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6. 9. 29. 20:46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소설가) 저 



 

 입대 전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아니, 책을 읽기가 귀찮았다. 책 이란게 굳이 찾아서 읽을 만큼의, 필자의 ‘시간’을 포기하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와보니, 자대에 와보니, 생각은 달라졌다. 주위에 있는 것은 ‘시간’ 뿐 이었다. 사회에선 부족한 시간 때문에 고민했다. 군대에선 풍족한 시간 때문에 고민했다. 시간을 어떻게 쓸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왔다. ‘책’이었다. 이 답이 나오게 된 경로는 의외로 간단했다. 선임들의 관물대를 살펴보니 누구나 한 권쯤 다 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수동적 독서에만 익숙했다. 책을 고르기가 막막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관심사를 살펴봤다. 고등학생 때, 필자는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철학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과목이었다. 이번엔 더 깊게 배우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 이후로 관심사가 줄줄이 나왔다. 조금 더 현대적인 책이었으면 좋겠고, 위트 있는 책 이었으면 좋겠고, 인문학에 대한 갈증도 있었으므로 인문학 관련 소재의 책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필자의 관심을 종합해 봤을 때 딱 맞는 작가가 있었다. 그 작가는 바로 알랭 드 보통 이었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알랭 드 보통의 매력은 공감유도 능력이다. 책을 읽을 때 마다 감탄할 정도다. 필자의 일기장을 보는 듯 한 느낌이랄까? 이 능력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 3저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 중 특히 이 작품,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작품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는 반대의 시점이다. 여자 주인공인 엘리스의 관점, 즉 여자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남자인 필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였다. 궁금점 또한 쏟아졌다. 연애, 사랑에 있어서 여자가 느끼는 남자란? 이 상황에서 여자가 느끼는 감정은? 등과 같은 흔한 궁금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니 엘리스의 배경을 설명하는 첫 챕터부터 ‘엘리스 = 필자’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없는 모습,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모습 등. 필자가 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덕분에 필자가 에릭과 연애, 사랑하는 상황으로 여기고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두 가지 이론이 있었다. 



 첫째는 “사랑을 ‘사랑’한다.”라는 문장이었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수많은 부부들이 탄생했을까? 부부란 결혼한 사이를 뜻한다. 결혼이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인연을 맺는 의식이다. 즉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대상들을 만나서 결혼을 했냐는 것 이다. 이 질문의 답을 알랭 드 보통이 해줬다. 사람들은 사랑을 사랑했기에 결혼을 한 것이다. 모순적인 말 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순 속에 공감이 피어났다. 인간들의 근원적 감정인 ‘외로움’. 이 외로움의 특별한 치유제,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나눈 대상을 갈구하게 됐고, 이 사랑이 발전해 연애, 그리고 결혼이 된 것이다. 



  이 결론을 얻고, 돈오를 얻은 마냥 필자는 속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지금 필자의 여친도 사랑을 사랑해서 만나고 있는 것 인가?"

 


 두 번째 인상 깊었던 것은 이상형의 변화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상형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그때의 자신의 니즈가 다르고, 욕구가 다르고, 이상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었다. 전 애인이 새로운 이상형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연인들이 결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성격차이’ 일 것이다. 성격차이. 상호간에 성격이 안 맞아서 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이상형은 저절로 자신의 성격에 맞춘 사람으로 변할 것 이다. 그 전 애인과는 다른 성향의 이상형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엘리스의 이상형 변천을 표로 나타낸 부분이 있었다. 이를 보니 사람들의 이상형 변화에 대한 본질을 알 수 있었다.

 

 

 예전 평론에서 밝혔다시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필자에게 굉장한 공감을 안겨줬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책도 거의 5페이지에 가까운 필사 분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보다 더 훌륭한 책 이라 생각한다. 공감을 넘어 일종의 ‘선각’을 선물해 줬기 때문이다. 여친, 연애 그리고 사랑 그 자체에 대해 많은 것을 숙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