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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2016. 12. 17. 19:20

피디란 무엇인가

 

- 이정석 외 41명 공저

 

 

 이 책과 필자의 인연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D의 꿈을 위해 신방과에 진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던 필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 전화 한 통이 왔다. 한때 필자와 같은 PD지망생이었으나 기약 없는 언시생 생활에 지쳐 모 출판사에 취직한 누나였다. 이번에 PD 관련 책을 출판했는데 교열 및 서평을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말에 만나 원고를 받았다.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 순간 식겁했다. 그래도 밥 한 끼, 술 한 잔, 책 한권 공짜로 얻는 셈이니 그녀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그 때는 출판일이 많이 남지 않아 속독을 한 후 교열과 서평을 마무리 했다. 책을 음미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렇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자기개발을 위한 시간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이 책을 다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건 지난 휴가 때였다. 오랜만에 방을 청소하던 필자. 낯선 원고 한 덩이를 발견했다. 먼지가 자욱하게 쌓여있던 원고. 먼지를 털어보니 쓰여 있는 글씨 <피디란 무엇인가>. 지난 기억이 떠오르면서 책장을 넘기고픈 열망도 함께 떠올랐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요즘의 군 생활이므로 주저 않고 책을 가방에 넣어 자대로 향했다.


 

 <피디란 무엇인가>. 심심하고 원론적인 제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압도적인 책 두께. 처음 보는 이들은 도전할 엄두가 안 날수 있다. 필자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생각 외로 몰입감있게, 공감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이 배경에는 42명의 PD들이 있었다.

 


 이제 갓 입사해 조연출을 맡고 있는 새내기 PD들부터 연차가 쌓여 퇴직을 바라보고 있는 국장급 PD까지. PD하면 생각나는 예능·드라마 PD서부터 아직은 생소한 분야인 전문언어 PD·코디네이션 PD까지. 다양한 연령대·직종의 종사하는 PD들의 글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분량을 조율하는 구성도 책에 유려함을 더했다.

 

 

 1부 <PD시험 준비, 스펙보다 스토리다>는 방송국 입사의 방법론을 공유한 장이었다. PD지망생이 관심을 갖고 볼 섹션.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1부의 이야기였다. 자기소개서, 상식, 논술·작문, 면접 등의 여러 관문으로 이루어진 언론고시. 각 단계마다 맞춤 공략법을 제시해 실용적인 특징을 보였다. 필자 같은 경우 자신의 글빨을 마음껏 뽐내야 하는 ‘작문’에 약점이 있었다. 이 파트를 유심히 보던 중 ‘멍때리며 사람구경’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의아했다. 멍때리기가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그 PD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작문에 도움이 된다고 서술했다. 꽤나 신박한 방법! 다음부터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부 <세상을 향한 PD의 시선>은 앞서 말한 다양한 직종의 PD에 대한 소개글이었다. 방송국 계약직으로 일하며 터득한 내용이 대부분. 긴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할 것. 조연출 시절. 누구에게나 조연출 시절은 인생의 암흑기였다. 기억해선 안 될 과거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3부 <PD, 세상을 편집하라>는 2부의 심화격인 섹션이었다. 필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 섹션이기도 했다. 드라마 조연출 시절, 그 작품의 메인 PD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드라마는 지극히 대중들을 위한 장르다. 대중의 눈높이에 모든 것을 맞춰라. 여기서도 유사한 말이 나왔다. 드라마의 예술성은 대중성이다. 사실 필자에게 대중성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명작이라 여기는 드라마 또한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과 같은 마니아층 드라마였다. 요즘 유행하는 <도깨비>도 유치하다고 생각해 절대 안 본다. 이런 필자가 무슨 드라마 PD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꿈을 포기할 순 없는데. 대중의 시선을 분석하고 또 분석할 수밖에.

 


 4부 <PD를 향한 도전기>. PD라는 직업에 어떻게 반했는지, 왜 도전했는지 보여주는 장. 1부랑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이만 말을 줄이겠다.

 

 

 지난 날 이 책을 접했을 땐 지식 충전의 느낌으로 읽었다. 더불어 들이닥친 마감에 대한 압박감. 교열을 위해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으나 체화시키지는 못했다. 오늘날은 확실히 달랐다. 본격적으로 언시길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책과 동행했다. 조연출 경험도 있어선지 저자들과 공명하며 읽기도 했다. 역시 책은 두 번 이상 읽어야 하나보다.

 

 

지금까지 피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 PD란 꿈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입문서, 이정식 외 41명 공저의 <피디란 무엇인가> 였다.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