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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05 매혹적인 글쓰기의 정석 - <유혹하는 에디터>
Book2017. 2. 5. 15:35

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우리 편집장은 특이하다. 필자를 필진으로 합류시켜줬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 수준은 블로그 독자 분들이 다 아실 거라 생각한다. 비평이라 자칭하는데 일기 같은 느낌. 언젠가 물었다. “왜 저 같은 저질 필자의 글을 매체에 실을 생각을 했어요?” 돌아온 답은 딱 다섯 글자. “재미있어서.” 솔직히 이 의견을 부인하진 않았다. 재미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 편이니까. 그렇다고 글을 쓸 때 재미를 염두에 두고 쓰진 않지만. 어찌 됐든 기분 좋은 답변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편집장의 이름으로 책 한 권이 왔다.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에디터>. 포스트잇 하나도 딸려왔다. ‘네 미래’. 의문스러웠지만 그래도 무슨 의도가 있겠거니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필자 집안은 특이했다. 상반된 정치적 성향의 두 부부가 가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침마다 현관 앞에는 두 종류의 신문이 배달됐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필자는 당연 두 신문 모두 안 읽었다. 야구에 미쳐있던 시절이란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주말 판 신문은 빠지지 않고 읽었다. 특히 한겨레 <esc>. 딱딱하고 무뚜뚝한 성격의 신문을 180도 틀어버린 <esc>였다. 늘 파격적이고 신선한 내용으로 지면을 채운 화려한 성격의 신문이었다. 한낱 초중딩인 독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신문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당시엔 꽤나 충격을 받았었다.

 

 

 왜 뜬금없이 <esc>를 언급했을까.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이 <esc>의 편집장 고경태 기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esc>가 고경태 기자의 글에 대한 관점을 총 집합시킨 매체였기 때문이다.

 

 

 <esc>의 성격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고경태 기자는 급진적이다. 보통 글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노잼’이다. 특히나 종이신문에서는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고경태 기자는 달랐다. 본인의 매체에서 ‘예스잼’을 추구했다. 그는 법을 무시하라고 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선호했다. ‘깨는’글 쓰기를 장려했고 심지어 독자들에게 사기까지 치라고 권했다.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

 

 

 근래 들어 글의 성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재미있다는 피드백도 많았지만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그에 못지않았기에. 그렇지만 <유혹하는 에디터>룰 보고 다짐했다. 필자의 곤조를 밀어붙이기로. 재미있고 솔직한,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이상 ‘내 미래’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에디터> 였다.

 


ps1. <유혹하는 에디터>는 편집기자에 중점을 둔 책이다. 허나 글을 업으로 삼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많았다. 실용성에서 좋은 평을 주고 싶다.

 

ps2.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퇴고 한 번도 안한, 말 그대로 날것의 글이다. 매체에 실리는 글은 3~4번의 퇴고를 거친다. 글을 과감히 수정할 만도 한데 우리 편집장은 크게 건드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어보니 지금의 편집장은 천사였다. 이 글을 빌어 그에게 큰 감사를 표한다.

Posted by AC_CliFe