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Culture Life2016. 9. 1. 20:56

칼럼 : 재수생이 생각하는 대학입시제도

 

 

1 - 정시와 수시 사이

 

 

 1997년 김대중 정부 시절, 그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는 공교육 강화 라는 명분 아래 대학입시에 수시제도를 도입했다. 수시 제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영향력을 확장해 갔다. 초기에는 대학 입학 정원의 10% 정도를 차지했는데 현재는 7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수시 제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각 고등학교의 내신을 중요시 보는 학생부 전형, 대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는 면접전형, 대학별 논술 문제를 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논술 전형,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해 능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을 위한 재외국민 전형 등 많은 전형이 생겼다.

 

 

 물론 수시 제도는 겉으로 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13, 14 년 두 번의 대학입시를 겪으면서 이러한 수시제도가 공교육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많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수시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는 불명확한 선발 기준이다. 논술 전형을 살펴보면 대학은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실시한다. 논술 지원자들은 6만원 정도의 비싼 전형료를 내고 대학에 가서교수들이 낸 논술 문제를 2시간정도 풀면 끝인 것이다. 지원자는 자신이 논술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대학의 입맛대로 뽑는 것이다. 그래서 합격자들은 자신이 왜 합격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불합격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빠진다. 필자도 논술을 가장 못썼다고 생각한 대학에서 예비번호를 받았고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한 대학에서 예비번호도 없는 불합격통보를 받아서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입학사정관 전형도 불명확한 선발기준을 대표하는 주요 전형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들의 스펙, 자기소개서, 내신 등을 보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저런 방식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지 의문스럽다. 논술전형과 마찬가지로 입학사정관 전형 또한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문은 더욱 가중되는 추세다.

 

 

 수시 제도의 두 번째 문제는 존재 자체가 의문스러운 전형이 존재 한다는 것이다.대표적인 예가 재외국민 전형이다. 재외국민 전형은 외국에 몇 년 이상 살다온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형이다. 대학은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영어논술,영어구술 면접 등 자체 시험을 실시한다. 우선 외국에서 살다온 지원자들을 위해 굳이 정원까지 빼주면서 모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또한 이 전형은 부유층 자제들이 대학가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 번째 문제로 흔히 말하는 명문 대학을 정시 지원자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간다. 필자는 두 번의 정시 시즌을 겪었다. 정시의 경우 정말 피 말린다. 한 두 문제 차이로 대학 급간이 달라지고 안정지원이라 여겨지는 지원도 2월 달 전화찬스라 불리는 추가합격 까지 긴장을 하며 기다리는 실정이다. 필자도 14입시에는 추가합격으로 대학을 들어갔으므로 이런 똥줄 타는 느낌을 맛봤다. 그러나 수시제도는 이와 다르다. 수능의 영향력 자체가 현저하게 줄기 때문이다.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기준을 나름 높게 유지하며 수능의 영향력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기준이 더 높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5입시에서는 수능 최저기준을 더 낮혔다.) 그러나 수능 최저기준이 상당히 낮거나 아예 없는 입학사정관 전형, 재외국민 전형 등은 정시 생을 더욱 화나게 만든다. 정시로 즉 수능으로 3%이내 성적을 내야 들어갈 대학을 위와 같은 전형으로 들어가는 지원자들은 수능에서 30% 가량의 성적을 받고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정시 생 입장에서 이와 같은 수시 제도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수시제도의 문제점은 공교육 강화라는 취지에 반대되는 제도라는 것이다.수시제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논술전형은 공교육 즉 학교 수업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과목이다. 그래서 논술 지원자들은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배운다. 입학사정관 전형 또한 스펙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학원들이 나타나며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기는 제도가 되었다.

 

 

 필자는 물론 수시생 또한 정시생의 노력과 맘먹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필자는 현행 대학 입시 제도를 구조적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시 즉 수능 성적만 가지고 지원자들을 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수능 시험 자체의 목적은 수험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수시 제도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현재의 수시 정시 비율은 7:3 정도다. 못해도 5:5 정도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런 필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시제도의 비율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되어서 많은 수험생들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ps. 재수 끝나고 수시 다 떨어지자 슬픔을 머금고 피로 적신 글..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