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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08 법조계의 진실, 헌법의 진실, 우리나라의 진실 - <헌법의 풍경>
Book2016. 11. 8. 19:27

헌법의 풍경

 


김두식(대학교수) 저 



 법. 우리에게 ‘법’이라는 단어는 가깝고도 먼 단어다. 이 특성은 법 중의 법인 헌법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리는 헌법에 명시된 ‘인권’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를 외치며, 이를 사수하기 위해 수 없이 많은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헌법 그 자체에 대해선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온갖 추상적인 단어로 도배해 우리를 낯설게 하고, 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헌법의 효력을 은닉하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 ‘가깝고도 먼’이라 했지 사실상 헌법은 우리에게 후자의 의미가 더 강하다. 우리와 먼 정도가 아니라 잃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잃어버린 헌법을 되찾기 위해,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헌법’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는 책이 바로 이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이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되어있지만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파트는 우리나라의 법조계 얘기다.

 


 필자는 우리나라 법조계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주변에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없고, 미래에 법조인에 대한 뜻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조계 하면 영화나 책에서 묘사된 정의로움, 강인함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몇 년 전, 이모가 변호사가 되고, 대학에 입학해 법 관련 수업을 청강하며 법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지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법조계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생겼다. 이모한테 물었다. 완전 추상적이고 막연한 질문. “법조계 어때?” 돌아온 답변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모는 폐쇄적이고 비논리적의 극단을 달리는 집단이라 답했다. 법치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는 개방성을 지녀야 할 의무가 있는 법조계가, 법이라는 규정 아래 치열한 언변과 논리싸움을 일삼는, 그래서 ‘논리’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법조계가, 오히려 그 반대의 성향을 띠고 있다니. 며칠 후 이모는 필자에게 이 책을 주며, 법조계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라고 권했다.

 

<헌법의 풍경>을 통해 접한 법조계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신분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철저히 학연, 지연, 혈연으로 돌아가고 단단한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한 그들이었다. 자신들만의 언어를 구사해 일반 시민들과의 괴리감을 키우고, 자신들의 영역에 대한 접근 자체를 아예 차단하면서 특권을 가진 집단인 마냥 행동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집단이었다. 이러한 집단이 되기까지는 법조계 그 내부의 문제도 있었지만 외부 요소도 그 못지않게 영향을 미쳤다. 고시생이라는 미생에서 법조인이라는 완생으로 거듭난 그들을 떠받드는 주변의 반응. 법조인에게 무한한 권력을 쥐어준 국가라는 괴문도 한몫했다. 좋다. 아무리 법조인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특권 의식을 뽐낸다 하더라고 그 힘을 올바르게, 정당하게, 제대로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를 지켜주는 헌법, 그리고 기본권이 점점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을 담은 단원이 두 번째 단원,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기본권’ 에 대한 단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로, 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청강ㅇ을 하고, 법 관련 서적을 보는 등 꽤나 열심히 했었다. 그래서인지 법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춰있을 것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본 필자가 지닌 지식은 실효성 없는 허상인 것을 알게 됐다. 원론적, 고전적 지식만 접하고, 법조인들의 입장만 대변한 지식이었다. 특히 우리가 묵비권이라 알고 있는 진술 거부권, 그리고 임의 수사에 대한 지식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법조계의 권위와 편의를 위해 우리들의 위대한 방패인 진술 거부권을 허물어버리는 그들의 위선.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들을 우롱하기 위해, 피해자 마음대로 법원에 가거나 떠날 수 있는 임의수사이지만 멋대로 강제인척 ‘소환’한다고 하는 그들의 수사방법.

 


 우리는 그들의 편의를 위한, 그들의 권력을 위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법조계의 처사는 당연하게도 우리들의 인권침해로 귀결되었고, 기본권 침해, 나아가 헌법의 침해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 때, 법조계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필자가 너무나 한심스러워졌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작가는 대화와 타협, 연대와 동감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당연한 것을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이러니하고도 원통할 따름이다. 그래도 이제라도 이러한 우리나라의 단면을 알게 돼서 다행이었다. 또한 훗날 필자가 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숙고해 볼거리를 던져준 고마운 책이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헌법을 우리의 손이 아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조인들의 손에 맡겨질 당연한 사회를 고대하며 글을 마치겠다. 이상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 이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