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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6 고독 속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 - <김씨 표류기>
Movie2016. 9. 6. 19:17

씨 표류기


 

감독 이해준

 


 <김씨 표류기>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필자의 첫 인상. 첫째, 포스터가 완전 아니었다. 둘째, 제목마저도 아니었다. 셋째, 남주에 비해 여주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넷째, 당이 신인급 경력이었던 이해준 감독에 대한 의문부호. 한 마디로 최악이었다. 그래도 숨겨진 명작이라 찬사를 받는 영화였기에 군대의 꿀 같은 주말을 이 영화와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다.

 


 ‘김씨 표류기’는 늘어가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강다리에서 자살시도를 하지만 그 마저도 실패해 밤섬에 표류하게 된 Male 김씨.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 여파로 인해 밖을 나가기 꺼려하는 히키코모리, Female 김씨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씨 표류기’에서 돋보였던 것은 단연 장치의 활용.

  ‘자장면’ 밤섬에 표류 당했을지라도, 이곳에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Male 김씨에게 심어준 고마운 소재. 밤섬에 갇힌 male 김씨를 위해 시켜줬지만 어떠한 과정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자장면. 그 자장면, 즉 바깥음식을 실로 오랜만에 접하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Female 김씨에게 심어준 고마운 소재.

  ‘쓰레기’ Male 김씨에게는 밤섬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현실로 구현시켜 준, 실용적인 역할을 한 소재. Female 김씨에게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버릴 조차 못 하는, 그래서 그녀의 조그마한 방에 가득 쌓여만 가는 그녀의 절망을 상징하는 소재. 

 ‘민방위 훈련’ Male 김씨와 Female 김씨가 자신들이 표류하던 ‘섬’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 그 밖에 철새, 오리배, 옥수수 등 여러 장치를 활용한 극의 전개가 인상 깊었다.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필자는 남주에 비해 여주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솔직히 배우 둘 만을 비교하면 이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죽으려고 투신자살을 시도했지만 밤섬에 갇히고, 다시 생존의 욕망이 피어올라 이를 위해 발버둥치는 정재영의 진지한 원맨쇼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동시에 감동까지 선물했다. 정려원에게는 이러한 임펙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무게감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해준 감독은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그녀가 녹음한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연기 외적인 것에서 정려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줬다. 이해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여럿 발견됐다. 우선 캐릭터들의 설정이 아쉬웠다. 지나치게 캐릭터들의 설정에 집착한 모습이었다. 결국 현실적이지 못한 장면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결국 관객들의 공감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한 에피소드의 연계성도 아쉬웠다. 절망에 빠진 김씨들이 희망을 가져가고, 그 희망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줄지어 펼쳐지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즉 영화 자체의 텍스트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한 필자의 느낌은.. ‘생각보다 아쉬웠다.’ 영화를 책임지는 남주, 여주의 처지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크게 공감할 수 없었고, 단지 순간의 ‘희망’에만 강조했을 뿐, 그 이후의 이야기가 설명되지 않아서 주제의식 역시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래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필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힐링 된 것을 느낀 것 보면 군대의 투자한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이상 이해준 감독의 <김씨 표류기> 였다.

 

 

 

p.s 사실 위에 언급한 아쉬운 점들은 ‘김씨 표류기’의 장점인 장치들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나타난 요소라 생각한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랄까? 캐릭터들의 억지스러운 설정과 무리한 에피소드의 연계가 뒷받침 되지 않았더라면 이해준 감독이 의도한 장치의 활용이 영화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했을 것 이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