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 데이빗 핀처
알바 하는 곳에서 주는, 한 달에 한 장 주는 영화표. 치사하게 한 장을 주기 때문에 혼자 보는 영화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공짜니까 하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활용하는 영화표. 이 영화표를 가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엄청난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인터스텔라, 강의 도중 한 학우가 개막장이라고 평한 ‘나를 찾아줘’. 무엇을 볼지 내적갈등을 하던 도중, ‘나를 찾아줘’ 포스터에 눈에 띠는 문구. 청소년 관람 불가. 그래 오늘은 이거다! 즉석구이 오징어와 콜라 하나를 사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나를 찾아줘’는 단서를 남기고 행방불명 된 아내와 그를 찾기 위한 남편이 만들어내는 스릴러. 2시간 반 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엄청난 몰입감 덕분에 한 시간 만에 영화가 끝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영화 막바지에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 이러면서 봤다. 간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
영어식 제목은 'Gone girl'. 직역하면 사라진 소녀다. 그런데 왜 ‘나를 찾아줘’로 영화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국식 제목이 훨씬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영어식 제목은 아내 에이미에 초점을 맞춘 제목. 한국식 제목 또한 표면적으로는 단서를 남기고 사라진 아내 에이미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그러나 이면적으로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남편 닉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에이미의 계략에 빠진, 덕분에 쇼윈도 부부가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 자체를 잃어버린 닉의 모습을 표현한 제목인 것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여친이 유치하게 ‘나를 찾아줘’가 뭐냐고 비아냥 거렸는데 이 생각을 하고 나니 ‘내 여친이 한심했구나’ 라는 생각을 혼자 해봤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연치 않게 내 전공과 관련이 있는 ‘미디어 효과’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아내 에이미 단 한명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미국 언론의 모습을 그렸다. 남편 닉 또한 줏대 없이 휘둘리는 미국 언론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그런 언론에 무비판적으로 휘둘리는 여론들. ‘마법의 탄환이론’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즐거움과 교훈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야 생각한다. 즐거움으로서 이 영화는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2시간 반을 1시간으로 느끼게 해주는 엄청난 몰입감이 이를 입증해준다. 더불어 보여지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들. 그리고 전에 밀레니엄을 만들었던 감독 데이빗 핀처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교훈적 측면에서는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영화를 심도 있게 보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웠다. 쇼윈도 부부의 삶? 'That's marrige' 라고 말한 악녀 에이미의 결혼에 대한 충고? 멍청한 언론에 휘둘리는 무비판적인 여론의 모습? 줄거리 자체는 충격적이고 참신했지만 줄거리를 뒷받침하는 메시지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임펙트가 없어 아쉬웠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꼭 두 번 보는 습관이 있다. 최근 두 번 본 영화는 ‘한공주’ 말곤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러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줄 것 같다. 영화가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더 보러가야겠다. 그리고 캐치하지 못한 결정적인 임펙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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