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018. 1. 10. 19:56

저질러보는 창업의 끝판왕 -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드립니다 합자회사>

 

 

- 노희준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 가장 긴 제목. 기자를 하며, 글을 쓰며 무조건 간결하고 핵심적인 문장만이 좋다고 배운 필자이기에 긴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 창업의 모든 삽질(?)을 미리 알려주마!!’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를 겨냥한 책인가. 호기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글귀였다. 어쨌든 나도 창업 프레임에 낚여버린 사람 중 한 명이기에 과연 어떤 창업 스토리로 책을 구성했을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 만의 공간을 만들자는 화려한 계획으로 시작한 창업. 거룩한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창업. 그러나 녹록치 않은 현실에 부딪힌 주인공과 동료들. 그 속에서 찾아가는 새로운 목표.

 

 으레 볼 수 있는, 기승전결이 너무나 명확함과 동시에 진부한 플롯의 소설이다. 더구나 마지막 말에 작가가 소설이라고 규정해어 버렸으므로 이러한 감정은 더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형식이다.

 

 한창 문학을 학문과 강의로 접했을 때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강의 소재가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형식적이고 합리적인 모더니즘에서 탈피해 전복과 붕괴를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개념을 접하면서 관련한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그러나 너무나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 내가 학문적 깊이가 부족한 탓일까. 대중성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예술이었다.

 

 이 책의 포스트모더니즘은 달랐다. 기존 소설들이 답습했던 평면성에서 벗어나 형식의 입체감을 추구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형식파괴를 이뤘고 이야기의 구성도 신선했다. 챕터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는 작가의 뼈있는 한마디는 용두사미였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공작이 왜 나는 데 젬병인 줄 아니? 깃털이 너무 무거워서 그래.’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내용이다. 진부한 플롯이라 하더라도 디테일한 흡인력이 있으면 분명 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디테일함이 부족했다. 군데군데 디테일 한 면이 있기는 하다. 임대료 이야기부터 창업에 대한 당연하면서도 놓치기 쉬운 일반적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드립니다 합자회사> 에선 군데군데 디테일 밖에 없었다. 아쉬웠던 건 캐릭터에 부여되어야 할 디테일. 이 책의 형식은 충분히 입체적이었지만 캐릭터는 평면적이었다. 또한 기대했던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독자를 빨려들게 하는 동력이 떨어졌다. 첫 챕터는 재미있었다. ‘그래. 어쨌든 나도 예술계에서 물 좀 먹어봤으니까 저런 생각 해 본적 있지. 그런데 말로만 떠든 거지 실제로 실행한다는 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데? 재미있겠다!’ 아티스트만의 공간을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자는 재미있는 사업 아이템.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소 현실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드립니다 합자회사>. 형식과 내용,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면 형식은 좋았으나 내용은 아쉬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홀가분했다. 신선함은 둘째 치고 가벼운 소재로 은근히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와 재미진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이다.

 


<본 리뷰는 도서출판 답의 서평단으로서 참여한 리뷰입니다.>

Posted by AC_CliFe
Book2016. 12. 21. 14:29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 정은영

 

 

 돈이 좋았다.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필자는 돈에게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일방적 사랑을 퍼붓는 수준에 이르렀다. 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알바 2개는 기본이었다. 장학금을 따기 위해 밤새면서 공부했다. 글을 팔았고 토토에도 손을 댔었다. 왜 필자는 돈에 집착하는 피폐한 생활을 이어왔을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불우했던 지난 인생, 여친과의 재력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 가정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 이런 생각을 곱씹어가면서 돈을 향한 필자의 애정은 더욱 커져갔다. 동시에 그저 방송국에 입사해 월급쟁이로 살아가기만을 바랐던 꿈도 조금씩 원대해지고 있었다. 본격적인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단어 창업. 하지만 창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던 필자. 늘 그랬던 것처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창업이란 세계에 전입하기로 했다. 그 첫 발걸음은 오늘 소개할 책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의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다.

 


 

 다수의 창업 관련 책 중 왜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를 선택했을까. 단순하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 크리에이티브. 사실 필자의 가치관과 다소 거리가 있는 속성이다.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가치관을 지닌 필자이기에. 허나 창업을 한다면 필자가 자신있어하고 열망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를 핵심으로 하는 사업, 브랜드 스토리텔링 컴퍼니였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컴퍼니. 낯선 영단어로 도배되어있어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쉽게 말하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미디어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글 쓰는 일이다. ‘다양한’이란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 스토리텔링 컴퍼니는 무궁무진한 분야를 포함한다. 출판 업체서부터 영화포스터 제작, 잡지촬영, 관공서 디자인까지.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는 본인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주 무기로 하여 사랑이란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13인의 크리에이터 인터뷰를 담았다.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누구나 글 쓰고 기획하고 소통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됐다. 그렇기에 브랜드 스토리텔링 컴퍼니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은 낮은 편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임을 의미한다. 스몰컴퍼니라는 구조적 한계 또한 뚜렷하다.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타 업계와는 달리 스몰컴퍼니는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이로 인해 매출의 흐름이 시시각각 요동친다. 즉 회사 존폐위기가 쉽게, 자주 찾아온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 비즈니스란 점에서 고객 관리도 신경 써야 하고 자유분방함을 지향하는 크리에이터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원 관리도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돈이 안 된다! 인터뷰이 13인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오히려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일반 직원들보다 더 적을 때가 많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필자는 돈을 사랑한다. 스몰컴퍼니의 최대 단점은 돈이다. 당장 창업하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심도 있는 고민을 해봤다. 가치관과 반대되는 창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때 알 수 없는 끌림이 솟구쳤다. 그래도 필자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에, 필자가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피어났기에, 필자만의 색을 이 스몰컴퍼니에서 세련되게 뽑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에.

 


 

상출판사 천성연 대표가 말했다.

 

“웬만하면 하지마라 ··· 막연하게 생각하면 백발백중 깨진다.”


 맞다. 책 한 권만 보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이 필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스몰컴퍼 니라면 깨지더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알려준 지침대로 행한다면 언젠가 빛을 볼 것 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생겼다. 돈을 위해 창업을 하려 책을 펼쳤으나 돈과 동떨어진, 작은 회사에 관한 환상만 심어준 미묘한 책,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의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였다.

 


 

ps.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는 스몰컴퍼니 창업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상세한 지침서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창업을 앞둔 사람에게 더 적절한 책이다. 필자는 전자의 사람이기에 전자의 초점에 맞춰 글을 전개했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