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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29 하연수를 위한 변명
Column2016. 8. 29. 12:37

하연수를 위한 변명

 

 

 역시나 훈련으로 점철된 일과를 끝내고 힘들다는 투정과 함께 생활관을 복귀했다. 피곤함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문득 생각났다. 오늘은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하 사지방)을 이용할 수 있는 날! 피로를 업은 채 사지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회와의 단절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모니터를 키면 무의식적으로 녹색창의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며 스크롤을 내린다. 눈에 띠는 검색어가 있었다. ‘하연수’. 개성 있는 마스크를 지닌 여배우로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던 연예인이었다. 새로운 작품에 캐스팅됐나? 아니면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했나? 기대감을 품은 채 ‘하연수’를 검색했다. 필자의 기대와 달리 녹색 창에 나타난 건 때 아닌 하연수의 ‘인성’ 논란이었다.

 

 

 누리꾼 : "실례지만 사진 가운데 작품이 뭔지 알고픈데 방법 없나요?"

하연수 :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여서 답변 드립니다. selbstportat 1914년 작품입니다."

 

 하연수 :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공연도 더 많이 챙겨 보고 하프 연주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본문 게시글 내용)


누리꾼 : "대중화를 하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너무"

하연수 : "인류 최초의 악기인 리라에서 기원한 하프는 전공자 분들이 다루시는 그랜드 하프와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켈틱 하프,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수천만 원대의 그랜드 하프와는 달리 켈틱 하프는 50만 원 이하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가격대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덧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물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논란이 되는 하연수의 답글이다. 질문을 한 누리꾼에게 조롱하는 듯한, 빈정대는 듯한 답글을 달았다는 게 하연수의 인성논란을 조장한 자들의 주된 논지였다. 그러나 필자는 하연수의 답글에서 논란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필자의 눈이 잘못된 건가? 여러 번 정독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조롱, 빈정의 느낌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하연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장편의 자필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

 


 간단히 말하면 SNS라는 피상으로 ‘하연수’를 접하는 수용자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SNS는 적게는 수십 글자, 많게는 수백글자 만을 이용해 소통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즉 키보드 위에 새겨진 ‘글자’라는 수단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SNS는 필연적으로 피상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하연수는 이러한 SNS에 자신의 성격 그대로를 녹여내려 했다. ‘진지충’이라 불릴 만큼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그 성격이었다. 그래서 논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다시 한 번 위 소통을 보자. 하연수는 단지 자신의 진지한 성격을 담아 답글을 단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필자가 보기엔 전혀 논란의 소지가 없는 답글이었다. 하지만 다른 수용자들은 아니었나보다. 그들은 하연수의 답글을 진지함이라는, 그녀의 성격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하연수의 진지함을 조롱과 비아냥으로 둔갑시키고 그녀를 비난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소통’에 있어서 전달자의 발화 의도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전달자 그 자신뿐이다. 즉 이 소통에서 하연수의 답글이 조롱, 빈정인지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하연수 본인뿐이다. 또한 그간 하연수의 SNS행적을 살펴보면 그 답글을 하연수의 진지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헤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통은 타 수용자들이 목격하고 하연수의 답글을 조롱, 빈정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하연수에게 폭력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하연수 고유의 성격을 부정하는 수용자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였다.

 


 수용자들의 ‘여배우 판타지’도 지금의 하연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수용자들은 TV에 나오는 여배우들을 보며 생각한다. TV속의 모습만이 그녀들의 진짜 모습일 것 이라고. 이를 바탕으로 여배우에 대한 그들만의 판타지를 구축한다. 나아가 그 판타지를 여배우에게 강요하기에 이른다. 판타지에 호응하는 행동을 하면 여배우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하고 불응하는 행동을 하면 호감도는 하락한다. 하연수의 경우는 후자였다. 여러 드라마 및 예능에 나왔던 하연수의 모습. 수용자들은 이에 근거해 여배우 하연수에 대한 판타지를 구축했고 이에 응하길 강요했다. 하지만 SNS상에서의 여배우 하연수의 모습은 그들의 판타지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수용자들은 하연수란 여배우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곧 하연수의 인성 논란으로 귀결됐다. 물론 하연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자신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고 강제한 사람들은 수용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연수는 SNS라는 피상에 여배우 하연수가 아닌 인간 하연수의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좀 더 진실 된 소통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연수는 SNS라는 피상에 진상(眞想)을 추구해 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염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하연수는 진상(進上)이 되었다. 그리고 미성숙한 본인의 모습을 반성한다는 골자의 사과 글을 썼다. 하지만 하연수는 전혀 미성숙 하지 않았다. 팬들과의 쌍방향적 소통을 위해 노력했기에, 그만큼 성숙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일로 하연수라는, 그 누구보다 성숙한 배우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날것의 글

ps2. 시간이 꽤 흐른 글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