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 우민호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그것도 국내영화! 이 두 요소의 결합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이번 휴가 때는 고려할 것도 없이 내부자들을 보기로 했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장단점이 그 어떤 영화보다 뚜렷한 영화라는 생각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장점은 배우, 단점은 줄거리.
이 영화가 주목받았던 이유가 뭔가? 웹툰을 영화화 한 작품? 아니다. 배우다. 조승우, 이병헌, 백윤식.이들이 주연이다.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라인업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이들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배우들의 연기에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실제 배우들을 볼 때도 압도당하는 느낌은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는데..
각 배우들을 나눠서 분석해보겠다.
우선 조승우. 배우 조승우는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다. 그에게 어떠한 배역과 역할을 갖다 주어도 완벽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내부자들에서 조승우가 맡은 역할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숱하게 등장한 정의로운 ‘검사’ 역할이다. 많이 나왔던, 관객들이 많이 접했던 캐릭터인 만큼 자칫하면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조승우는 조승우였다. 그만의 완벽함을 바탕으로 우장훈 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조승우, 그리고 우장훈이었다.
그 다음은 백윤식. 백윤식이라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항상 비슷하다. 묵직함과 무거움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 내부자들에서 맡은 ‘이강희’라는 역할 또한 마찬가지였다.식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백윤식은 달랐다. 화려하고, 튀고, 친근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승우, 이병헌과 다른 방식으로, 그만의 묵직함과, 무거움을 바탕으로 두 명의 배우에게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 연기의 구력이란 이런 것인가 를 느끼게 해주는 연기였다.
마지막으로 이병헌. 이병헌의 연기를 보고 든 생각.
‘이 애증의 배우를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자신이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 중 한명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연기다.
이병헌의 연기 분석은 영화 대사를 빗대어 설명하겠다. 극 중 이병헌, 안상구는 여우같은 곰이라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병헌의 연기는 곰 같은 여우였다. 안상구라는 곰과 같은 깡패 역할을 맡으면서도, 여우같은 연기를 펼치며 자신이 연기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탑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가벼움을 보여주어야 할 개그씬 에서부터, 무거움을 보여주어야 할 감옥씬 까지.. 내부자들에서 그의 연기는 감히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단점으로 지적한 줄거리 얘기를 해보겠다. 이 영화는 그간 한국에서 정말 많이 다룬 주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역겨운 권력에 맞서는 약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권선징악. 진부하다. 그렇기에 특별한 무언가, It이 필요하다. 그래야지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내부자들’ 전에는 베테랑과 부당거래 등이 이 주제를 다뤘다. 베테랑과 부당거래는 아직도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It 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테랑의 It은 재치, 부당거래의 It은 날카로움 이었다. 하지만 ‘내부자들’에는 It이 없었다. 영화를 관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다... (It을 글로 풀어 설명하고 싶은데.. 설명할 수 없는 건 필자의 역량 부족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들이 너무나도 아쉬운 것들이 많았다. 자극성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다. 권력자들의 술자리에서, 왜 그러한 성적 행위의 모습들을 렌즈 안에 담아서 내보냈을까? (여자들의 가슴을 클로즈업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자극을 넘어 폭력적이기 까지 했다.) 하얀 조명이 강렬히 내리쬐는 창고에 가둬서, 사람의 몸을 토막 내는 행위를 뭐 그리 뚜렷하게 표현했을까? 이런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층들의 역겨움만큼이나 역겨웠다. 아직도 사람들이 이러한 자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감독의 아쉬운 판단이었다.
이야기 자체도 마지막에 너무나, 급격히 힘이 빠졌다. 주제의식과 비판의식 또한 같이 힘이 빠졌다. 조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뭐.. 이러한 플롯을 다루는 영화의 장르적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쉽다.
이 작품을 만든 우민호 감독은 전에 ‘간첩’이라는 영화를 접하면서 알게 됐다. 간첩이라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이번 내부자들과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탄탄한 라인업, 그에 못 미치는 줄거리... 아쉬움이 남는 감독이다. 다음에는 보다 발전된 스토리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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