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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3 한국형 멜로의 끝 - <멋진 하루>
Movie2016. 9. 3. 19:18

멋진 하루 


- 이윤기

 


 영화의 끝을 알리는 전도연의 미소. 그 미소는 스크린을 넘어와 필자의 얼굴에 전이됐다. 엔딩크레딧이 지나갈 때 까지 이 미소는 필자의 얼굴을 떠나지 못했다. 기나긴 여운을 안겨준 전도연의 미소, 그리고 ‘멋진 하루’였다.

 


 ‘멋진 하루’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연인관계였던 하정우와 전도연, 전도연은 연인시절 빌려줬던 돈 35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하정우를 찾아간다. 하정우가 이 350만원을 갚기 위해 전도연과 함께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멋진 하루’의 스토리다.

 


 스토리만 보면 이 영화 자체가 단순하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멋진 하루’는 스토리‘만’ 단순하기 때문이다. ‘멋진 하루’의 매력은 단순함 속 복잡함이었다. 이건 또 무슨 역설적인 소리인가? ‘멋진 하루’를 만든 두 가지의 복잡함, 바로 하정우와 전도연이었다.


 

 하정우. 극 중에서 그는 표면적인 복잡함을 보여줬다. 그의 여자관계였다. 하정우는 전도연에게 빌린 돈 350만원을 갚기 위해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혹은 인연이 있는 여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현금 돌려막기를 통해 350만원을 다 갚는다. 사실상 그의 복잡한 여자관계가 ‘멋진 하루’의 표면적인 스토리를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나는 여자의 특성에 따라 극 중 흐름이 좌우되고, 극의 에피소드가 구성되고, 극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전도연. 극중에서 그녀는 이면적인 복잡함을 보여줬다. 그녀의 감정선이었다. 극 중에서 전도연의 감정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정우라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감정선과 하정우라는 존재를 통해 느끼고 픈 감정선이었다.

 


 전자는 말 그대로다. 전 애인이었던 그놈(하정우). 돈을 안 갚고, 연락까지 끊은 그 놈. 그 놈을 처음 보면 어떻겠는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겠는가? 전도연은 그 놈을 만나고,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차가움’이라는 감정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극이 흐를수록 전도연의 감정선에 변화가 일어났다. 350만원을 수금하러 다니면서, 그 놈과 과거의 추억을 공유했다. 현재의 떨림도 느꼈다. 하정우라는 존재 그 자체에게 ‘따뜻함’이라는 감정선을 느낀 것이다. 350만원 수금작업이 끝나고 떠나보내면서 짓는 전도연의 미소가 이 ‘따뜻함’을 드러냈다.

 


 후자는 숨겨진 것 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전도연이 하정우라는 존재를 통해 느끼고픈 감정선은 치유, 그리고 사랑이었다. 극 중에서 전도연은 하정우와 헤어졌었다. 하정우의 물질적인 ‘가난’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다른 남자를 만났다. 물질적인 가난과 무관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에게선 감정적인 ‘가난’이 나타났다. 사랑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녀의 가슴에는 상처만 남았다. 사랑에 대한 갈증도 남았다. 이 상처와 사랑의 갈증을 치유하기 위해, 찾게 된 대상이 전 애인 하정우였다. 전도연의 이러한 두 개의 감정선은 ‘멋진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임 진 복잡함이었다.

 


 ‘멋진 하루’가 필자의 극찬을 받은 것은 이러한 역설적인 매력 뿐 만이 아니었다. ‘멋진 하루’만의 느낌 또한 필자를 사로잡았다.

 


 ‘멋진 하루’의 느낌은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스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것도 그렇고, 돈을 갚으러 여러 여자들을 쑤시는 하정우의 뻔뻔함도 그렇고, 사랑의 아픔을 잊으러 전 애인을 찾아온 전도연의 쪼잔함도 그렇고……. 한국스러운 정서의 조합으로 빚어낸 ‘멋진 하루’였다.

 


 ‘노팅힐’을 보고 난 후에도 필자는 여운을 느꼈다. 그때의 여운은 황홀의 여운이었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사이의 사랑의 완생이 황홀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멋진 하루’의 여운은 미묘하게 달랐다. 이때의 여운은 잔잔함의 여운이었다. 하정우와 전도연의 감정의 부스러기들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미생이 잔잔함을 안겨다 주었다. 언젠가 잔잔함을 느끼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찾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