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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8 아마추어, 프로 그 사이의 현장 - <드래프트 데이>
Movie2016. 10. 18. 09:41

드래프트 데이

 

- 이반 라이트만


 

 이 글을 쓰는 시점 상, 드디어 내일 (16.10.3) KBL 신인 드래프트 구단 순위 추첨이 열린다. 이번 KBL 드래프트는 역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필자 또한 모 매체의 취재원으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는 드래프트이기도 하다. 모든 농구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16년 KBL 드래프트. 하지만 드래프트 현장에 직접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문득 낯선 두려움이 생겼다. 전에 야구를 같이했던, 현직 야구선수들에게 드래프트 분위기에 대해 자문을 구했지만 그때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하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하긴, 그들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는 ‘드래프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문제로 전전긍긍하던 도중 같은 취재팀의 기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드래프트의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영화 <드래프트 데이>를 봐보라고. 2014년 NFL (미국 미식축구) 드래프트 현장을 그린 영화 <드래프트 데이>. 마침 군대의 IPTV에 올라와 있어서 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다.

 


 드래프트. 간단히 말하면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선수로 진학하기 위한 관문이다.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로 진학사면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프로구단은 드래프트를 통해 걸출한 선수를 픽함으로써 성적을 올리고 관객에게 어필하는 등 선수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구단의 현재이자 미래를 책임지는, 그 무엇보다 화려한 스포츠 이벤트인 드래프트. 하지만 드래프트의 화려함 이면에는 자신을 픽해주길 원하는 선수들, 이해관계를 철저히 계산해 구단을 운영해야하는 단장들의 치열한 심리싸움이 숨겨져 있었다.

 

 

 <드래프트 데이>의 최대 장점은 역시 ‘몰입감’이다. 몰입감은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치밀한 설정에서 비롯됐다. <드래프트 데이>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NFL’ 드래프트를 영화의 메인 테마로 설정했다. 시간적 배경 또한 드래프트 D-Day 12시간 전으로 설정해 몰입감을 더했다. 캐릭터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해(年)야 말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케빈 코스트너 (役 써니) 부터 생계를 위해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아야 하는 채드윅 보스만 (役 본테 맥), 드래프트 직전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픽 하락이 예상되지만 브라운스에서 뛰길 갈망하는 스티븐 힐 (役 레이 제닝스), 전미 대학 최고의 선수 조쉬 펜스 (役 보 캘러헌) 등등의 디테일한 선수 설정까지. 이처럼 치밀한 캐릭터 설정에 이를 시각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깔끔한 연출이 더해지니 <드래프트 데이>는 흡입력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더불어 단장들의 트레이드를 위한 필수품 ‘전화기’ 및 ‘스피커폰’의 활용과 트레이드 씬에 긴박감을 더하기 위한 교차편집 기술도 <드래프트 데이>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드래프트 데이>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했다. 비현실성 이었다. NBA에 드래프트에 관한 명언이 있다. ‘드래프트에선 남아있는 선수 중 최고의 재능을 뽑는 것이다.’ <드래프트 데이>에서 최고의 재능은 부동의 1순위 보 캘러헌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 1순위 픽을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는 보 캘러헌을 버리고 15순위도 위험하던 본테 맥을 픽했다. 개연성마저 떨어지는 비현실적 픽이었다. 아무리 써니가 본테 맥의 개인사정을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보 캘러헌은 6순위까지 떨어뜨린 2~5순위 픽을 행사한 타 구단들. 개연성 없는 ‘의심’으로 부동의 1순위를 6순위 슬리퍼로 전락시킨다. 역시나 비현실적이었다. 그 밖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해피엔딩을 위한 지명권 교환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캐릭터 활용은 좋았지만 써니의 주변인물 활용은 다소 무뎠다. 특히 비밀연인인 제니퍼 가너 (役 알리)와 엘렌 버스터 (役 바브 위버). 성과를 거둬야 하는 써니에게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이러한 캐릭터를 활용하려 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캐릭터의 활용은 모호하게 이루어져 영화의 아쉬움만 배가시켰다.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드래프트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시청한 영화 <드래프트 데이>. 비록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필자의 시청 목적을 달성시키기에는 충분한 영화였다. 드래프트를 지배하는 분위기, 긴장감과 긴박감을 훌륭하게 묘사한 담백한 영화, 이반 라이트만의 <드래프트 데이>였다.

 

 

 

ps1. <드래프트 데이>는 드래프트에 대한, NFL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 되는 영화다. 이 글을 읽고 이 영화를 보려는 독자들은 꼭! 배경지식을 습득한 후 영화를 즐겨줄 것을 권한다.

 

ps2. 모 비평가가 이 영화에 대해 할리우드에 맞지 않는 영화라 평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라 해서 꼭 화려하고 자극적인 분위기를 따라야 하는 건가? 마이너한 소재로 담백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이런 영화도 있어야 진정한 ‘할리우드’가 아닌가 싶다.


ps3. KBL 드래프트 순번추첨 전날 쓴 글.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