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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8 시간강사의 노골적 일상 -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Book2016. 9. 28. 12:54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309동 1201호

 

 

 보통 휴가와 마찬가지로 휴가 첫 날,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렸다. 볼 만한 책 뭐 없을까 하다가 눈에 띠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하 지방시). 한 때 SNS에서 구독하던 페이지였다. 하지만 SNS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그에 관한 소식도 더 이상 접하지 못하게 됐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시간강사 생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필자는 지방시를 구입해 오랜만에 그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한 지방시.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반가웠던 마음은 불편한 마음으로 변해갔다. 근래 읽었던 책 중 가장 읽기 거북했던 책이었다. 시간강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대학의 사회구조와 시간강사의 길을 택한 저자의 가치관이 문제였다.

 

 

 상아탑이라 불리며 학문의 정점을 유지했던 대학.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학은 그 성격을 잃었다. 아니, 자발적으로 버렸다. 대학은 자본에 종속된 하나의 기업으로 변모했다. 기업의 성격은 대학 곳곳에 퍼졌다. 대학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학원은 학문의 정진을 위해 힘쓰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철저한 노예의 인생을 강제했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야…….’ 관습이란 이름 아래 그들은 노예생활을 강요받았다. 저자 역시 이러한 관습의 피해자였다. 노예생활을 버티고 나서도 대학은 그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았다. 고학력 알바 개념인 시간강사 삶은 그에게 4대보험 가입도, 생계 보장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저자는 4대보험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맥도날드 알바를 병행했다.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저자의 삶, 그리고 본질을 놓아버린 대학의 사회구조 였다.

 

 

 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인 비단 대학의 사회구조뿐만이 아니었다. 시간강사의 삶을 택한 저자의 가치관 또한 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저자의 가치관은 시간강사라는 삶과 어울리지 않았다. 인문학을 향한 이상을 갖고 있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에 호응할 듯 한 그의 가치관은 신자유주의 논리를 마주친,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된 대학에 맞는 조각이 아니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가치관의 필자와 대비되는 저자의 가치관은 불편함을 넘어 안타깝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지방시를 발표하고 저자는 내부고발자로 찍혀 시간강사의 생활을 접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는 저자가 지방시를 집필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예견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소 비극적인 결과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지방시와 이 글을 관통하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서. 지방시 저자가 불편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은 필자가 아닌 궁극적으로 대학이라는 사회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내부고발을 통해 대학을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후배들에게 좀 더 편한 대학원 생활을 만들어주고픈 선배의 바람. 자신의 희생을 통해 대학이란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멋진 행동가, 309동 1201호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였다.

 

 

 ps. 담담하게 고백하는 듯 한 그의 문체는 감정적인 호소 면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단순히 내부고발에 그쳤다는 점에선 아쉬웠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등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