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lash
- 다미엔 차젤레
절정의 10분.
위플래쉬의 마지막 10분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물해줬다.
라스트 10분은 드럼에 ㄷ자도 모르는 필자가 한 명의 드러머가 된 것처럼,
기가 막힌 몰입감을 제공해 주었다.
10분의 연주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옆에 있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영화에 깊게 빠져든 나머지, 구체적으로는 엔드류에 빙의한 나머지 탈진할 지경까지 이렀기 때문이다.
이 영화 또한 버드맨과 마찬가지로 모든 영역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음향은 물론 조명, 촬영 기법까지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편집과 촬영기법이 눈에 띈다. 음악영화에서 편집은 영화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로 큰 역할을 차지한다.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주씬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위플래쉬의 편집은 대 성공이었다. 최고의 10분을 만들었으니까. 촬영기법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10분 연주씬에서 카메라는 앤드류와 플레쳐를 번갈아 잡는다. 뚝뚝 끊기는 편집을 이용한 게 아니라 카메라를 돌리면서 둘을 클로즈업 한다. 이러한 촬영 기법 또한 최고의 10분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너무 10분 얘기만 하는 것 같다. 인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우선 플레쳐. 아니 J.K 시몬스. 최고의 연기다. 손짓 하나하나 까지 눈을 땔 수 없는 연기였다. J.K 시몬스가 Whiplash의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연기였다. 그만 소화할 수 있는 플레쳐였다. 플레쳐는 진짜 최고의 스승이자 최악의 스승이자. 제자의 동기부여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할 수 있다니. 필자가 재수할 때 이 스승을 만났더라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아무튼 플레쳐는 필자에게 굉장히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자본주의 시대, 경쟁주의 시대, 결과주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플레쳐는 영화의 제목Whiplash의 달인이다. 미친 듯이 채찍을 후려친다. 인격모독은 기본, 폭력은 옵션. 덕분에 앤드류의 손에서 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플레쳐의 소울메이트 앤드류. 플레쳐의 영향 덕택일까. 앤드류에게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일 빼고 중요한 건 하나도 없다. 여자친구? 필요없다. 친구? 필요없다. 친척? 필요없다. 앤드류에게 여자친구와 친구, 친척은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위한 자극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플레쳐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성공주의적 가치관. 한 때의, 어떻게 보면 지금의 필자의 가치관이다. (그래도 필자는 앤드류와 플레쳐만큼 미친놈처럼 할 용기는 없다.)
소울메이트 플레쳐와 앤드류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10분을 만들었다. 이 장면 속에서 그들은 마지막에 함께 미소를 머금는다. 마치 영화 초반 플레쳐가 앤드류에게 충고를 해주는 장면에서 보듯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음악을 배울 때 플레쳐 같은 스승은 지양해라?
앤드류 같은 열정을 보고 삶을 살아가라?
사실 애매하다. 지나친 결과주의의 폐해라고 말할 수 는 없다. 플레쳐와 앤드류는 최고를 만들었으니까. 도덕적으로는 이런 과정 - 성공의 인과관계는 지양되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아니야 지양되어야 해! 라고 말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둘이 느낀 접신의 경지, 최고의 10분이 부럽기만 하고 그렇다.
모르겠다. 중요한 건 위플래쉬는 버드맨에 버금가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PS 1. Whiplash 라고 영문제목을 사용한 이유는 Whiplash라는 영문제목 자체가 상당히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플래쉬? 한글로 번역할 경우 절대 못 느끼는 중의적 의미다. 사실 필자도 위플래쉬라고 들었을 때 We Flash? 이렇게 생각했다.. 필자가 무지한 거 일수도..
PS 2. 사실 이 영화에서 단점은 그리 크게 보이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앤드류의 전 여친 니콜?니콜과의 갈등 및 관계가 조금 더 자세하고 길게 나왔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너무 단순하고 급하게 끝낸 듯 한 느낌이 강했다.
--- 한창 글 날려쓸 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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