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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24 담배
Non Culture Life2016. 12. 24. 20:49

담배

 

 

 중학교 2학년, 나와 담배가 처음 만난 시절. 한창 야구를 하던 때, 감독이 껌 한통을 가져왔다. 각성 성분이 있는 물질이란다. 씹어보니 머리가 핑~ 돌았다. 진짜 각성이 된 건가. 리드오프인 내가 홈런을 쳤을 정도니. 이게 뭔지 궁금했다. 애들한테 물어보니 흡연 껌이란다. 야구에 대한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했던 나. 운동선수가 무슨 담배냐. 그 이후 손도 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 다짐은 얼마 가지 못했다.

 


 며칠 후, 여자 친구가 담배 핀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교 뒤편에서 피는 걸 목격했다. 그 광경을 지켜봤다. 얼빠진 표정으로. 순간 여친과 눈이 마주쳤다. 반도 안 핀 담배를 익숙하게 튕긴 후 나에게 달려왔다. 학업 스트레스를 풀 때가 이것 밖에 없다. 이젠 끊을 테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 사실 난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전교 1등을 도식하는 애가 숨어서 뻐끔거리고 있다니. 섹시해보였다.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 너가 피고 싶으면 계속 펴도 된다. 울먹이는 그녀를 달래줬다. 그 후, 그녀의 오후수업, 나의 오후 연습이 끝나면 늘 그랬던 것처럼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고등학교,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를 갔다. 그녀는 과학고. 나는 야구부가 있는 고. 나와 그녀의 물리적 거리처럼 담배도 나와 멀어졌다. 나에게 담배는 그저 그녀의 호감을 사기 위한 수단이었으므로.

 

 

 재수시절, 담배를 다시 찾았다. 당시 온갖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나. 말 많은 내가 학원서 단 열 마디도 안하며 공부에만 전념했다. 11시가 넘은 시각, 집 앞 놀이터에서 담배 한 대 물고 여친과 영상통화 하는 게 내 유일한 낙이었다.

 

 

 대학교 1학년, 담배는 필요 없었다. 원래 술·담배를 함께 하던 썩은 인간인 나란 놈.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술을 택하는 애주가인 나란 놈. 내 곁의 빈자리는 술이 대신했다.

 


군대, 상병 때 까지는 담배 생각이 전혀 안 났다. 부대에선 하나도 안 폈다. 문제는 병장. 지금 이 시점, 킬링타임을 핑계로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하루에 3개비만 피자! 다짐했었으나 지금은 7~8개비 피고 있는 의지박약인 나. 식후땡은 기본, 체련시간 전후에 피고, 저녁에 돌아와 공부가 안 될 때도 피고, 자기 전에도 피고. 아이러니한 건 막상 휴가 나가면 담배는 생각도 안 난다는 거. 백해무익의 대명사인 담배. 1-2년 주기적으로 폈다 끊었다를 반복하니 완전히 끊기가 너무 어렵다. 희망은 제대. 얼마 남지 않은 제대. 제대하면 끊을 수 있겠지?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