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요즘 시험기간이라고 집 근처 도서관을 간다. 개인 학습실은 중, 고등학생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항상 반 이상 차있다.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은 누구일지. 나와 같은 대학생 몇 명이 있었다. 몇 명은 만학도, 그 외 나머지는 공시생들이었다. 대부분이 같은 인강을 보며 같은 교재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꽤 충격이었다. 공무원 열풍이라는 소리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그러나 열풍을 몸소 체감하지는 못했다. 군대에 짱박혀있기도 했고 내 삶 자체가 공무원과는 동떨어졌기에.
...
2012년, 내 여사친은 나와 같이 수능을 망쳤다. 나와 그녀는 술잔을 기울이며 다가올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재수를 해야 했다. 내 꿈 자체가 대학을 나와야 할 수 있는 것 이었기에. 그녀는 아니었다. 별다른 꿈이 없었다. 꿈 없이 공부에 맹목적으로 매달린 친구였다. 나는 그녀에게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재수를 했고 그녀는 9급 공무원을 준비했다. 1년 후, 나는 모 대학에 붙었고 그녀는 9급 일행직에 붙었다. 사실 그녀에게 미안했다. 특목고까지 나온 그녀의 창창한 미래를 짓밟는 조언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빨리 현실로 들어가는 길 일수도 있기에. 얼마 전 그녀와 다시 술잔을 부딪쳤다. 그녀는 말했다. 너 조언 듣길 잘했다고, 고등학교 동창들은 거의 다 취업 안돼서 투덜거린다고, 취업한 애들은 언제 짤릴지 몰라서 불안해한다고. 그녀의 행복은 축하할 일이었기에 잘 됐다며 건배를 외쳤다. 그 때 내 머릿속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공시생들이 떠올랐다. 짐 로저스의 말과 함께.
‘한국의 공무원 열풍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이다.’
ps. 시험기간에 쓰는 외주 글! 아직 초고라 본문은 공개할 수 없어서 생략.
ps2.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 대한민국 청년들이 꿈꾸는 길은 이 세 가지로 압축된다.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항상 내 미래엔 답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알고 보니 3개의 답이나 있었네요. ㅎㅎㅎㅎㅎㅎ 멋진 대한민국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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