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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08 의리 넘치고 권태로운 10년의 사랑 -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Book2017. 10. 8. 21:57

의리 넘치고 권태로운 10년의 사랑 -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 한차현

 

 

 

 이 책을 읽기 전, 24살의 나는 찬란함과 어두움이 아름답게 공존했던 8년의 연애를 끝냈다. 이 책을 읽은 후, 내 연애는 찬란함과 어두움 이라는 멋들어진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이었다는 걸 느꼈다. 지난 8년의 시간은 찌질함과 이기심으로 뒤덮였던 사랑이었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무려 800쪽의 분량으로, 총 두 권으로 되어있는 책 이다. 처음엔 분량이 의아했다. 한 인간의 10년의 연애사를 다루는 데 800쪽이면 충분한가? 적어도 1000쪽은 넘어야 하지 않아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내 말이 맞았다. 여러 인물들의 감정선은 아쉽게도 섬세하지 못했다. 그래도 더 길어지면 독자들이 안 읽을 것도 분명하고 출판사에서도 섣불리 책을 내주지는 못하니까 이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작가 한차현의 자전적 성격의 소설로 한차연이라는 주인공의 10년의 연애사를 그렸다. 자전적 소설의 장점. 치밀하고도 꼼꼼한 스토리라인. 역시 이 책에서도 두드러졌다. 10년 동안 한 여자만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진짜 소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고, 그만큼 현실적이다. ‘은원이라는 진짜 연인을 두고 미림’, ‘윤슬등 다양한 연인을 두어 스토리라인을 실감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단단한 스토리라인인 만큼 책에 빠져들게 하는 몰입도도 좋았다. 필자 뿐 아니라 사랑을 해본 남자라면 누구나 감정이입하고 느낄 수 있는 차연의 선택과 감정들이 책에 매력을 더해줬다. 괜시리 지난 사랑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덕분에 불편하게 만들고 자중하게 만드는 오묘한 매력,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다른 장점은 90년대의 향수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다. 비록 나는 90년도에 태어나서 그다지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당시의 정치,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은 위 장점들이 곧 아쉬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이 단단한 스토리라인을 지녔다고 평했다. 전체적으론 그렇다. 단 한 곳 빼고. 결말부분.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요즘 이슈 중 하나인 데이트 폭력과도 연관 지을 수 있을 만큼 다소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차연의 행동이었다. 이 때의 차연의 감정선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다. 이 부분만큼은 자전적 소설이 아닌 진짜 소설 같아서 이 책의 오점으로 남아버렸다.

 


 그리고 9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들. 90년대를 누리고 살았던 지금의 30-40대는 좋아하겠지만 나는 솔직히 조금은 아쉬웠다. 너무나 많은 게 흠이었다. 처음에는 그 당시의 향수를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너무 많다보니 나중에는 이런 부분이 나올 때 마다 대충 읽고 넘어갔다. 몰입도를 방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들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지만 지나치게 이 특징을 강조하려다보니 이 사태가 벌어진 것 같아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이 책은 괜찮은 책 이었다. 차연과 같은 사랑을 했지만 다른 결말을 맞이한 나 였기 때문일까. 차연이라도 사랑을 이어갈 수 있어서 괜히 뿌듯했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그리고 연애 10년째, 우리의 사랑을 지켜온 것은 2할이 의리, 8할이 권태였다.’ 이 말이 공감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이다.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본 리뷰는 도서출판 답의 서평단으로서 참여한 리뷰입니다.>

 

 

ps. 폰트. 책 속 가사나 작품의 구절이 나올 때 마다 폰트가 바뀌는데 이 폰트가 보기 불편했네요. 뭔가 딱딱한 느낌이라서 읽기 싫었어요... 그냥 이탤릭체처럼 말랑말랑하고 심플한게 좋았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서평에는 언급할 내용이 아니라 추신으로 남겨요!

Posted by AC_C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