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6,000자 분량의 자소서를 다 쓰고
카페에 앉아 잉여롭게 밀린 메일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특별한 메일 하나를 발견했다.
지난 16년 7월,
군대에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웹소설 왜 안 쓰냐고 다그치는
한 여고생 독자의 메일이었다.
14년부터 쓴 웹소설.
15년에 관뒀다.
소재고갈과 군 입대를 핑계로.
그 독자가 또 메일을 보냈다.
자기 이제 대학 들어간다고.
모 대학 국문과에 들어갔다고 한다.
올 나처럼 문송하는 백수 삶에 들어가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미안해졌다.
내 소설을 보고 문창과 지망을 꿈꿨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국문과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른 책임지라며 재연재 하라고 닦달했다.
헐랭. 난 이제 소설 못 쓰는데.
꼴에 기자라고 기사 형식의 글만 쓰다보니
온갖 허영적인 미사여구가 범벅된 내 소설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린 느낌이 들었기에.
더구나 현재 연재하는 다른 웹소설들 보니
내 필력과는 차원이 다른 소설가들 많던데..
왜 허접하디 허접한 내 소설을 보고 ㅠㅠㅠㅠㅠ
아직도 고민된다.
내가 메일을 클릭했으니
메일 읽었다고 처리될 것이고
이 친구는 내 답장을 기다릴 텐데 어떻게 답장해야 하는지.
ps.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원고를 들여다 봤는데
역시나 손발이 쪼그라들면서 이내 원고를 꺼버렸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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