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2017. 11. 26. 20:26

대학입시제도, 수능 그리고



 필자는 대학입시제도를 극혐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제창하던 노력은 우리나라에서 씨알도 안 먹히는 헛소리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 수능 점수는 노력으로 올릴 수 있다. 그 증거가 필자다. 재수할 때 공부만 하다 보니 비약적으로 점수가 상승했다. 그러나 대입의 성공은 노력이 보장해주지 않는다. 기준이 모호한 수시 제도가 다수 등장하면서 대학입시제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의 첫 칼럼. 대학입시제도 비판이었다. 재수가 끝나고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원고를 썼다. 대학입시제도에 극딜을 넣어버리는 원고였다.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록 진리의 9평 보다는 망한 수능 성적이었지만 누적 백분위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수능 성적 낮은 애들이 스카이에 들어가는 것 보고 멘탈이 나가버렸다. 다 쓴 후 메일을 돌렸다. 다행히 모 편집장이 관심을 보였다. 그 편집장은 나에게 말했다. ‘이 글에서 피가 뚝뚝 묻어난다고.’ 그때부터 글도 못 쓰는 놈이 필명을 쓴 채, 칼럼니스트라는 지위를 가진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이 글로 욕을 더럽게 처먹었다. 어그로도 제대로 끌었다. k사의 모 기자가 내 글을 보고 나에게 컨택을 해왔고, 익명의 인터뷰도 진행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



 시간이 흐른 지금은 무감각하다. 대학입시제도가 어떻게 되든 말든 이제는 내 일 아닌데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잠식해버렸다. 오히려 이러한 입시제도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 대입에 관련한 자소서를 써 본적도 없지만, 대학 가는 친구들 자소서를 첨삭해 준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러지만 이번에는 100%의 서류 합격률을 보여줬다. 맞다. 자랑글임. 뭐 어쨌든 올해 수능 날, 편집장이 말했다. ‘너 대학입시비판 칼럼으로 데뷔했으니 한 번 더 까볼래?’ 솔직히 요즘 돈이 궁해서 원고료를 위해서라도 어그로 한 번 더 끌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거절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까던 입시제도를 통해 지금 내가 수혜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양심이 찔렸다.



 그냥 쓴 글이라 그런지 마무리를 잘 못하겠다. 나 홍보나 해야겠다. 나 자소서 잘 첨삭해줌. 자소서 첨삭 필요한 학생들 있으면 나한테 연락주셈. 무한첨삭에다가 합격률도 높은 편이니 가성비 짱짱임.

Posted by AC_CliFe
Non Culture Life2016. 11. 17. 19:50

내 수능 연대기

 

 

수능.

두 번 봤다.

그다지 흑역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위 말이 진리로 여겨진 때 수능을 겪은 나니까.

 

첫 번째 수능.

자리는 좋았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 더구나 중앙 라인.

잘 볼 것 같았다.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쏠리는 듯 했다.

 

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망했다는 말 보단 적절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고3 때 내 모의고사 성적은 2-3등급을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꿈은 컸다. 상위권 대학만 바라봤다.

수시 발원서질을 하고 모의고사와 비슷한 성적을 받았다.

 

가채점을 한 뒤 재수하겠다고 했다.

정시 따위는 쓰지도 않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논술은 다 보러 갔다.

그때도 글빨이 먹혔나 보다.

일반전형 컷임에도 예비번호 받은 대학이 꽤 됐으니.

현실은 재수!

 

두 번째 수능.

전에 밝힌 적 있지만 내 스무 살은 없었다.

청춘의 스무 살, 꽃다운 스무 살.

그딴 건 없었다. 단지 좁은 재수학원에서 공부만 죽어라 했던 기억밖에 없다.

 

나는 눈물이 적다.

그러나 아버지가 두 번째 수능날, 나를 고사장으로 데려다 줄 때 울었다.

펑펑 울었다.

순간 선행반서부터 수능 전 날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신기한 경험.

그렇게 아버지와 마지막 포옹을 하고 수능을 보러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개판.

오른쪽 맨뒤, 맨 끝. 쌀쌀한 입시한파 때문에 추워 죽겠는데

가장 추운 자리. 폭망의 기운이 들었다.

 

언어영역이 끝났다.

100점의 기운이 들었다.

막힌 문제가 없었다.

 

수리영역이 끝났다.

수리는 내 취약종목. 불안했다.

그래도 1등급은 간간히 나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1등급은 나올 듯 했다.

간당간당.

(훗날 x같은 실수 한 걸 알았을 때 자살하고 싶었다.)

 

점심을 먹었다.

재수라는 짓을 함께 한 고딩동창들이랑 같이 먹었다.

물론 다 못 먹었다.

목구멍이 소화하지 못했다.

긴장감을 풀 수가 없었다.

 

외국어영역이 끝났다.

빈칸추론이 어려웠지만

빈칸에서 좀 틀리고 나머지 다 맞는

괴상한 전략으로 문제를 푸는 나이기에

점수는 괜찮게 나올 듯 했다.

 

사회탐구영역이 끝났다.

언수외 잘 본 듯한 느낌이 있었다.

자만했다.

안 풀리는 문제들이 많았다.

역시나 폭망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다.

 

제2외국어영역이 끝났다.

나는 한문을 봤다.

중요한 과목이 아니기에

대충 봤다.

그래서 결과도 대충 본 성적이 나왔다.

 

그렇게 내 두 번째 수능은 끝났다.

역시나 수시는 예비만 더럽게 받고

광탈했다.

정시를 통해 지금 학교에 왔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웠던 두 번째 수능이었다.

 

내 수능 연대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수능.

수능이란 두글자만 보면 아직도 설렌다.

다시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리고.. 수험생들 생각이 난다.

괜스레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들의 감정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들에게 이 말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수고했어요 여러분.

Posted by AC_CliFe
Non Culture Life2016. 9. 4. 21:02

칼럼 : 재수생이 생각하는 대학입시제도

 

 

 

2 -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수학능력시험. 말 그대로 대학에서 학습할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이 시행되는 11월이 되면 대한민국 전역은 모두가 들썩이게 된다. 수험생들은 막바지 정리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은 산사니 교회니 찾아가서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 수험생의 친지 및 가족, 친구들은 떡과 엿 등을 나눠 가지며 수능을 무사히 치루기를 빌어준다. 수험생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수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능 시험 당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은 1시간씩 늦춰진다. 버스 및 지하철 또한 수능 시험장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다. 자가용 운전자 또한 함부로 크락션을 울려서는 안 된다.

 

 

 수능 당일에는 모든 사람들이 수능에 맞춰 스케줄을 짜야 할 정도다. 수능의 영향력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막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수능이 1993년에 처음 시작해 시행 된 지 어느덧 20년을 넘었다.

 

 

 수능은 1994년부터 2004년 까지 시행된 통합형 수능,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선택형 수능 ,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수능을 도입할 당시, 본고사(대학별 고사) 에 비해 수험생의 실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수능은 세상에 나올 준비가 덜 된 탓인지 도입 초반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1년에 두 번 보던 수능을 한 번 보는 것으로 바꾸고 외국어 영역 문제 조정, 수리 영역 시간 조정 등 해가 지날수록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물론 이때는 수능 도입 초반이라 어느 정도의 변화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선택형 수능이라는 형태를 도입한 이후로 더 심한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2008년에는 수능 등급제를 도입해 색다른 시도를 해봤으나 사람들의 반발만 받고 다음해인 2009년에 등급제를 폐지한다. 2011년에는 수능 문제의 EBS 70%연계 정책을 발표해 수능 개혁을 선포했다. 2012년부터 탐구과목의 응시 수를 제한했다. 필자가 재수하던 당시 봤던 가장 최근의 수능 2014수능에는 수준별 수능 시행이라는 명목 아래 수능 문제를 A,B형으로 나누어 학생들로 하여금 난이도에 맞는 수능을 고르게끔 지도했다. 하지만 이 조차도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시행 1년 만에 사라졌다. 2015수능에는 영어, 수학만 A,B형의 형태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수능의 변화를 수치화 하면 근 20년 동안 무려 18번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의 수험생들은 수많은 부작용과 혼란을 겪었다. 나아가 미래의 수험생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수능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누구보다 먼저 수능의 변화를 감지하는 사교육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즉 정부가 늘 주장하던 공교육 강화라는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수능 시험 그 자체는 질이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논리력을 길러주고, 암기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 즉 다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여타 나라의 대입시험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가 지날 때 마다 바뀌는 수능제도는 이러한 수능의 장점을 퇴색시킨다. 우리사회에서 방증되는 수능 시험의 중요성을 안다면 정립된 수능 시험의 모습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과거에 썼던 글. 지금의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