 풍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영화적 개연성은 너무나도 허술하고 빈틈이 많았다. 터널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스킵된다. 단지 ㅇㅇ일 후 라는 무책임한 자막과 함께. 후반부의 대부분 시퀀스는 과장으로 뒤덮였다. 감동과 극적인 서스펜스로 연결되어야 할 과장이 오버와 억지로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그렇기에 ‘하정우’라는 배우가 마치 <더 테러 라이브>에서의 본인처럼, 너무나도 짊어질 짐이 많은 영화였다.
<끝까지 간다>라는 걸작으로 충무로에 이름을 알린 감독 김성훈. 김성훈이라는 감독의 이름값에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세월호란 강한 링크를 가진 주제를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다음에는 평소의 본인만의 우직한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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