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7. 1. 3. 19:43

마스터

 

- 조의석

 

 

 티켓파워를 지닌 세 명의 배우들. 강동원, 김우빈, 이병헌.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란 슬로건. 예상이 되는 뻔한 플롯이겠거니 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걸러선 안 될 것 같았다. 위 요소들이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이 생각은 적중했다. 영화관을 나오며 생각했다. <마스터>는 충분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영화라고. 뒤에서 다섯.

 

 

 143분의 러닝타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인가?

 

 러닝타임의 역설. 상영시간이 길다고 모든 걸 담아낼 순 없다. 요즘 국내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 였다. <마스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 속도감은 현저히 떨어졌다. 친절하지도 않았다. 느슨한 플롯 탓에 관객들의 지루함만 배가 됐다. 143분의 러닝타임은 그저 배우들 분량분배를 위한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지겨움을 대가로 그들의 비주얼만 즐기면 됐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정말이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다단계를 이용한 사기극인가. 배경이 마닐라도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라는 명목 아래 사익을 추구하는 건가. 불분명한 소재는 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극에 몰입을 방해했다. 감독도 이런 불상사를 예견했나보다. 설명씬 다수를 영화에 삽입했다. 그러나 극적 긴장감만 저해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캐릭터의 한계, 배우들의 한계

 

 감독이 할 일 중 하나. 알맞은 캐릭터를 통해 배우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조의석 감독은 이를 간과했다. <마스터>는 배우에게 지극히 평면적인 캐릭터를 부여했다. 배우들은 맞지 않는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선 격이 됐다. 김재명. 빈틈없는 완벽한 형사라는 설정. 과한 설정으로 인해 김재명이란 캐릭터는 보기 거북할 정도로 과시적이 됐다. 이를 연기한 강동원. <가려진 시간>의 명연기는 어디로 간 걸까. 비주얼은 훌륭했다. 연기는 어색했다. 조곤조곤 얘기하는 듯 한 그만의 발성이 아쉬웠다. 박장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실장. 그나마 입체적이었던 캐릭터. 하지만 캐릭터 소화 폭이 좁은 김우빈에겐 과분했다. 그만의 가벼운 연기는 뭔가 부족했다. 대규모 사기극의 주역 진회장. 역시나 진부한 캐릭터. 이병헌이기에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유사 캐릭터만 연기하는 최근의 이병헌. <밀정>의 정채산처럼 다채로운 배역을 맡는 그를 보고 싶다.

 

  아쉬운 편집과 개연성

 

 위 문제들이 중첩되니 전체적인 플롯이 흔들렸다. 이는 아쉬운 편집과 개연성으로 직결됐다. 영화 전체에 사족이 많았고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극에 재미를 추구하는 건 좋다. 그러나 플롯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스터>는 과했다. 무미건조한 플롯을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개연성마저 동력을 잃었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이 이렇게나 손쉽게 잡히다니. 조악한 억지설정에 기반을 둔 해피엔딩은 덤.

 

 

  말장난으로 숨기려 했던 플롯의 한계.

 

 재미는 있었다. 특히 전산실에 은둔하며 일하는 안경남이 나올 때 마다. 그러나 이게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필자는 본래 장점과 아쉬운 점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서평 구성을 택한다. <마스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점이 단 하나였으니까. <감시자들>이란 걸출한 범죄 영화를 만든 조의석 감독인데 왜 스타캐스팅, 자극적 유머에 기댄 <마스터>를 만들었을까. 다음 작(作)부턴 정의석 감독이 본인만의 내공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범죄영화 한 편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 조의석 감독에 <마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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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2016. 9. 18. 13:52

내부자들 


- 우민호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그것도 국내영화이 두 요소의 결합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이번 휴가 때는 고려할 것도 없이 내부자들을 보기로 했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장단점이 그 어떤 영화보다 뚜렷한 영화라는 생각이었다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장점은 배우단점은 줄거리.

 


 이 영화가 주목받았던 이유가 뭔가웹툰을 영화화 한 작품아니다배우다조승우이병헌백윤식.이들이 주연이다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라인업이다실제 영화에서도 이들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배우들의 연기에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실제 배우들을 볼 때도 압도당하는 느낌은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는데..

 


 각 배우들을 나눠서 분석해보겠다.

 


 우선 조승우배우 조승우는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다그에게 어떠한 배역과 역할을 갖다 주어도 완벽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내부자들에서 조승우가 맡은 역할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숱하게 등장한 정의로운 검사’ 역할이다많이 나왔던관객들이 많이 접했던 캐릭터인 만큼 자칫하면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이다하지만 조승우는 조승우였다그만의 완벽함을 바탕으로 우장훈 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걱정할 필요가 없는 조승우그리고 우장훈이었다.

 


 그 다음은 백윤식백윤식이라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항상 비슷하다묵직함과 무거움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내부자들에서 맡은 이강희라는 역할 또한 마찬가지였다.식상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백윤식은 달랐다화려하고튀고친근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승우이병헌과 다른 방식으로그만의 묵직함과무거움을 바탕으로 두 명의 배우에게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연기의 구력이란 이런 것인가 를 느끼게 해주는 연기였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이병헌의 연기를 보고 든 생각.



이 애증의 배우를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자신이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 중 한명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연기다.

이병헌의 연기 분석은 영화 대사를 빗대어 설명하겠다극 중 이병헌안상구는 여우같은 곰이라 평가 받는다하지만 이병헌의 연기는 곰 같은 여우였다안상구라는 곰과 같은 깡패 역할을 맡으면서도여우같은 연기를 펼치며 자신이 연기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탑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가벼움을 보여주어야 할 개그씬 에서부터무거움을 보여주어야 할 감옥씬 까지.. 내부자들에서 그의 연기는 감히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단점으로 지적한 줄거리 얘기를 해보겠다이 영화는 그간 한국에서 정말 많이 다룬 주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역겨운 권력에 맞서는 약자들의 이야기그리고 권선징악진부하다그렇기에 특별한 무언가, It이 필요하다그래야지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고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내부자들’ 전에는 베테랑과 부당거래 등이 이 주제를 다뤘다베테랑과 부당거래는 아직도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It 이 있었기 때문이다베테랑의 It은 재치부당거래의 It은 날카로움 이었다하지만 내부자들에는 It이 없었다영화를 관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It을 글로 풀어 설명하고 싶은데.. 설명할 수 없는 건 필자의 역량 부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들이 너무나도 아쉬운 것들이 많았다자극성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다권력자들의 술자리에서왜 그러한 성적 행위의 모습들을 렌즈 안에 담아서 내보냈을까? (여자들의 가슴을 클로즈업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자극을 넘어 폭력적이기 까지 했다.) 하얀 조명이 강렬히 내리쬐는 창고에 가둬서사람의 몸을 토막 내는 행위를 뭐 그리 뚜렷하게 표현했을까이런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층들의 역겨움만큼이나 역겨웠다아직도 사람들이 이러한 자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건가감독의 아쉬운 판단이었다.

 


 이야기 자체도 마지막에 너무나급격히 힘이 빠졌다주제의식과 비판의식 또한 같이 힘이 빠졌다조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롯을 다루는 영화의 장르적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쉽다.

 


 이 작품을 만든 우민호 감독은 전에 간첩이라는 영화를 접하면서 알게 됐다간첩이라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이번 내부자들과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탄탄한 라인업그에 못 미치는 줄거리... 아쉬움이 남는 감독이다다음에는 보다 발전된 스토리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하겠다.



Posted by AC_CliFe
Movie2016. 9. 17. 19:08

밀정

 

- 김지운

 

 

1.

 <밀정>이 지향하는 독립운동 분위기는 기존 영화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밀정>은 비가시적인 ‘심리전’에 초점을 맞추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사를 창조해냈다. 상대의 정보 하나하나에 수백 명의 목숨이 오가던 일제강점기. 그 정보를 탐하는 ‘밀정’을 두고 벌이는 치밀하고도 치열한 심리싸움. 기존 단선적인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와는 차별화된 소재의 영화 <밀정>이었다.

 

 

2.

 정(情)이라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도 인상 깊었다. 친일파 송강호 (役 이정출)가 의열단과 뜻을 함께하게 된 과정은 영화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혹평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공유(役 김우진)는 송강호를 ‘형’이라 지칭하며 그간 쌓아온 情에 호소해 그가 의열단에 합류하길 열망했다. 이병헌(役 장채산) 또한 송강호와의 만남 시퀀스에서 한민족이란 情에 기대어 그에게 의열단의 밀정이 되는 것을 권했다. 김지운 감독의 情 연출은 영화에 개연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3.

 송강호, 이병헌 두 거장의 연기는 <밀정>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송강호는 양면적인 캐릭터 이정출을 역대급 연기로 표현했다. 그의 숨소리마저 이정출 본인 같았다. 이병헌 또한 짧은 분량에도 그를 상회하는 강렬한 무게감을 선보여 <밀정>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들의 존재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다른 캐릭터들의 활용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한지민(役 연계순)과 신성록(役 조회령).

 

 

4.

 그 외에도 역설적인 BGM과 함께하는 의열단 소탕 시퀀스, 간결하고도 빠른 카메라 워킹이 빚어낸 경성역 액션 씬 등 영화의 부분부분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하기도 했다.

 

 

5.

 독립운동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차별화된 연출을 통해 빛을 발한 영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었다.

 



한줄 평 : 송강호, 공유의 밀정(密偵)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우리 민족만의 밀정(密情)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