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자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에 처음 올라가게 된 작품은 K사의 <예쁜 남자>라는 작품이다. 하지만 필자의 첫 작품은 <예쁜남자>가 아니었다. K사의 <학교 2013>이라는 작품이 사실상 필자의 첫 필드 작품이다.
2.
고3 때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즈음, 삼촌의 권유로 들어가게 된 <학교 2013> 촬영 현장. 스태프 참여는 그 전에도 경험이 있어서 크게 겁나지는 않았다. 지금 추억해보니 당시에는 정말 즐겁게 했었다. 막연히 꿈꾸던 드라마 PD라는 직업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니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3.
촬영 현장 투입 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쯤,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 눈에 띠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광채를 자랑하는 배우들. 필자가 남자이다 보니 저절로 여배우들을 향했고 인상 깊은 배우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학교 2013은 드라마 콘셉트 특성 상 신인급 여배우를 많이 썼다. 당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배우는 ‘신혜선’ 이었다. 필자처럼 <학교 2013>이 처녀작 이었던 그녀. 현장에서는 신인이어서 그런지 다소 기죽은 모습이었지만, 카메라에 불만 들어오면 당찬 에너지를 뽐내던 그녀였다. 필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배우이기도 했고, 필자의 여친과도 닮은 배우이고 했고, 소화하기 힘든 숏컷이 어울리기도 하는 아리따운 배우이고 했다.
4.
시간이 흐르니 근황만 검색하는 정도만 됐고, 그렇게 일상에 젖어갈 때, 필자는 입대했다. 군대에서 모든 남자들이 그러듯이 그냥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던 중, <오 나의 귀신님> 이라는 작품을 접하게 됐다. 귀여움의 대명사 박보영이 주연으로 나서는 드라마. 안 볼 수가 없는 군인 신분의 필자였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던 중, 예상과는 달리 필자의 눈은 박보영이 아닌 다른 배우를 향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며 단아한 모습을 자랑하던 그녀. 배우 신혜선이었다.
5.
<오 나의 귀신님> 에서도 그녀만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탄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머리를 기르니 더 예뻐진! 모습이었다. 그 후 검사외전에서도 강동원 상대역으로 씬스틸러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고, 최근에는 주말 연속극 <아이가 다섯>에서 주연 자리를 꿰차며 자신만의 에너지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6.
그간 여러 연예인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까지 필자가 관심을 쏟은 여배우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하고, 여린 감정이 드는 여배우다. 물론 나보다는 5살이나 많은 누나이지만! 사실 나만의 배우라고 생각해서 안 뜨길 바랐는데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데뷔해 이제 빛을 보게 됐으니 그녀의 앞날을 축복해 줘야겠다... ㅠ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후에 제작할 필자의 작품에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 혜선 누나 제발 함께 작품했으면 좋겠어요! 진짜 좋은 작품 만들어 줄 수 있어요.....!
ps. 필자와 함께했었던 배우이니 각별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해서 글을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