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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1 한명의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담백한 영화 - <트럼보>
Movie2016. 10. 11. 09:11

트럼보

 

제이 로치

 

 영화 ‘트럼보’를 설명하려면 다양한 #(해시태그)가 함께해야 한다. 천재작가가 선보이는 불타는 창작욕,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펜을 놓지 않는 가족애, 엇나간 욕망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면교사 삼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겸손한 어른,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세계대전 냉전 (Cold War), 그 속에서 피어난 공산주의에 대한 반(反)공운동 매카시즘. 이 어리석고도 비열한 매카시즘을 이겨낸 트럼보의 위대한 신념까지.

 


 그렇다. 영화 ‘트럼보’는 다양하고도 수많은 주제의식들이 공존하는 영화다. 다른 영화들은 하나의 뚜렷한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힘겨워 보이는데 어떻게 ‘트럼보’는 여러 개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선보일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인간 ‘트럼보’라는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에 있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농구는 센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는 투수가, 농구에서는 센터가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말 이다. 필자는 영화는 감독놀음이라 생각해 왔다. 감독이 만들어주는 판 아래에서, 영화의 배우든, 촬영이든, 조명이든, 스토리든 모두 감독의 지휘를 거쳐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영화 ‘트럼보’는 필자의 고정관념을 깨부숴주었다. 영화 ‘트럼보’에서의 감독은 메인이 되기보다는 서브가 되기를 자처했다. 비어있는 메인의 자리를 인간 ‘트럼보’라는 캐릭터와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톤에게 양보했다.


 

 할리우드의 흑역사, 나아가 미국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달튼 트럼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달튼 트럼보’에 빙의된 듯 한 연기를 선보이며 ‘트럼보’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브라이언 크랜스톤 또한 놀라웠다. 특히 사람 ‘트럼보’의 습관까지 연구하며 끊은 담배를 생각나게끔 해준 그의 연기는, 연기에 대해 무지한 필자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괜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가 아니었다.

 


 서브로 물러난 감독, 제이 로치도 ‘트럼보’라는 캐릭터, 브라이언 크랜스톤이라는 배우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밸런스한 연출 실력을 뽐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혹자들은 영화 ‘트럼보’의 아쉬운 점으로 트럼보라는 거대한 캐릭터를 감당하지 못하는 무던한 연출을 지적한다. 하지만 필자는 제이 로치의 무던한 연출 덕분에 지금의 영화 ‘트럼보’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트럼보의 메인은 캐릭터, 그리고 배우다. 감독의 연출은 철저히 서브의 역할을 수행한다. 서브이 역할은 무엇인가? 메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이다. 그렇기에 제이로치의 무던한 연출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서브라는 역할에도 제이로치는 매카시즘이 지배하던 시대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견지했고, 그 속에서 지속적인 위트와 유머를 선보였다. 영화 ‘트럼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제이 로치의 이러한 균형 잡힌 연출 때문이었다.

 


 보통의 전기 영화의 경우, 대상의 지나친 신격화, 신화화로 인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트럼보’는 오히려 인간 ‘트럼보’의 현실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반대의 경우를 취하는 이 전략은 유효하게 작용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자아냈다. 필자 또한 담백한 전기 영화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상 캐릭터, 그리고 배우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담백한 전기 영화 ‘트럼보’였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