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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3 사랑의 절대성 - <노팅힐>
Movie2016. 9. 23. 12:39

노팅힐

 


- 로저 미첼


 

“명작의 품격”

 


 어렵고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토록 잘 표현한 영화가 있을까? 이 영화를 이제야 본 필자가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필자는 영화의 스토리에 있어서 필자만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영화의 뿌리는 스토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토리 중에서도 특히 현실성, 개연성을 중시 여겼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보면 노팅힐 스토리는 형편없다고 평할 수 있었다.

 


 노팅힐의 주 클리셰, 탑 여배우와 평범한 여행서점 주인의 로맨스. 즉 신데렐라 ‘맨’ 클리셰이다. 이 클리셰는 신선했다. 우리 주위에는 항상 신데렐라 클리셰만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선함은 곧 비현실적을 뜻한다. 우리네 현실에서 접해보지 못했기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씬을 통해 설명해보겠다. 탑 여배우가 평범한 여행서점 주인에게 만난 지 10분도 안 되어 볼 키스를 하는 게 비현실적 이었고, 이 둘이 함께 길거리를 노다니는데 그 누구도 신경을 안 쓴다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개연성도 많이 떨어졌다. 특히 감정의 개연성이 안타까웠다. 사랑싸움에 있어서 사건의 개연성과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는 얼추 들어맞았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이 다시 사랑의 감정으로 진화할 때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논리가 계속됐다.

 


 이렇듯 노팅힐의 스토리는 허점이 많았다. 그러나 노팅힐의 스토리는 극찬받을만 하다. 그것 또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절대성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집약한 씬이 노팅힐의 Climax 기자회견 씬이었다.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의 한 마디.

 


“Indefinitely”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비현실성은 당연한 것 이었다. 비개연성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면 다 용서할 수 있었다. 단지 사랑에 몸을 맡기면 저절로 뒤따라오는 사랑의 본질, 사랑의 절대성이었다. 사랑 그 자체를 절묘하게, 극적으로 표현한 스토리가 바로 노팅힐 이었다.

 


 그 외 다른 요소들도 노팅힐의 ‘명작’化에 큰 기여를 했다.

 


 휴 그랜트의 연기는 ‘노팅힐’스러웠다. 영국 런던의 작은 도시 노팅힐. 노팅힐스러운 꾸밈없고 담백하고 소박한 연기를 선보였다. 줄리아 로버츠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기를 보여줬다. 자신이 탑 여배우라 그런가? 줄리아 로버츠가 안나였고 안나가 줄리아 로버츠였다. 더불어 그녀의 미소는 노팅힐이라는 영화 전체를 황홀하게 만들어 줬다.

 


 영상 또한 아름다웠다. 영화의 배경인 노팅힐 전면을 풀 샷으로 잡는 첫 씬부터, 시간의 흐름을 담은 휴 그랜트의 롱테이크를 지나 공원 벤치에서 사랑을 나누는 줄리아 로버츠 - 휴 그랜트를 담은 마지막 씬까지. ‘노팅힐’ 이라는 배경과 조화를 이룬 예쁜 영상들이었다.


 

혹자는 말했다.


 

 “자고로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세월의 무게를 뛰어넘어야 비로소 명작이라 인정받을 수 있다.”

 


 1999년에 만들어진 노팅힐. 1994년에 태어난 필자. 99년의 노팅힐에 큰 울림을 받은 94년에 태어난 필자. 이 정도면 노팅힐을 충분히 명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를 이제야 접한 필자 자신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라도 봐서 다행인 ‘명작’ 노팅힐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