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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30 공감이 배제된 로코물 - <결혼전야>
Movie2016. 9. 30. 19:09

결혼전야

 


- 홍지영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꼭 봐야지 했었지만 보지 못했다. VOD로 풀려서 웹하드에 올라왔을 때, 이때도 봐야지 했었지만 다운만 받아놓고 보지 못했다. 그런데! 필자가 군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상상도 못한 일 이었다.

 


 주말에 할 일 없이 누워있었는데 동기가 영화 하나 보자고 리모컨을 들었다. 전 군의 TV는 모두 IPTV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았다. 수많은 영화 중 동기는 킬링타임으론 최고의 영화라며 이 ‘결혼전야’를 골랐다. ‘아! 드디어 보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나온 영화지만, 꼭 봐야지 했던 영화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필자와 이제야 만나게 된 ‘결혼전야’.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평을 시작해보겠다.

 


 필자는 결혼전야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화려한 여배우 캐스팅 때문이었다. 믿고 보는 비주얼 소유자 이연희, 매력 그 자체인 고준희, 압도적인 분위기의 소유자 김효진까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황홀한 여배우 라인업이었다. 이러한 기대감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과 어느 정도 상응했다. 이연희는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고준희는 발랄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김효진은 유쾌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영화의 영상미 또한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상들의 구도나 색감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특히 제주도 시퀀스가 조화의 절정을 이뤘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상미를 지닌 영화였다. 이 영상미 덕분에 배우들도 더 빛난 듯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장점들은 이게 다 였다.


 

 결혼전야의 단점은 장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아쉬운 단점 한 가지만 쓰겠다.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바로 플롯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실성과 개연성이다.

 


 이 영화에선 4커플이 나온다. 3커플은 결혼전야에서 벗어나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한 커플은 비극을 맞는다. 그들은 바로 이연희 - 옥택연 커플이다. 이러한 특이점 때문인가? 감독이 극에서 가장 힘을 준 커플이기도 하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메인에 선 플롯이, 감독의 푸시를 받는 플롯이 당연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혼전야는 이 ‘진리’를 거역했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혹평들을 견뎌내야 했다. 7년이나 사귄 이연희 - 옥택연 커플. 결혼을 앞두고 이연희는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만난 가이드 주지훈. 2박 3일이라는, 7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 안에 주지훈에게 빠져든다. 잠자리까지 같이 했다. 그래서 결혼 식 날, 이 커플은 마지막 포옹을 끝으로 파혼한다. 그 후 이연희는 주지훈을 찾아간다. 어떤가? 공감이 가는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이연희의 뒤통수는 ‘사랑’의 힘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옥택연의 캐릭터는 도대체 무엇인가? 7년 사귄, 결혼을 앞둔 여친을 이토록 쉽게 놓아줄 수 있는 것 인가? 보살? 대인배? 이해할 수 없다. 역시나 비현실적이다. 필자 또한 7년 넘게 사귀고 있는 여친이 있어서 그런지 이 커플에 더욱 더 몰입한 것 같다. 필자의 울화통이 터질 듯 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다.

 


 전체적인 개연성도 아쉬웠다. 개연성의 부족은 감독의 욕심이 만든 결과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에는 총 4커플이 나온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각 커플 당 30분 정도의 분량을 갖게 된다. 결혼을 불과 며칠 앞둔 커플들의 에피소드들을 불과 30분의 분량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4커플 모두를 한 영화에 담으려는 감독의 욕심이 개연성 없는 결혼 전야를 만들었다. 사실, ‘전야’라고 표현 될 정도의 결혼직전 상황을, 짧은 시간에 보여주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 욕심은 영화 후반부, 결혼식 씬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4커플의 얽히고설킨, 지극히 인위적인 인연들이 모이는 결혼식 씬. 너무나 난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영화 흥행의 기본은 ‘공감’이다. 특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공감’이 영화의 모든 걸 좌우한다.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30대의 마음을 대변하고, 고민을 공유하고,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공감이 전제되어야 하는 장르다. 또한 그런 장르여야 한다. 영화에 화려한 캐스팅을 입히면 뭐하나,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이면 뭐하나,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을 위반했는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든 제작진, <키친>의 홍지영 합작한 작품이라, 그리고 그들의 주 무기인 로코물이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동기의 말대로 킬링타임은 제대로 되었다. 무료한 주말을 빨리 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