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언젠가부터 ‘국내영화’를 접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국내영화 또한 해외의 수작들에 비하면 질이 떨어지겠지?’
영화의 소재가 무엇이든, 감독이 누구든 항상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리뷰할 영화‘해어화’도 마찬가지였다. ‘협녀, 칼의 기억’으로 이미 역사극을 선보였던 박흥식 감독의 또 다른 역사극. 그 전 영화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안 봤어야 했다. 멜로와 액션의 언밸런스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협녀였기에..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천우희라는 배우가 주연으로 함께했기 때문이다. 천우희가 함께 했으니까 ‘이 영화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지!’ 라는, 굉장히 논리 정연한 기대를 품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겉으로 드러난 ‘헤어화’는 세련된 영화였다. 한복을 입고 있는 한효주와 천우희를 보고 있자니 눈이 호강했고,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귀까지 호강했다.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천우희의 연기는 단연 말할 것도 없었다. 항상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우희누나이니. 인상 깊었던 것은 한효주의 연기였다. 그간 선보였던 한효주의 연기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무난함’이었다. 항상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이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해어화’에서의 한효주는 달랐다. 선한 마스크를 가진 한효주라 익숙치 않았을 소율 役을 강렬하게 소화해냈다.
영화의 겉은 분명 칭찬받을 만 했다. 박흥식 감독이 협녀에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구나 여겼다. 하지만 영화의 속은 겉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감정선. ‘해어화’에서 배역들의 감정선은 커다란 질곡을 겪는다. 한효주와 천우희의 우정을 넘어선 그녀들의 크나큰 욕망이 빚어낸 감정선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감정선이 더욱 더 섬세하고 정밀하게 드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해어화’는 이들의 감정선을 묘사하는데 너무나 부족했다. 화면으로 설명해줬어야 할 감정선을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불친절을 범했다. 뚝뚝 끊기는 편집 또한 이에 일조했다.
두 번째는 영화의 흐름.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해어화’였던 한효주와 천우희. ‘조선의 마음’이었던 한효주와 천우희. 두 부분이다. ‘해어화’였던 전반부는 상당히 안정감 있게 흘러갔다.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단단히 잡혀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반부, 그녀들이 가수가 된 이후에는 스토리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극 중 천우희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시퀀스, 유연석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시퀀스. 이 두 시퀀스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후반부 스토리에 융화되지 못하고 혼자 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결말도 아쉬웠다. 류혜영이 연기한 옥향役을 조금 더 활용해보면 어땠을까. 한효주를 성공한 기성가수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그 외 한효주와 천우희에 비해 조금은 오버스럽게 느껴졌던 유연석의 연기, 비장했던 영화 분위기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스토리의 빈약함 등이 ‘해어화’에 대한 아쉬움을 더했다.
결론은 ‘해어화’ 또한 글 서두에서 밝힌 ‘국내영화’에 대한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딱 그 퀼리티였다. 그래도 천우희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기회라는 점에서 영화 ‘해어화’의 의의를 찾아야겠다. 이상 박흥식 감독의 ‘해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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