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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17 필사를 위한 책 - <필독, 필사>
Book2017. 1. 17. 18:27

필독, 필사 : 고종석이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

 

 

- 고종석

 

 

 작가 고종석과의 첫 만남은 문학비평집 <문학이라는 놀이>를 통해서였다. 비평이란 장르를 알았을 때 한창 관련 책만 읽었던 필자. 정말 닥치는 대로 읽었다. 비평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뭐든지.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고종석의 책, <문학이라는 놀이>는 아직까지 뇌리에 박혀있다. 문학을 놀이로 접근한다는 시선이 좋았다. 고종석만의 통찰력도 꽤나 인상 깊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일보에 기고한 그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다. 한동안 필자를 매료시킨 달필, 고종석이었다. 오늘 서평할 책 <필독, 필사>는 고종석의 필력을 발톱 때만큼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필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가려 뽑은 생각의 문장들이니까. 이를 필독, 필사 하면 필력향상을 곧잘 이뤄낼 수 있겠지. 부푼 기대감을 품고 책을 읽어 나갔다.

 

 

 <필독, 필사>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필사를 위한 책이었다. 왼쪽 페이지는 문장, 오른쪽 페이지는 필사하라고 그어진 줄들. 날로 먹는 거 아닌가라는 불순한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겨가며 직접 노트에 눌러써가며 공부를 하니 어느새 책 속에 빠져들었다.

 


 <필독, 필사>의 장점은 역시 깊이 있는 문장이다. 여러 문장들이 각자의 특색을 뽐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문장의 다양성도 눈여겨볼만 하다. 고전 중심이지만 책의 장르는 가리지 않았다. 명작으로 불리는 소설서부터 각종 입문서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인문학, 필자에게 낯선 학문 자연과학까지. 따분했던 그간의 필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면상의 문제겠지만 감안해도 아쉬운 63개라는 문장의 양. 최소 80개 정도는 해줬으면 하는 안타까움. 고종석이 소개한 장문들도 아쉬웠다. 짧게는 한 줄, 길게는 세 줄로 이뤄진 단문들은 매력적이었다. 고종석의 능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장문은 정반대였다. 굳이 이 문장을 책에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문장들이 보였다. 단지 책 소개만을 위한 문장 같았다.

 

 

 고종석은 말했다. 이 책의 문장들 가운데 단 열 개라도 외워 자기 몸의 일부로 삼는다면,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겠다. 아직 다섯 개도 못 외웠다. 단지 필사만 해봤을 뿐. 하지만 계속해서 읽을 것이다. 그리고 쓸 거다. 작가가 말한 가려 뽑은 문장들을. 필자의 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쉬운 점도 노출했지만 긴 호흡을 가지도 공부하기에 훌륭한 필사의 교과서, 고종석의 <필독, 필사>였다.

 


번외) 그나마 외운 명문 몇 개를 끄적여 보겠다.

 

 

3. 비스마르크 :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에서 이 말을 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보고 이 말이 떠올랐다. 대통령 임기를 최대한으로 늘리려 갖은 정치적 술수를 쓰고 임기 연장에 대한 희망을 열어두는 그녀의 발표문. 그녀의 정치‘력’에 감탄했다. 역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24. 오노레 드 발자크 : 마음은 강장제다. 그것은 사람을 살린다. 그리고 복수를 부추긴다.

그러나 동정심은 사람을 죽인다. 그것은 우리의 나약함을 더 나약하게 만든다.

 

흔히 동정심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동정심은 일종의 우월감에서 파생되는 오만함이다. 우리 모두 동정심에서 벗어나자.

 

 

27. 엑토르 베를리오스 : 시간은 위대한 교사다. 그러나 그것은 제 생도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실존적 문제. 시간은 분명 많은 가르침을 선사하는 위대한 교사다. 하지만 시간에 의존하다보면 이 세상에 우리는 없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