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6. 10. 6. 19:58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구파도


 

1.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 듯 말 듯 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들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리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사랑은 유치함의 연속이다. 유치하게 사랑을 시작하고, 유치하게 사랑을 나누며, 유치하게 사랑을 끝낸다. 커진텅과 션자이의 사랑도 유치했다. 유치함을 대하는 자세만 달랐을 뿐.

 

커진텅은 유치했다. 그리고 그 유치함을 션자이에게 숨기지 않았다. 션자이를 위해 유치한 고백을 아끼지 않았다. 션자이를 위해 유치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션자이도 유치했다. 그리고 그 유치함을 커진텅에게 숨겼다. 션자이는 사랑이 만개할 직전에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커진텅과 자신의 사랑도 만개할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션자이는 이 찰나의 감정을 위해 커진텅이 전하는 사랑을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션자이 자신은 사랑을 전달하지 않았다.. 자신만을 오래도록 좋아하게 강제한 션자이다.

 

유치함이 좋다던 커진텅과 유치함이 싫다던 션자이가 빚어낸 유치한,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2.

 

“평행세계에 대해 믿어? 그 평행세계에선 우린 아마 함께하겠지.”

 

커진텅의 유치한 행동으로 인해 대판 싸운 어느 비 오는 날. 커진텅은 구슬프게, 서럽게 울던 션자이를 붙잡지 않았다. 비오던 이 날의 다툼이 발단이 되어 커진텅과 션자이는 이별을 맞이한다. 이 이별은 커진텅의 키스 상대를 션자이가 아닌 션자이의 남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평행세계에선 달랐다. 어느 비 오는 날. 커진텅과 션자이는 대판 싸웠다. 커진텅은 본 세계의 자신과 달랐다. 자신의 유치함을 뉘우치고, 울고있던 션자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션자이의 눈물을 닦아줬다. 이 행동은 커진텅의 키스상대를 션자이의 남편이 아닌 션자이로 만들었다. 본 세계에선 함께하지 못했지만 평행세계에선 함께 했던 커진텅과 션자이였다.

 

 

3.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어색했다. 작위적인 연출도 많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 시절 무엇보다 찬란해던 우리들의 추억을 그 어떤 영화보다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직후, 한동안 첫사랑을 추억하게 끔 해준 유치한 영화. 구파도 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였다.

 

ps 1. 이 영화의 결말은 누가 뭐래도 본 세계의 결말. 'Happy Sad' 엔딩이었기에 이 영화가 더욱 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2. 유치함과 평행세계. 두 소재로만 글을 구성해봤다. 영화의 전체, 그리고 끝을 담당한 두 키워드라 여겼기 때문이다.

 

3. 커진텅과, 션자이의 남편. 남자끼리의 키스가 이토록 황홀하고 달달할 수 있을까?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