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님 나, 그들이 벌이는 아찔한 레이싱 - <알 수도 있는 사람>
- 전민식
전민식 작가를 처음 알게 된 때. 한창 웹소설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였다. 그때의 나는 찾아 헤맸다. 문학적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문장력으로 이를 보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김훈 등과 같이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자료에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평을 가진 작가 한 명 있었다. 얼마나 문장이 멋있길래 이런 평을 받았을까? 반발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가진 채 이 작가의 문장을 살펴봤다. 순간 필자는 몽롱해졌다. 일상을 치밀한 관찰력으로 바라본 문장에 혀를 내둘렀다. 이 작가가 바로 ‘전민식’ 작가였다. 그래서 서평단 지원할 때 전민식 작가의 소설을 고르게 됐고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게 됐다.
도서출판 답에서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써보겠다. 정말 솔직한 리뷰.
전민식의 <알 수도 있는 사람>, 이 책의 소재는 배기량 2000cc 이하의 국산 차만 참가 가능한 거리 레이싱 (SR, Street Racing) 이다. 소재부터 구미를 당기게 하는 책이었다. 이 기대에 부응하듯이 책의 첫 장부터 레이싱이 시작된다. 이 시점부터 나는 순식간에 이 책에 몰입을 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좋았다. 당신 아님 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선정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애환을 나지막이 담아냈다.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는,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간 용주, 레이싱 선수를 꿈꿨지만 현실에 부딪혀 정비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기성,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어 ‘돈’에 얽혀 사는 영미, 그리고 함께 하고픈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열망으로 가득 찬 수인 까지.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알 수도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주인공들이었다.
전민식 작가만의 화려한 문장력도 돋보였다. 나는 보통 책을 2회독 한다. 첫 번째 독서 때는 대화들과 주된 사건을 먼저 읽으면서 책 전체를 파악하고 두 번째 독서 때가 돼야 디테일하게 들어간다. 이 책은 그럴 수 없었다. 전민식 작가의 문장력을 두 번째 독서 때로 넘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 책이었다. 우선 SR(Street Racing). 레이싱 장면을 소설의 첫 번째로 삽입해 독자들의 몰입감을 이끄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감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장황했다고 해야 할까? 레이싱 카의 동력을 유지하지 못한, 텐션 유지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인물의 정리가 조금은 어수선했다. 4명의 청춘들, 각자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장치들이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어수선한 주변인물 설정과 주인공들의 감정선 정리가 아쉬웠다.
마지막으론 결말.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모든 걸 포기하고 그들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런데 대한민국의 청춘으로 살고 있는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실에 너무나 순응한 나여서 그런 거 일수도 있겠지만 뭐.
분명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재미있다.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소재의 색다름이 가져다주는 몰입감과 청춘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유니크한 과정. 그리고 전민식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까지. 당신 아님 나, 알 수도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아찔한 레이싱, 이상 전민식 작가의 <알 수도 있는 사람> 이었다.
<본 리뷰는 ‘도서출판 답’의 서평단으로서 참여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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