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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9 관객을 미치게 만든 최고의 롱테이크 -<버드맨>
Movie2016. 9. 29. 21:04

버드맨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미테이션 게임은 정말 좋은 영화였다.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괜찮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은 각색상 단 하나만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 로 우리나라를 후끈 달군 버드맨 이었다.버드맨은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기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개봉한 다음 날, 짬을 내서 영화관으로 향했다.

 


 한 문장으로 이 영화를 평한다면.. 최고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여운보다 더 오래갔다. 스토리는 물론 원테이크로 지속되는 촬영기법 (물론 이렇게 보이는 거 지만...), 적절한 배경음악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다


 

 우선 스토리와 갈등 얘기를 해볼 까 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슈퍼히어로 영화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이 연극무대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리건은 한 때 최고의 배우였지만 버드맨 4, 즉 후속작을 거부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배우로 전락한다. 리건은 연극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그러나 대중적 색체가 강한, 상업영화의 무대에서 활약한 리건에게 마이너틱한 연극무대는 녹록치 않은 곳이었다. 리건과 타 인물들과의 갈등의 시발점이 되었다.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마이크와의 갈등, 성공만 좇는 아버지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마약으로 빠져든 샘과의 갈등 등등이 있다. 버드맨은 이러한 다수의 갈등과 대립을 축으로 나아간다. 특이하게도 영화는 갈등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지 적나라하게.. 편들지 않고 관객들에게 이를 관망하게 한다. 또 굳이 이 갈등을 매듭지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 단 한 장면으로 이 모든 갈등을 순식간에 해결한다. 버드맨의 본연의 모습으로 말이다. 정말 압권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스토리 뿐 만 아니라 스토리를 보조하는 많은 장치들 또한 완벽했다.그 중 필자가 최고로 느끼는 장치는 촬영기법 이었다. 우선 원테이크 기법 자체가 혁신적이었다. 왜 굳이 원테이크 기법이라는 위험하고도 대단한 촬영기법을 사용했을까 고민해봤다. 개인적 결론에 의하면 스토리와 큰 상관관계가 있었다. 스토리는 영화 속 연극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이루어진다. 영화와 연극.물과 기름과 같은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두 매체다. 그 중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편집 여부다. 연극은 생방송이다. 편집이 없다. 영화는 녹화다. 편집이 있다. 하지만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한다면? 관객들에게 편집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버드맨은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하면서 연극과 영화의 장르적 일치를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원테이크 기법은 인물들 간의 갈등을 증폭하는 역할을 했다. 그것도 아주 충실히. 특히 연극장 안의 복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구성은 관객들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영화 비하인드에 의하면 이 원테이크 기법을 가지고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필자는 이 촬영기법이 영화의 반 이상의 영향력을 차지한다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이 촬영기법이 사용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영화의 주제 얘기도 잠시 해보겠다. 영화의 큰 주제는 영화 vs 연극. 즉 메이저 vs 마이너 다. 감독 리건을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고집대로 행동하는 마이크 샤이너. 상업영화 출신이 감히 브로드웨이를 넘본다고, 그것 자체를 아니꼽게 보는 평론가 디킨슨. 메이저의 마이너 진입을 막는 장벽들이다. 그 자신의 자아 어나더 버드맨도 리건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리건은 이러한 장벽들에 맞서 메이저의 마이너 진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씬. 리건은 어나더 버드맨에게 안녕, 그리고 꺼져 (Bye bye and fuck you) 라 한다. 그리고 창틀로 뛰어내린다. 아니다.날아올랐다. 버드맨이 된 것이다. 이 씬 하나로 모든 갈등을 종식시켰다. 인물간의 갈등 뿐 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 메이저 vs 마이너의 갈등도 종식시킨 것이다. 즉 버드맨 리건은 메이저와 마이너 상관없이 그들의 공존을 택한 것 이다.

 


 과연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Fucking kimchi 는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니. 인종차별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사 하나로 이런 훌륭한 영화를 놓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