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2017. 9. 23. 22:54

지현이 형을 인터뷰 하기로 결심했던 날,
아마도 2015년 4월, 진주에서?

몇 년 후에야 인터뷰 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아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기사화를 했네요.

이번 기사는 특별합니다.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L&tnu=201710100010

Posted by AC_CliFe
Column2016. 8. 26. 19:51

1.

 필자는 당직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의 당직은 나쁘지 않았다.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때 관련 직종에 몸담았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올림픽은 즐거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무슨 종목을 볼까 채널을 돌리던 도중 한 채널에서 필자의 눈이 멈췄다. 수영이었다. 왜 하필 수영에서...? 그 경기는 도핑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박태환 선수의 경기이기도 했지만, 문득 기훈단에서 같이 훈련을 받은 지현이 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

 작년 봄, 공군인의 요람.. 기훈단에 들어갔다. 낯선 환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띠는 사람이 있었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피지컬에 긴장한 내색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 그리고 필자의 나라사랑카드와 다른, 증명사진이 박혀있는 나라사랑카드의 소유자! 그 사람이 지현이 형이었다. 딱 봐도 비범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뭐 하다 온 사람일까. 혼자 상념에 잠겼을 때 즈음, 소대 내(內) 퍼진 소문을 통해 형의 정체를 알게 됐다. 전(前)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말로 비범한 사람이었다.

 

 

3.

 지현이 형은 소대를 대표하는 직책, 소대근무를 맡았다. 그리고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그만의 포스와 아우라에 환호하며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지현이 형의 리더십 아래 우리는 우수 소대로 거듭났다. 실제로 수차례 거듭되는 전투뜀걸음에서 단 한명의 낙오자도 나오지 않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게 길고도 짧은 6주라는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4.

 6주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지현이 형과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꽤나 많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수영을 시작하게 됐는지, 국가대표에 발탁된 계기는, 올림픽 에피소드는 뭐가 있는지 등 수영 선수 생활 전반에 관한 질문부터, 박태환 선수랑 친한지, 정다래 선수 정말 예쁜지 등 다소 유치한 질문까지 지현이 형은 다 대답해줬다. 하지만 정작 형에게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수영선수, 그것도 국가대표까지 지닌 형인데 왜 국군체육부대가 아닌 ‘공군’에 왔는지?

 

 

5.

 지현이 형이 한창 배영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감기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지현이 형은 당시 현역 수영 선수였으므로 당연히 도핑에 걸릴 성분은 뺀 약을 처방해주라 청했고 담당의사는 이에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감기약이 문제였다. 의사가 실수로 금지약물 성분의 약을 처방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현이 형은 한국 도핑방지 위원회에서 선수생활 정지 2년이란, 최고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의 여파로 인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지 못하고 공군에 입대했던 것이다.

 

 

6.

 기훈단을 수료하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이 사건에 대해 숙고하고 나름의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이상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우선 지현이형은 악한 의도를 품고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약물 복용이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청문회에 당시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자진출석하여 자신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생활 정지 2년이라는, 가혹한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징계를 감해달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지현이 형은 아니, 선수 김지현은 결국 2년이란 시간동안 억울하게 자숙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7.

 기훈단의 6주는 어느 샌가 추억이 되고, 자대에 와 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현이 형의 글이었다. 2년간의 징계기간이 끝났다는, 그동안 수영 계에 폐를 끼친 점 죄송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2016 MBC배 전국 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배영100m에서 3등의 성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지현이 형 소식이었다.

 

 

8.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뎌질 수밖에 없었던 경기 감각, 운동하기에 열악한 군대라는 환경, 그리고 89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까지. 모든 것이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이를 다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지현이 형! 진정한 수영천재의 ‘뒤늦은’ 복귀를 축하한다는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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